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후배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오랜만에 지도교수님을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2학기 중에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학부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공학입문 수업 시간에 특강을 한 번 하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수업시간이 월요일이라서 (주말에 고향집에 갔다가 월요일에 수업참여하는 일정)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아닌, 아직 산업공학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학부1년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데이터마이닝에 대한 내용을 강의하면 자칫 너무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내가 스스로 비판하는 내용없는 수박겉핥기식의 내용만 전달할 것같아서 망설여집니다. 인터넷 트렌드를 정리해서 발표하기에도 학부 1년생들에게는 적합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때마침 국책사업인 BK에서 산업공학과가 홀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했었고, 학과 내에서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내용으로 발표하면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학부 1년생들에게 적합한 내용이 아닙니다. 아직 산업공학을 맛도 못 본 이들에게 산업공학은 망했다라는 식의 비판을 들려주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전통적인 산업공학을 고수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올가미를 쒸우는 행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산업공학이라는 마성에 깊이 빠지기 전에 현실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그네들의 일생에 도움이 될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발표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제목은 짧게 'Survival'로 정했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신 분들은 저의 2013년의 목표를 '살아남기'로 정한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살아남기'라는 말이 어쩌면 포스트 테일러 시대를 살아가는/살아갈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얘기해주기에 적합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입에는 저의 학부태생, 현재 사는 곳, 직장 및 업무에 대한 설명입니다.) 피카소가 말했듯이 모든 창조의 시작은 파괴입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을 학생들에게 산업공학을 철저히 부숴뜨려주는 것은 그들 나름의 산업공학을 정립하는데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산업공학과는 잘 알다시피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과 포드의 대량생산이 시초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이었고, 그래서 규격화 효율성 최적화라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1~20년 사이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그런 전통적인 산업공학의 키워드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삽입된 내용은 교수 or 삼성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부실대학도 퇴출되고 어쩌면 국가부도도 현실화되는 시대에 살면서 철밥통이라는 교수나 공무원도 안전한 직업이 아니고, 그렇다고 현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삼성도 10년 후에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런 산업화의 테일러 시대를 종언시킨 동인은 잘 알듯이 인터넷, 모바일, 그리고 Bitom (참고. BITOM의 세계로)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인터넷은 오프라인에서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컨텐츠, 유통 및 금융 등)을 파괴했습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책이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과 프리입니다. 이후에 등장한 모바일은 인터넷의 디지털화를 진일보시켰고, 우리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Internet of Things, 3D 프린터, 팹랩, 공유경제 등에서 보여줬던 비트화의 재아톰화는 전통 산업의 모습을 완전히 탈바꿈시켰습니다. 대량생산 대샹소비가 아닌 커스터마이제이션과 오픈소싱으로 대변되는 탈테일러시대에는 더이상 규격이나 최적화가 아니라 다양성과 통합이 더 중요한 미덕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탈테일러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몇 가지 힌트는 주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다양한 활동에 해보라는 조언입니다. 특히 대학생 시절에 (요즘은 알바에 모든 시간을 빼았기지만)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을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나중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삶에 균형을 주는 안식을 제공해줄 수 있고, 또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그 속에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개선해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라는 것입니다. 테슬라 모터스의 Elon Musk와 아마존의 Jeff Bezos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산 증인입니다. (상세 설명 생략) 어렵겠지만 인생의 목표를 정할 때 가장 먼저 당위성 (have to)를 생각하고, 다음으로 어떻게 (able to), 마지막으로 무엇을 (love to)를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무엇을에서 시작하면 결국 큰 그림없이 그저 바쁘기만 할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어렴풋하더라도) 목표를 정했다면 그것과 관련된 지식과 트렌드를 꾸준히 축적하라고 조언합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다음이나 네이버의 탑 화면에 피쳐링된 기사정도는 읽을 것입니다. 간혹 특정 분야 (예, IT)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섹션탑의 기사들을 읽어볼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를 정했다면 누군가가가 피쳐링한 그런 기사들 뿐만 아니라, 하루에 올라오는 모든 기사 (전체기사)를 훑어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종합적이면서도) 선별적으로 습득해야하고, 또 국내 기사뿐만 아니라 외신 (IT쪽은 왜곡이 덜 심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대기업 또는 그들의 경쟁사 관련 기사에서 왜곡이 심하기 때문에) 기사들도 확인하고 전문 블로그/매체의 기사들도 꾸준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RSS를 구축하는 것도 좋지만, 잘 만들어진 큐레이션 피드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체를 재확인하고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관련된 서적을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에 일본의 어느 상점 입구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적어도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라면 대를 이을 가업이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면 경영학이나 해당 기술 관련 학과에 진학했어야 했고, 잘 나가는/유명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면 또 그것에 맞는 진로를 선택했을 건데, 산업공학과는 가업과는 많이 무관한 학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고 싶었고, 그것보다는 아직은 대학생으로 여전히 부모님께 기댈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님을 담보로 두고 다양한 삶에 도전해보라는 조언을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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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두달이 남았기 때문에 내용이 조금 변경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바뀔 것같지는 않습니다. (2013.11.04에 수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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