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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생활 속 포스트 코로나 담론

코로나 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예측들이 많이 쏟아진다. 물론 사태의 초기부터 사회가 어떻게 바뀔 거라는 크고 작은 예측들이 있었지만 이젠 단순히 맞추고 틀리고의 수준을 넘어서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적응해야 하는가로 양상이 바뀌었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많은 전망들은 거시적인 거대 담론인 경우가 많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그런 거대 담론을 잘 파악해서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케이스가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고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 이후로 망한 기존 산업이나 어려움을 겪는 이웃, 어쩌면 큰 변화를 못 느낀 많은 시민들이다. 큰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우리 생활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를 상상해보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의식주를 중심으로 그냥 떠오르는 몇 가지를 나열하려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재택하며 집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택 또는 리모트 사회를 가정한다. 

의. 옷은 어떻게 될까?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한다면 우리한테 많은 옷과 좋은 옷이 필요할까? 남들이 보지도 않는데 명품 옷을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입기 편한, 소위 츄리닝과 삼선슬리퍼가 주류가 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 (특히 남성?)이라면 날이 점점 더워지는 지금 웃통을 까고 또는 나체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좋은 옷이 편한 옷으로 대체될 거다. 소득 생활이 다소 어렵다면 값도 중요해진다. 값싼 편한 옷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비싸고 좋은 옷은 없어질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거다. 매일 집에 갇혀있으면 답답해서 주말에는 밖에 나가고 싶어 지고, 가끔 있는 특별한 행사에는 더더욱 참석하려 할 거다. 집에서는 늘어진 러닝을 입고 있지만 행사에 참석할 때는 — 그래서 오히려 — 더 좋은 옷을 입어서 뽐내려 할 것 같다. 평소에는 (타인의) 눈에서 자유롭지만 멍석이 깔리면 시건을 즐겨야 한다. 이브닝드레스와 연미복을 입은 파티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일 년에 두세 차례, 많아도 열 번을 넘기지 않을 행사를 위해서 비싼 옷을 구입, 보관해야 할까? 그래서 렌털이나 공유 사업이 번창할 수도 있다.

(추가) '의'를 단순히 옷, 의복으로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의의 개념을 피부에 닿는 모든 것으로 확장할 수 있다. 즉 화장품이나 각종 세제가 이에 해당한다. 앞서 말했듯 옷을 입는 주기와 패턴이 바뀐다면 당연히 세탁의 행위도 달라진다. 평상복은 덜하게 되고 특수복은 세탁소에 맡길 거다. 오랫동안 외출하지 않으면 씻는 회수도 줄어든다.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껏 답하자. 늘상 깔끔 떨면서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샤워를 하지 않거나 (덜 하거나) 머리를 감지 않는다는 걸 고백하자. 지금 재택하고 있는 분들은 코로나 때문에 손씻기가 늘어난 것을 제하고 일반적인 씻는 행위에 벼화가 있었다고 양심고백하자. 급하게 외출해야할 때 앞머리만 대강 감은 척하는 것은 (보통) 여성들의 알려진 비밀이다. 그러면 비누나 샴프의 소비량이 줄어들 듯하다. 역으로 향수의 수요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평상시 뿌리는 향수의 양은 줄겠지만, 씻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외출해야 한다면 자신의 냄새를 감추려고 향수를 뿌릴 거다. 프랑스에서 향수가 발달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일상에서 화장품의 수요는 줄 듯하다. 하지만 외출할 때는 화장품이 필수다. 남성 화장도 더 보편화될 수 있다. 그런데 화장의 빈도가 줄어들지만 꼭 필요하다면 용량을 줄인 제품이 인기를 얻을 거라 본다.

식. 밥은? 우선 배달이 늘어날 거다. 이미 데이터로 증명됐다. 그런데 무한정 배달이 늘어날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배달이 많아지면서 역으로 직접 요리하려는 수요도 증가할 거다. 재택을 처음 할 때는 1~2주면 끝날 것 같으니 편히 배달앱을 켰지만 한두 달이 지나면서 배달 음식이 질린다. 이때 요리가 필요하다. 역으로 집밥만 계속 먹다가 질려서 배달하는 수요도 있다. 그래서 배달과 집밥의 비중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집밥이 늘어나면 식재료와 조리도구에 대한 수요가 바뀐다. 농수산물의 경우 예전에는 식당 중심으로 대량으로 판매/배달했다면 이젠 가정에 맞게 패키징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이 당일 배송되기도 하지만, 완제품이나 반제품은 더 다양해질 거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식당은 피하고 싶어질 거고, 특히 뷔페는 치명적이다. 여담으로 일본에서 열명을 모아서 한 명에게 형광물질을 묻히서 뷔페에서 밥을 먹게 했더니 식사 후에 열명 모두 형광물질로 도배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대형마트는 어떻게 될까? 이미 사형선고의 전조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 방문은 줄어들 거다. 그러면 대안은 크게 온라인으로 쇼핑하기, 로컬 매장 이용하기, 그리고 (방문 시) 한 번에 많이 사기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은 이미 더 확대됐고 정착됐으니 긴 설명은 필요 없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이 가능해도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집에서 5~10 내에 있는 슈퍼/편의점에 가야 한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라면 물을 끓였는데 라면이 없다면 앞에 편의점에 바로 달려가야 한다. 나간 김에 그냥 동네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로컬 매장 방문이 늘어난 이유를 모두 재난지원금 때문만은 아닐 거다. 세 번째로 방문 빈도가 낮아도 역으로 한 번에 구입하는 양은 늘어날 수 있다. 대용량 묶음 제품 위주로 오히려 계획 소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용량과 계획소비의 연결이 좀…) 가족수에 따라 다르지만 매주 대형마트에 들러서 식자재를 구입하는 가족들은 2주에 한 번씩 방문하고 대신 2주 치 식량을 미리 구입하는 패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패턴 (주기)가 바뀐다면 패키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 얘기를 잠시 해보자. 아침 이른 시간에 출근할 때는 집에서 아침 식사할 수 없다. 점심은 당연히 직장 동료들과 사무실 주변 식당을 이용했다. 조금 일찍 퇴근할 때는 집에서 밥을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김밥을 먹거나 야식비로 저녁을 해결한다. 그래서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주말 4끼 (아첨 2번, 저녁 2번)이 전부다. 혼자서 일주일에 한 번만 요리할 때의 가장 큰 고민은 — 물론 가장 큰 고민은 뭘 먹을지를 정하는 거지만 — 적당량의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 4개들이 양파망을 사더라도 다 소비하는데 최소 2~3주가 걸린다. 계란 10개를 사더라도 한 달은 간다. 시리얼을 위해 우유 1L를 사더라도 주중에 먹을 일이 없으니 반은 버려야 한다. 그래서 안 사거나 작은 걸 구입한다. 소량, 개별 포장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지만 1개에 1,000원인데 4개에 2,500원이면 4개짜리로 자연스레 손이 간다. (이게 합리적인지 여부는 따지지 말자.) 집 앞 반찬가게에서 김치 1kg에 12,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인터넷에는 10kg에 3만 원에 판매한다면…? (벌써 2/3를 먹었다.) 때론 적당량, 낱개 포장이 없는 제품도 여럿 있다. 그런데 매일 집에 있으면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재택 중에는 2L짜리 우유를 사도 며칠 내에 다 먹어버리고, 양파든 계란이든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렇단 얘긴 아니고 조금 과장했다.) 4~5인 가족들도 규모는 다르겠지만 기존과는 다른 구매패턴으로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영식이가 삼식이가 됐으니…

주. 집도 많이 바뀔 거다. 필자는 쓸데없이 넓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그동안 최소한의 공간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재택 이후에 많이 답답해졌을 거다. 우선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생활공간과 업무공간의 분리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을 거다. 밥 먹고 잠만 잘 때는 원룸이면 충분했는데 집에서 업무 하려니 공간을 더 만들고 싶어 진다. 업무효율을 위해서 생활공간과 분리하라는 조언이 있다. 더 넓은 집,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는 커질 거다. 현실적으로 이사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원룸을 둘로 (개념적으로라도) 쪼개도록 파티션을 준비한다는 등의 인테리어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조금 더 편한 의자나 책상을 마련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홈오피스에서 재택하고 가끔 출근한다면 굳이 도심의 비싼 지역에서 좁게 살아야 할까? 조금 더 외곽의 넓은 지역으로의 이주도 생각할 수 있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미국에서도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도심을 벗어난 주택단지들이 많이 생겼었다. 어차피 전염병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가 꺼려지는데 굳이 비싼 돈으로 복잡한 곳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다.

당장 생각나는 소소한 것들을 적었다. 큰 변화에서 사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변화에서 능동적일 필요는 있다. 그동안 많은 것을 결정하지 못했다면 지금 어차피 변해야 하는 시점이니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면 여러 가지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막연한 변화가 불안하지만 변화에서 소외되는 것이 더 두렵다. 인류사적 거대 변혁의 시기다. 우선 나와 주변의 변화부터 확인하고 상상하자.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앞에 분명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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