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평가가 끝난 직후에 이런 글을 공개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주변에 누군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적었지만 '편하게 살아라'입니다. 어쩌면 제 자신에게 해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길면 100년을 살아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고민하면서 살아가야하는 걸까요?
어느 날 퇴근하면서 문득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전 주말동안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코딩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날에는 밤이 늦도록, 정확히 새벽 미명이 밝아오는 시점까지 집에서 VPN을 연결해서 또 프로그램을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또 집에서 밤을 보내고 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비스 리드타임에 쫓겨서 한 것도 아니고,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도 아닙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주말과 늦은 시간을 일을 하는데 투자했습니다. 누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었고 그냥 내가 좋아서 했던 일입니다. 성격상 해야될 일이 떠오르면 뒤로 미루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은 즐겁게 했는데 막상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허무했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그 순간 '열심히 하지 마라'라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우연인진 몰라도 그 다음날 '죽도록 일하다간 정말 죽는다'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넘겼을 글이지만 시기에 맞게 눈에 띈 것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번아웃되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 '조별과제 잔혹사'라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SNL Korea에서도 2주 연속으로 편성해서 방송될 정도입니다. 학교에서 조별과제도 그렇지만 직장에서의 프로젝트도 크게 다르지는 않는 것같습니다.
몇 년을 사회생활하다보면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의 높이가 가늠이 됩니다. 보통 개발자라면 이미 거의 정해져있고 눈에 뻔히 보입니다.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정해져있는데 왜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요? 수렵 채집이나 농업 시대에는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습니다. 열심히 해도 충분한 대가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또 열심히 해도 그냥 조직에서 팽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일신을 보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눈치를 잘 보고 자기 PR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능사인 듯합니다. 죽도록 일하면 결국 죽고, 바보처럼 일하면 그냥 바보취급을 받을 뿐입니다.
조금 감정적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적고 싶었습니다. 저도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2013.06.11 작성 / 2013.06.19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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