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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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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실종 최근 사무실에서 사원증 패용 때문에 조금 시끄럽다. 유치한 캠페인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고, 이번/지난 주는 일제검점기간 -- 일제고사도 아니고 -- 으로 설정해두고 조금 강압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사원증이 출입증의 역할 외에도 내외부인의 구분 및 직원의 식별ID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보안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다. 그런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고 종용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불만에 그저 틀에 박힌 FAQ만 게시판에 올려놓는 것에서도 거부감이 든다. (보안)사고는 불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연에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데 왜 그렇게 사무적이고 관료적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
일은 일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회사 외부) '일은 재미있냐?'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일이 재미있으면 일이 아니죠'라고 짧게 말하고 긴 얘기는 피하는 편이다. 나도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보통 회사 내부) '재미있는 일 없냐?'라고 묻곤 한다. 업무 외적으로 재미있는 일/이벤트가 없냐는 뜻도 있지만, 회사에서 내가 재미있게 빠져들만한 일이 없느냐는 뜻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하고 묻는 질문은 아니다.그런데 일이 재미있어야 하는가? 프로에게는 일이 재미있을 필요가 없다. 재미가 선택을 위한 한 요소는 되겠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일이 재미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냥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일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안전한 전쟁에만 참전하겠다고 말하는 용병과 같..
열심히 하지 마라 상반기 평가가 끝난 직후에 이런 글을 공개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주변에 누군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적었지만 '편하게 살아라'입니다. 어쩌면 제 자신에게 해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길면 100년을 살아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고민하면서 살아가야하는 걸까요? 어느 날 퇴근하면서 문득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전 주말동안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코딩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날에는 밤이 늦도록, 정확히 새벽 미명이 밝아오는 시점까지 집에서 VPN을 연결해서 또 프로그램을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또 집에서 밤을 보내고 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비..
풍요는 생존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비오거나 흐린 날은 사진 찍으러 잘 나가지 않는데, 어제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샤려니숲길을 갔습니다. 1~2시간정도만 산책하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후문으로 들어가니 붉은오름으로 통하는 길이 오늘 (6/9)까지 개방한다고 해서 오름트래킹을 했습니다. 오름을 한 바퀴 돌다보니 작년 여름 태풍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수십 수백년된 큰 나무가 여전히 뿌리채 뽑혀 쓰러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연의 경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쓰러진 나무들의 특징은 나무 뿌리가 땅 속에 깊이 박혀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왜 이들은 수십 수백년을 살아온 그 땅에 깊이 뿌리를 박지 못했을까요? 예전에 미국에 체류하던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주변 공원에 온통 5~10m이상의 큰 나무들이 가로수를..
우회도로는 언제 만들어야 할까? 잔디밭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게 실화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는데 기존 건물들과 연결하기 위해서 잔디밭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어떤 경로로 만들면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냥 1년 동안 방치해 두세요'라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그냥 방치해뒀더니 1년 뒤에 마법과 같이 잔디밭에 새로운 길이 생겼다고 한다. 한두명씩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물로 가다보니 차츰 많은 이들이 통과한 곳에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을 사람들이 통과하기 편하도록 길을 다듬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이 일화는 제품개발방법론을 설명할 때 종종 인용된다. 인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 말고 사용자들이 그 제품/서비스를 이용..
속도의 차이 어제는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준비중인 서비스를 위한 분석프로그램에 새로운 기능도 추가하느라 미명이 밝을 때까지 또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입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나 논문과 관련된 것일 때도 있고 (보통 이럴 때는 빨리 구현해서 결과를 얻고 싶어져서 점점더 정신이 또렷해져서 잠을 들 수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인물들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지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잠들기 전에 스쳐갑니다. 개인적으로 잠들기 전이 가장 창의적인 시간입니다. 어제는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떠올랐지만 지난 그리고 최근의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인터넷의 능동성과 수동성 신문 방송으로 대변되는 올드미디어와 인터넷/SNS로 대변되는 뉴미디어를 구분 기준은 수동성과 능동성에 있을 것같다. 올드미디어는 브로드캐스팅과 구독이라는 모델을 가지고 있고, 뉴미디어는 참여 및 협업이라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의 대표 서비스인 검색과 SNS도 능동성과 수동성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편의상 검색은 구글로, SNS는 페이스북으로 칭하겠다. 먼저 인터넷 참여 및 활동의 측면에서 구글은 수동형 서비스이고, 페이스북은 능동형 서비스다. 구글에서는 사용자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검색창에 찾고 싶은 단어를 입력하고, 구글이 정열해서 보여주는 검색결과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클릭해서 보면 된다. 간혹 고급 사용자들은 검색옵션을 변경해서 2차 필터링을 가하지만 이는 TV 채널..
제4의 공간 지난 밤에 애플의 개발자컨퍼런스, 즉 WWDC 2013이 개최되었습니다. 예상되었던 하드웨어 두 종 (맥북에어와 맥프로)과 새로운 OS들 (매버릭과 iOS7)이 발표되었습니다. 국내 언론의 반응도 예상했던 '혁신은 없었다'로 도배되는 분위기입니다. 혁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제 관신밖이고, 어쨌든 두 OS가 공개되면 저는 당연히 업데이트할 것입니다. iOS7 발표 중에 'iOS in the Car'라는 발표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번 Mary Meeker의 인터넷 트렌드가 발표되었을 때도 자동차에 주목해야 된다고 글을 적었습니다. (이전글링크) 다음의 컴퓨터 혁신은 거실 (TV)이 아닌 자동차가 맞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글을 적으려 합니다. 현재까지 컴퓨터의 역사를 살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