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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코로나, 재택 그리고 오피스

어느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위터 CEO 잭 도르시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전 직원을 상대로 영구 재택근무제를 허용한다는 기사와 함께 공유오피스 업체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코멘트를 남긴 걸 봤다. 코로나가 계기가 됐고 더 가속화한 것은 맞지만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든 재택근무가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었다. 트위터처럼 영구적인 재택근무가 됐든 자연재해나 재앙 등에 따른 한시적 재택근무가 됐든, 완전 재택근무든 선별적 재택근무든 아니면 자율적 재택근무든 그 형태는 회사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재택이 더 활성화될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몇 해 전에 야후는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재택을 철폐하는 결정을 내린 바가 있지만, 큰 흐름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과연 재택근무가 공유오피스 업체의 사망선고와 같을까? 늘 그렇듯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공유오피스하면 손정의씨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위워크 WeWork가 대표적이고, 국내에도 오피스를 대여하는 업체가 여럿 있다.

수백 명, 수천 명의 직원을 갖는 큰 회사는 사정이 다소 다르겠지만, 수십 명 수준의 스타트업이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한다면 굳이 사옥이나 모두가 모이는 오피스는 필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유오피스도 굳이 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역으로 사옥이 없기 때문에 공유오피스의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현재처럼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오피스가 아니라, (전 직원의 1~20%를 수용할) 10명 내외나 많으면 100여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이 많이 해소되더라도 업무의 성격이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 간헐적으로 또는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만날 필요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부담되는 큰 공간의 장기대여보다는 오히려 소규모로 공유오피스를 대여해서 여러 팀이 다시 공유하는 형태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공유오피스의 수요는 충분하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유 오피스가 갖고 있던 원래 문제는 열외로 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일단 회사 내에서만 보더라도 100명의 직원이 100명에게 충분한 공간을 점유해서 사용하는 것과 100명의 직원이 (일주일에 1회만 출근한다고 가정했을 때) 20명이 들어가는 공간을 100명이 나눠 쓰는 것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불안감을 가질까? 전파력이 워낙 좋아서 100명이 한꺼번에 감염되는 것과 20명씩 나눠서 감염돼서 일부는 전염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겠지만, 다른 경우라면 전날 근무자의 흔적이 불안할 수도 있다. 공유오피스의 회의실 등을 다른 회사와 공유하는 경우라면 그런 불특정성은 더 증가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공유오피스의 미래는 조금 암울하다.

단순히 모임장소만을 고려하면 안 된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 출퇴근을 선호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주차공간이 충분한 공유오피스라면 사람들이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현재 공유오피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중심지역에 대부분 위치해 있는데, 반대로 사람들이 한적한 도시의 외곽에 공유오피스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주차공간도 충분하고 사람 간 접촉도 덜하고 또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 공유오피스가 있다면? 예를 들어, 주 4일은 답답하게 집에 머무르다가 하루는 산과 호수, 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오피스로 출근한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물론 현재의 공유오피스라는 것이 유동인구가 많고 지대가 비싼 곳에서 오피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코로나 이후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외곽 오피스의 관점에서 일반 기업의 사옥도 외곽에 소규모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것도 어쩌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 결론은?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은 변할 거고 사람들은 적응할 거다. 재택이 아니더라도 더 유연한 근무형태로 바뀔 거다. 그런데… 글을 계속 적으며서 떠나지 않는 의문은 과연 우리 중에 재택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몇 퍼센트나 될까? 일단 (일반) 서비스나 생산직은 재택알바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하다. 사무직 중에서도 재택이 가능한 노동자는 몇이나 될까? 사실 이 글을 적는 동안이 아니라 재택 하면서 계속 이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중 1~20%만이 재택이 가능할 거고 그에 따른 변화를 맞는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사회 전체의 트렌드라고 말해도 될 것인가? 여전히 80%는 실직이 아닌 이상은 근무지에 모인다.  그렇다면 재택이 더 활성화된들 과연 공유오피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까? … 그냥 우린 변화를 보고 그저 적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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