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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매니저먼트 리터러시

최근에 IT 업계에 이슈가 된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최고전략책임자 CSO인 이해진씨의 사내 강연 내용입니다. (기사보기) 기사의 요지는 최근 NHN 직원들의 해이해진 기강 또는 모럴 해저드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NHN은 이미 대기업이 되었는데도 그 회사를 경영하는 책임자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후속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 NHN의 위기는 말단 직원들의 문제보다는 경영진들의 문제로 보입니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블로그 글들이 몇 개 올라왔습니다. (참고. 내 경력에는 조기축구회 4년이 있다. 과거와 미래)

일전에도 소개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신문방송 등의 어론에 유통되는 많은 정보들을 수집해서 필터링하고 그리고 자신의 시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미디어이해 및 활용능력지수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신문방송의 기사들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직장인이 가져야하는 이해능력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매니저먼트 리터러시 Management Literacy'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용어는 아니라, 제가 방금 즉흥적으로 만든 용어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언론 정보의 해독 및 활용 능력이라면, 매니저먼트 리터러시는 경영진들의 워딩 해독 및 활용 능력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같습니다.

위의 NHN의 사례에서 보듯이 조직이 커지고 또 경영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경영진들과 직원들 간에 사건을 바라보는 견해차가 심화되고 의사소통 부재현상이 발생합니다. 경영진들이 말단 직원들의 아우성을 귀담아 듣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회사나 경영진들의 결정사항을 조심스럽 읽고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직원이 회사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나 경영진의 결정사항을 제대로 이해하는 매니저먼트 리터러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최근 사회 생활에 재미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여전히 맡은 업무에서 소기의 성과도 계속 내고 있지만 입사 초기보다는 의욕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 자체에서 얻는 재미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주변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분명 아닙니다. 여전히 맡은 업무를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서 전달해주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더 늦게 (하이킥이 끝난 이후부터)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커홀릭도 아니고, 능력이 딸려서 제 시간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업무시간을 길게 잡아서 좀더 여유롭고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큽니다. 그러나 회사 생활에서 얻는 재미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언제부턴가 회사 (그리고 사회)가 이상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경영학 책에서나 등장하는 '직원 = 내부고객'이라는 특권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원 = 소모품'정도의 인식으로 바뀌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경직되고 느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면서 조직을 바꾸고 키워나가야 하는데, 일단 급하니 직원부터 뽑아놓고 그 다음에 조직을 가꾸자라는 마인드가 생겨난 듯합니다. 회사가 관료화되어가면서 위선에서 결정한 것들과 직원들이 몸소 느끼는 불편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간혹 경영진들이 회사 전체 메일을 보냅니다. 그리고 경영진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알리는 공지메일도 가끔 옵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공감이 간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런데 그런 메일에 적힌 단어나 문구, 즉 그들의 워딩 wording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알맹이는 빠져있고, 쓸데없는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일부러 핵심을 숨기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까지는 생각지 않지만,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글을 통해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니저먼트 리터러시라는 능력이 필요할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워딩은 더 이해하기 어려움.)

경영진의 선택이 직원들에게 불만만 늘리고 있습니다. 그런 직원들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단순 성과를 위한 서비스의 개발에만 몰두합니다. 행복한 회사생활까지는 아지만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두의 NHN의 사례도 그렇고, 우리 주변의 많은 기업들이 같은 문제에 봉착해있습니다.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해법의 본질에는 너무 큰 격차가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켜줘라. 과연 '내부고객'이라는 용어는 사전에만 등재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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