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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겟인제주 GET2] 삶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 (GET 마지막 이야기)

GET (Great Escape Tour) 소개 마지막 글입니다. 언젠가 여행길에 동행한다면 또 다른 포스팅이 시작되겠지만, 한동안 이어오던 시리즈는 이 글로 마쳐야겠습니다. 회사 멀티홀에서 GET 강연이 계속 열리기 때문에 강연별로 포스팅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앞선 8편의 글을 통해서 GET의 개괄, 여행, 공연, 강연, 2회여행, 함께 한 사람들, 우도영행, 다음 등의 주제로 글을 적었습니다. 매회를 거의 즉흥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빠진 내용도 많이 있고, 어느 정도 기분이 가라앉고 난 후에 다시 글을 적으니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적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한 주제를 가지고 길고 다양한 꼭지로 글을 적은 것은 마지막 논문을 집필하던 4년 전입니다. 모든 글에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것은 또 나름의 미련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길게 이어온 시리즈를 마감하지만 그 이후에 남은 삶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 GET 소개
  2. GET 여행
  3. GET 공연
  4. GET 강연
  5. GET Season 1 Episode 2
  6. GET 사람
  7. 번외. 우도여행편
  8. GET & Daum
  9. GET 못다한 이야기 (*)

지난 금요일 밤에 퇴근을 준비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생각을 정리하면서 긴 시리즈를 마칠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글을 길게 적으면서 중간에 빠진 내용이나 생각을 다시 정리하려고 마지막 챕터를 남겨놓았지만 우리네 삶에서 항상 넘쳐나는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리고 가끔은 빠진 부분도 있으니... 그렇게 생각의 구멍이 존재한다고 해서 저의 생각이, 우리의 삶이 부인되지도 않을테니 그런 미련은 그냥 추억의 단편으로 남겨놓으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의 폭풍집필과 그리고 일주일 간의 공백. 바쁘게 지나간 시간도 그리고 무심히 지나간 시간도... 그 시간을 통해서 더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처음 GET을 소개받으면서 그리고 함께 여행길에 나서면서.. 그냥 GET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그냥 음악과 강연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라는 단편적인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GET을 기획했던 사람들이나 GET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동참했던 여행자들은 또 다른 생각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냥 GET은 '음악과 강연이 함께 하는 새로운 개념의 여행'이었습니다. 조금 더 미화를 하면 -- 첫 글에서 밝혔듯이 -- 대니얼 핑크식의 하이컨셉 여행이었고 하이터치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시간 동안에는 'GET은 하이컨셉 하이터치 여행이다'라고 소개를 하면 의미 전달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에 맞춰서 지난 7편 (우도여행제외)의 글이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 밤에 GET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포인트로 통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포인트는 바로 '삶'입니다. 기획/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GET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의 핵심은 '삶'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의 선율을 통해서 전달되는 나의 삶의 모습, 강연을 통해 전해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깨우치는 삶의 본연의 모습, 단지 짧은 시간의 동행이지만 같은 것을 공유하면서 느껴지는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삶의 모습들... 음악도 강연도 여행도 사람도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면서 또 삶의 전부가 될 수가 있는 것들...

음악가의 삶의 스토리가 담긴 음악. 그게 너무 귀해진 시대다. 적어도 매일의 TV 속의 모습은 그렇다. 사람으로써 뮤지션을 좋아했던 적은 언제였는가? 좋아하는 가수 앞에서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조금의 가식도 꾸며짐도 없는 본연의 모습을 보인다. 경험도 없으면서 남의 사랑이야기를 불러대는 가수들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그들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 아이돌이 되었다. 우리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간극을 좁혀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GET이 단지 2박3일 간의 짧은 일탈로 끝이 난다면 의미가 없다. 일탈은 순간의 경험이 아니라 이어지는 삶의 변화다. 그 시간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 GET 여행자들의 정모가 기획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순간의 강한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은 분명하다. 이미 2주의 시간이 흘렀고 일상으로 완전히 되돌아왔다. 그때의 기억은 이제 점점 희미해져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어느날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무의식의 세상에서 의식의 세상으로 넘어올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친구를 만나러 버스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그날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간이 흐른 뒤에 홀로 제주를 여행하면서 그때의 기억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생각날지도 모른다. 순간의 일탈이 우리의 삶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GET은 성공한 거다. 기획자들의 경제적 만족도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행참가자들의 삶의 만족도 면에서 성공했다는 말이다.

탈출을 위한 여행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탈은 짧고 이후의 삶은 깁니다. GET을 기획한 제주바람에서 여행객들의 GET 이후의 삶을 설계해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여행객들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겠지요. 이제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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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도했던 대로.. 못다한 이야기.

하나. 2회 GET in Jeju에는 시사IN의 고재열 기자님도 동행하셨습니다. 첫날 뒷풀이 중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제주 올레가 생김으로써 제주도에 새로운 하드웨어가 생겼는데, 그 하드웨어를 운영할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GET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같다는 얘기였습니다. GET 공연편에서도 적었듯이, '제주도에 가면 음악이 있더라'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제주 여행의 하드웨어라면, 음악 미술 등의 문화예술 등의 즐길거리는 제주여행의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될 듯합니다. 제주의 정체성에 맞지도 않는 이상한 놀이공원이나 박물관을 짓는 것보다는 다양한 공연이나 페스티벌 등의 문화예술활동을 기획해서, 여행객들에게 더 좋은 여행경험을 갖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Total Experience Management)

둘. 크라잉넛 공연으로 기억됩니다. 공연 중에 베이시스트가 뒤로 돌아선 사이에, 기타끈을 따라서 어깨에서 허리까지 등 전체를 길게 땀이 배어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에 저렇게 푹빠져서 온힘을 다 쏟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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