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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왜 사내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가 shit일까?

어제 저녁에 서비스 오픈 기념으로 담당자들끼리 회식을 하면서 들은 얘기다. 대부분 나와 다른 그룹에 속해있는 분들인데, 해당 그룹에서 기한을 정해놓고 그룹의 사업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한다. 그리고 상위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개인과 소속 팀에 상금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내 이벤트가 효과가 있을까? 더 나아가서 이게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것까지 기획하느냐라는 생각도 들고, 또 다른 면에서 이렇게라도 그룹원들을 독려하려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그런데 1등 상금이 개인에게는 300만원, 팀에게는 100만원이라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벌어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불필요한 경비를 잠시만 줄여도 아낄 수 있는 금액이다. 적어도 그 돈이 없더라도 큰 불편도 없다. 분명 이벤트의 취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인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으로 수백만원은 너무 짜다라는 생각이 든다. 얘기 중에도 잠시 나왔지만, 채택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서비스가 오픈된 이후 1년 동안 거둬들인 수익의 1%를 기안자에게 제공하겠다 정도의 파격안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다. 그 정도의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애초에 획기적인 것이 아닐 것이고, 그 정도의 보상을 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진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뜻 내놓지도 않을 것이다. 진짜 되는 아이디어라면 자신이 직접 (성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창업하는 것이 더 나을 거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에는 파격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

두번째로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허비되는 리소스가 너무 크다. 원하는 사람들만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에는 덜 하겠지만, 모든 그룹원들이 하나 이상의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라고 강요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이는 이벤트를 위해서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이 허비될 것이고, 또 그러는 사이에 정작 했어야 하는 일들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일상 업무에 더 충실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개선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뉘앙스는 조금 다를 것이다.)

세번째로, 그리고 이 글을 적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보다 자유롭게 공유되는 아이디어가 사장되어버리는 문화부터 고치는 것이 더 급선무다. 사내의 공식 게시판이나 야머 등의 비공식 게시판을 통해서, 그리고 오프라인 대화를 통해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말해지고 공유된다. 그러나 이제껏 지켜본 결과, 그런 자발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무시/냉소/거부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간혹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더라도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기까지 몇달에서 몇년이 걸리는 것을 봐왔다. 그렇게 지체되는 동안 경쟁사에서 유사한 서비스/기능을 출시하거나 사회 트렌드가 변해버려서 좋은 아이디어가 결국은 그저그런 아이디어로 바뀌어 버렸다. 자유롭게 공유되는 아이디어들의 가능성은 애써 무시하면서, 이런 인위적 이벤트를 통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 얻겠다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디어의 수용과 비판에 더 자유로운 문화를 갖어야 한다.

이벤트가 무료하고 지친 사원들에게 청량제같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되고 발전시켜나가는 문화부터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기왕 하는 이벤트라면 부디 좋은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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