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코로나로 인한 재택이 과연 공유오피스에 영향을 줄까? 에 관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했다. 그 후에 그러면 재택이 모빌러티 산업에도 영향을 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떠오른 생각을 그냥 적으려 한다.
지난 글에서도 적었듯이 우리 나라에서 생산 인구 중 재택이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의문에 더하면 이 글은 별로 의미 없다. 그래도 만약 대부분의 공장이 로봇으로 자동화되고 서비스도 키오스크와 자동 서빙이 되는 시대가 오면 재택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산업도 재택이 가능한 산업이 된다. … 그냥 많은 이들에게 재택이 일반화되면 모빌러티는 어떻게 될까? 정도를 생각한 글이다.
어제 나름 쇼킹한 뉴스가 있었다. 한때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의 그것을 넘어섰다는 거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귀찮으니..) 현대자동차는 한때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2위 기업이었다. 카카오는 이제 겨우 10년, 다음 시절을 포함해도 겨우 20년된 기업이 반세기의 현대자동차를 넘어선 것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기념할 일이고 그 외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현대차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코로나 이후 그 추세가 더 가속화된 듯하다. 왜 현대차의 주가가 떨어지는가? 흔히 주가를 미래 가치의 측도라고 말하듯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미래가 조금 암울하다는 거다.
재택. 즉 사람들이 출퇴근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가 필요없다. 재택이 일반화되면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줄어들 거라는 단순한 계산이 나오고, 이는 현대차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거다. 1차원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재택의 증가가 자동차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출퇴근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은 이동해야 한다. 지난 글에도 적었지만 재택이 일반화되더라도 평생 집에만 있을 수 없다. 화상회의가 불가능하거나 다른 이유로 가끔 회사로 가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간헐적으로 출근할 때는 버스든 지하철이든 아니면 택시든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불안하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고 내가 앉은자리, 내가 잡은 손잡이에 누가 먼저 앉았고 손을 댔는지 알 수 없다. 전염의 시대에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어디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모르는 그 불안감이 더 위험하다. 우버 등의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도 택시 등 대중교통과 큰 차이가 없다. 쏘카 등 렌터카를 잠시 빌려서 타는 것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 대안은 출근하지 않거나 걸어서 출근하거나 회사 근처로 이사 가거나 아니면 개인 자가용을 이용하는 거다. 앞의 3가지가 거의 불가능하니 남는 옵션은 자기 자동차를 구비해둬야 한다. 그러면 자동차의 수요는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전 글에서 예로 들었듯이 만약 사무실이나 공장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시외각 지역에 있다면…?
그리고 재택은 주중의 얘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에만 갇혀지낸 사람이 주말 토일요일에도 집에 갇혀있고 싶을까? 주 5일 동안 출퇴근할 때는 피곤하니 주말에는 좀 집에서 나태해지고 싶겠지만, 5일 동안 집에서 숨 막히게 지냈다면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 거다. 근린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한두 달이지, 몇 달 동안 집 근처만 돌아다닐 수도 없다. 그러면 먼 곳으로 가고 싶어 진다. 이때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건가? 간헐적 출퇴근에도 대중교통이 불안한데, 주말 나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만약 애가 한두 명이 있는 집이라면 자동차 외에 별다른 옵션이 없다. 재택이 일반화되더라도 주말용 나들이 차량은 여전히 필요하다.
재택은 통상의 자동차 수요를 줄인다. 반대 급부로 렌터카나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의 위상이 올라갈 것 같지만, 불특정성으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불안하게 만든다. 망부석으로 살 것이 아니라면 다시 자기 자동차가 필요해진다. 사실 좀 극단적으로 글을 적었다. 당장 현대차의 매출이 떨어지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사양화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과 내가 여기서 과장된 예시를 든 것과 상상의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모른다. 미래는…. 알았더라면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을테니… 먼 미래를 위해서 자동차가 많이 줄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은 있다. 그러나 나는 자동차를 포기하지 못한다. 이게 아이러니다.
(추가. 원래 적으려했는데 까먹은 내용) 조승연 작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Q&A를 진행하며 '코로나 이후를 예상한다면?'이란 질문에 '그동안 일은 오프라인에서 취미는 온라인에서 이뤄졌다면 이후에는 일은 온라인에서 취미는 오프라인에서 이뤄...'라고 답변했다. 과장이 지나친 면이 없진 않지만, 앞서 말했듯이 재택으로 버츄얼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취미는 리얼 라이프에서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로컬에 더 다양한 문화, 위락 시설이 갖춰지는 것도 예상되지만 한계가 있으니 차를 이용해서 먼곳으로 돌아다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추가, 2020.05.22) 미국에서 코로나 판데믹 후로 자전거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자동차만 집중하느라 자전거나 퍼스널 모빌러티 등을 놓쳤다.) 운동이 필요하다? 집은 답답한데 산책/러닝보다는 사람 접촉이 덜하다? (유가가 내렸다지만) 경제난으로 자동차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적당히 근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한다? 락다운/재택으로 애들과 더 시간을 보내면서 애들에게 취미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빠가 늘었다? 평소 바쁘게 지냈는데 한가해져서 지역 사회에 관심이 생겼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선 느린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걷는 걸로는 커버리지가 낮으니)? 지역/로컬 중심으로 생활패턴이 바뀌어서 자동차의 필요성이 적어졌지만 그래도 로컬의 경계를 더 늘리고 싶었다? ...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