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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s from B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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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지난 밤에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마음이 무겁습니다. 2013년 6월 17일에 방영되었던 MBC 다큐스페셜의 594화 '마지막 해인 - 오랑 바자우 라우' 편에 대한 잔상이 깊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가 조화를 이룬 빼어난 풍경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아름다운 배경에 대비되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그네들의 삶의 험난함이 저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방송 말미에 "그들은 거친 바다는 무섭지 않지만 변하는 세상은 무서워한다"는 나레이션이 제가 방송을 보면서 느꼈던 그 무게를 잘 설명해줍니다. 오랑 바자우 라우 (오랑 = 족, 바자우 = 종족이름, 라우 = 바다, 즉 바다의 바자우족)은 바다에서 태어나 작은 배에 의지해서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말레이시아 해안가에서 주로 살아가..
설득의 실종 최근 사무실에서 사원증 패용 때문에 조금 시끄럽다. 유치한 캠페인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고, 이번/지난 주는 일제검점기간 -- 일제고사도 아니고 -- 으로 설정해두고 조금 강압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사원증이 출입증의 역할 외에도 내외부인의 구분 및 직원의 식별ID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보안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다. 그런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고 종용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불만에 그저 틀에 박힌 FAQ만 게시판에 올려놓는 것에서도 거부감이 든다. (보안)사고는 불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연에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데 왜 그렇게 사무적이고 관료적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
일은 일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회사 외부) '일은 재미있냐?'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일이 재미있으면 일이 아니죠'라고 짧게 말하고 긴 얘기는 피하는 편이다. 나도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보통 회사 내부) '재미있는 일 없냐?'라고 묻곤 한다. 업무 외적으로 재미있는 일/이벤트가 없냐는 뜻도 있지만, 회사에서 내가 재미있게 빠져들만한 일이 없느냐는 뜻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하고 묻는 질문은 아니다.그런데 일이 재미있어야 하는가? 프로에게는 일이 재미있을 필요가 없다. 재미가 선택을 위한 한 요소는 되겠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일이 재미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냥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일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안전한 전쟁에만 참전하겠다고 말하는 용병과 같..
추천사가 책을 망친다 최근에는 좀 주춤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4~5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나 책을 선택/배제하는 원칙같은 것을 여러 번 적었습니다. 오늘은 평소에 책을 사면서 가장 쓸데없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까 합니다. 저는 보통 책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순차적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에는 무심코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추천사입니다. 사족과 같은 추천사가 왜 모든 책에 붙어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추천사를 읽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추천사에 별 내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그 분야에 나름 유명한 사람에게 부탁해서 추천사를 적는 것같은데, 그 추천사가 책의 맥락과 별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냥 억지로 적었다는 느낌을 받..
열심히 하지 마라 상반기 평가가 끝난 직후에 이런 글을 공개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주변에 누군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적었지만 '편하게 살아라'입니다. 어쩌면 제 자신에게 해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길면 100년을 살아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고민하면서 살아가야하는 걸까요? 어느 날 퇴근하면서 문득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전 주말동안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코딩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날에는 밤이 늦도록, 정확히 새벽 미명이 밝아오는 시점까지 집에서 VPN을 연결해서 또 프로그램을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또 집에서 밤을 보내고 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비..
풍요는 생존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비오거나 흐린 날은 사진 찍으러 잘 나가지 않는데, 어제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샤려니숲길을 갔습니다. 1~2시간정도만 산책하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후문으로 들어가니 붉은오름으로 통하는 길이 오늘 (6/9)까지 개방한다고 해서 오름트래킹을 했습니다. 오름을 한 바퀴 돌다보니 작년 여름 태풍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수십 수백년된 큰 나무가 여전히 뿌리채 뽑혀 쓰러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연의 경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쓰러진 나무들의 특징은 나무 뿌리가 땅 속에 깊이 박혀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왜 이들은 수십 수백년을 살아온 그 땅에 깊이 뿌리를 박지 못했을까요? 예전에 미국에 체류하던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주변 공원에 온통 5~10m이상의 큰 나무들이 가로수를..
우회도로는 언제 만들어야 할까? 잔디밭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게 실화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는데 기존 건물들과 연결하기 위해서 잔디밭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어떤 경로로 만들면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냥 1년 동안 방치해 두세요'라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그냥 방치해뒀더니 1년 뒤에 마법과 같이 잔디밭에 새로운 길이 생겼다고 한다. 한두명씩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물로 가다보니 차츰 많은 이들이 통과한 곳에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을 사람들이 통과하기 편하도록 길을 다듬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이 일화는 제품개발방법론을 설명할 때 종종 인용된다. 인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 말고 사용자들이 그 제품/서비스를 이용..
속도의 차이 어제는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준비중인 서비스를 위한 분석프로그램에 새로운 기능도 추가하느라 미명이 밝을 때까지 또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입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나 논문과 관련된 것일 때도 있고 (보통 이럴 때는 빨리 구현해서 결과를 얻고 싶어져서 점점더 정신이 또렷해져서 잠을 들 수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인물들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지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잠들기 전에 스쳐갑니다. 개인적으로 잠들기 전이 가장 창의적인 시간입니다. 어제는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떠올랐지만 지난 그리고 최근의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