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차이

Gos&Op 2013.06.14 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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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준비중인 서비스를 위한 분석프로그램에 새로운 기능도 추가하느라 미명이 밝을 때까지 또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입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나 논문과 관련된 것일 때도 있고 (보통 이럴 때는 빨리 구현해서 결과를 얻고 싶어져서 점점더 정신이 또렷해져서 잠을 들 수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인물들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지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잠들기 전에 스쳐갑니다. 개인적으로 잠들기 전이 가장 창의적인 시간입니다.

어제는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떠올랐지만 지난 그리고 최근의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조금 힘겹고 씁쓸한 기억입니다. 모든 씁쓸한 기억에서 51%는 제 잘못이고, 49%는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기억들을 복기해보니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나와 주변과의 속도의 차이가 공통적으로 존재했습니다. 보통 소통의 부재나 진의의 여부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제 경우에는 속도의 문제였습니다. 한명은 빠르고 다른 이는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인삼각과 같이 같은 곳을 향해서 둘이 합심해서 같은 속도로 달려야되는데, 보통의 경우 저는 빠르게 치고 나가려고 하고 주변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습니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저는 빨랐는데, 주변이 제 속도를 맞춰주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기 위해서 제가 일방적으로 빨랐던 기억만, 그래서 결국 제가 잘못했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연초에도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속도의 차이였다는 글을 적었습니다. 그 글의 이면에 있었던 사건, 아니 일방적인 저의 삐침이 그랬습니다. 더 오래 전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획자분과 트러블이 발생했던 적도 그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기획자도 바뀌고 분석가도 바뀐 상황이었는데, 저는 이만치 앞서 나가 있으면서 아직 기획자가 준비가 덜 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흥미와 의욕이 꺾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카운트파트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기획이 빨리 확정되지도 않고 개발자도 중간에 변경되면서 종합적인 피드백을 제때 받지 못하고 서비스 리드타임만 길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관심과 의욕이 식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름 복잡한 프로그램을 한 번 구현해서 방치해두면, 몇 달 후에 피드백이 왔을 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려 제때 대응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뜨거울 때 상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상대가 뜨거워졌을 때는 저는 이미 식어버린 후입니다. 그렇게 속도의 차이로 인해서 눈에 띄지 않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제가 주변과 겪었던 많은 트러블들이 그런 속도차에서 오는 것이 많다는 것도 어제의 결론입니다. 조금 더 신중히 한 템포 느리게 움직여도 되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렇게 날뛰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더 생각해서 견고한 알고리즘을 만든 후에 적용해봐도 되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장애 상황도 아닌데)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서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새벽 늦게까지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고 있는지 제가 생각해서 참 피곤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해야할 일이 있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같습니다. 최근의 일도 제가 집중할 다른 일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은 내 속도를 내가 조정해야 하는데...

그래도 빨리 가서 기다리는 게 낫지, 늦게 가서 민폐 끼치며 살지는 않으렵니다.

(2013.06.04 작성 / 2013.06.14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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