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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어떤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느낌 단상

다른 곳에 생각나는 대로 그냥 적은 글을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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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조금 흥미로운 유튜브 채널 중에 하나는 MBC(?)에서 운영하는 '오느른'이란 채널이다.

- https://www.youtube.com/channel/UCqOmWSVk2LChbt15-Ie2tiw

이걸 MBC에서 운영한다고는 적었지만 MBC 소속의 한 PD가 전북 김제에 폐가/농가를 구입해서 고쳐서 사는 모습을 vlog로 담은 채널이다. MBC에서 기획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PD 개인이 구입한 건데 처음엔 고치는 과정을 vlog로 찍어서 올리겠다는 회사에 허락을 받고 주말에만 내려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그리고 수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서울 전셋집을 빼서 수리비에 보태고 회사에서는 소속을 바꾸고 그냥 김제에 눌어붙어살면서 vlog를 올리고 있다. 촬영기사와 PD 본인 두 명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집 근처에 사무실도 얻고 몇 명이 더 붙어서 운영하는 듯하다. 언제부턴가 편집 영상을 전주 MBC에서도 방영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찍은 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그냥 전국 방송에서도 잠시 짬 나는 시간에 틀어줘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케이블 방송이 생기면서 공중파의 서브 방송국이 케이블에 생기고 처음에는 단순 재방송만 편성하다가 이젠 오히려 케이블/서브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더 이슈를 끌기도 하고, 이슈된 사람들이 다시 공중파로 진출하거나 공중파의 정규방송이 되기도 한다. 케이블이서 더 다양한 주제를 더 도전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젠 그것보다 더 편하고 다양한 유튜브에서 자체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진다. 유튜브도 처음에는 단순히 압축 요약본을 편집해서 올리는 수준이었지만, 유튜브를 위한 자체 스튜디오를 갖춰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JTBC의 룰루랄라 스튜디오고, MBC도 엠드로메다란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위의 PD이도 이젠 엠드로메다 소속이다.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다시 유튜브로 오면서 내용과 형식이 더 자유롭고 도전적으로 바뀌고 있고, 그걸 다시 케이블과 공중파로 역전파된다. 지역 방송사를 갖은 대형 방송사에게 더 자유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도 하다.

유튜브도 처음에는 개인이 찍고 편집해서 올렸지만 이젠 웬만한 구독자를 갖는 채널들은 기획, 촬영, 편집 등을 서포트해주는 스태프들을 갖춘 경우가 많고 또 이미 유명한 유튜버들은 모두 MCN에 소속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독자 몇 십만이 있으면서 여전히 진짜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이들이 오히려 존경스럽기도 하다. 유튜브가 다양성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문성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본다. 단순히 개그 채널이 아닌 이상은 전문성이 필수 요소라 본다. 여전히 1인 또는 소수의 아마추어들이 운영하는 채널이 많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결국은 콘텐츠의 질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춘 방송국놈들이 만든 콘텐츠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틈새의 전문가가 아니면 유튜브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는 편이다. 방송사는 지국을 이용해서 서울에서 만들지 못하는 좀 더 실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유튜브로 운영하고 그걸 기반으로 다시 전국화하는 걸 시도해볼 수 있다.

오느른 채널을 보면서 회사와 개인(직원)의 관계 또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겸직의 제한이 있지만, 카카오의 직원 개인의 다양한 활동이 다시 카카오의 서비스든 컨텐츠든 뭐로 연결이 될 수 있는가? 또 그걸 장려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PD 1인의 독립된 콘텐츠가 정식 기획물이 되고 그게 다시 지역의 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타고, 앞서 말했듯이 어쩌면 그걸 다시 전국 방송의 자투리 시간용으로 활용이 되고...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그런 류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우리 크루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다시 업무로 연결이 되고, 회사는 그걸 장려해줄 수 있을까? 제주라는 기회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단지 그곳에 사는 개인들의 자유로움만이 있을 뿐인 현실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재택을 하면서 더욱 느끼겠지만 굳이 우리가 모두 서울에 모여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지역마다 충분히 많이 모여있다면 특정 업무를 하는 지역이 형성될 수도 있고, 그렇게 재조직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나이브한 생각도 하게 된다.

... (정리가 덜 돼서 중략) ...

그리고 저 채널을 보면서 소위 힐링이 된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내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내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촌놈으로서의 회귀 본능인가? 아니면 이제 겨우 2.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름 도시 생활에서의 소외감 때문일까? 여기에 적진 않았지만 많은 다양한 생각을 했다. 더 잘 정리된 글이 됐으면 좋겠지만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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