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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ory

블록체인의 기여와 보상 체계에 대한 해석

요즘 블록체인이 뜨겁다. 엄밀히 말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이 뜨겁다. 아직 정리/정립되지 않은 생각들이 많기 때문에 명확히 글을 적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제껏 공개적인 장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블록체인을 처음 다룬 비트코인 논문을 주말에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멈췄다. 컴퓨터와 경제에서 다루는 개념이 섞여있다보니 비전공자 (그래도 나름 IT회사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있는데...)에게는 어렵다. 더 다양한 관련 논문이나 설명들을 읽어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는 있으려나?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글을 적지 않았지만 사내에 (세미 프라이빗) 게시판에 글을 적었고, 그기에 설명을 좀더 추가해서 티스토리로 옮긴다. JTBC의 노론회 이후 개념이 정립되나 싶었지만 유작가님의 이해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고 반대편에서는 그 한계 또는 관점을 제대로 집어주지 못했다. 결국 유작가님의 설명이 일반인들에게 더 각인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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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왜 블록체인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역사가 늘 그랬듯이 이번 버블이 꺼진 후에는 필연적으로 더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이 올 것 같기는 함) 일단 비트코인 논문부터 프린트해서 보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 논문에는 사토시 이메일 주소가 있는데 여기에 문의하면 사토시가 답변을 줄까요?)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기여'와 '보상'이 두 축인 듯합니다. 생태계에 기여한 노드 (사람, 컴퓨터, ...)에 보상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보상을 받기 위해서 기여를 하는 것은지는 모르겠으나, 필연적으로 기여와 보상이 커플링되는 것은 맞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해했던 것이 '기여'에 두 종류 (또는 그 이상)이 존재하는데 한쪽 측면에서만 봤습니다. 생태계의 인프라에 기여하는 것과 인프라 위의 컨텐츠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기여하는 것을 나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큰 숲을 만들기로 했는데, 숲을 만들 땅을 제공하는 사람과 그 땅에 심을 나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계속 나무를 제공하는 측면만 고려했기 때문에 기여와 보상, 즉 블럭체인과 토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cryptocurrency)의 분리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땅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없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익명의 복지가, 키다리 아저씨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 (추가) 만약 정부가 '여의도' 전체를 숲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유하고 있는 여의도를 (현재 시스템에서) 강제로 몰수할 수는 없다. 현재 영의도 땅 (건물 등은 일단 열외)을 소유한 사람들로부터 땅을 기부받거나 적당한 값을 주고 사야 한다 (대체 토지 제공을 포함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의도의 금싸래기 땅을 기부받는 것은 혈실적이지 않기에 후자 (구매)만이 현실적 방법이다. 즉, 땅을 제공하는 사람들 (기여자)에게 돈을 보상해줘야 한다. 이제 여의도라는 땅이 생겼으니 숲을 만들 차례다. 숲을 만들려면 나무를 심어야 한다. 잘 가꿔진 숲을 만들려면 바람에 날려온 씨앗이 발화해서 숲이 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또 사람들에게 나무를 제공받는다. 작은 묘목이라도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여의도 숲을 무료 수목장으로 제공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단, 유골을 공짜로 묻기 위해서는 유골함 주변에 1그루 이상의 나무를 필히 심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다. 사람들을 나무를 심을 것이고 어느 새 여의도숲이 완성된다. 여의도 땅은 블록체인에서 컴퓨터 저장공간, 네트워크, 전기 등의 인프라에 해당하고, 심어진 나무는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컨텐츠 (트랜잭션)이 된다. 인프라 (땅)을 제공하는 기여에는 (거의 100%) 보상이 필요하지만, 컨텐츠 (나무)를 제공하는 기여에는 경우에 따라서 보상이 필연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의 스팀잇과 페이스북을 비교해보면 양쪽에 컨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에게 굳이 현금 (토큰)의 보상이 없어도 다른 것으로 그들에게 충분한 동인을 줍니다. 그냥 글을 적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관종?), 글을 올림으로써 전문가 또는 셀럽이라는 평판을 얻을 수도 있고, 글을 통해서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컨텐츠 (나무)를 제공하는 기여자에게는 굳이 물질적 보상이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온 글들을 저장, 관리하는 DB나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기여자에게는 저장공간 구입비, 네트워크 통신료, 컴퓨터 구동 전기료 등을 보상해줘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광고로 돈을 벌어서 중앙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서 인프라를 제공하지만, 스팀잇은 누군가의 컴퓨터에 모든 것이 흩어져있습니다 (아마도). 간혹 심심한 부자의 장난감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컴퓨터 등을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은 아니지만 SETI 프로젝트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유휴 리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종류에 한해서는 보상없는 블록체인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함), 자기 비용으로 익명에 기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어는 익명의 에디터들이 수많은 컨텐츠를 (보상없이) 제공하지만, 위키피디어를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도네이션을 받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어의 인프라와 컨텐츠를 나눠서 생각하듯이, 블록체인 생태계도 그걸 지탱하는 인프라에 기여하는 것과 컨텐츠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기여에 따른 보상 개념이 쉽게 다가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글들이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기여와 보상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개념의 분리없이 블록체인과 코인/토큰은 불리 가능하다/불가능하다의 논쟁에 빠진 듯합니다. 인프라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컨텐츠 관점에서 보면 또 분리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추가) 토론회에서 정/김 측은 인프라 관점에서 보상 (암호화폐 보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유/한 측은 컨텐츠 관점에서 비트코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두 관점을 제대로 분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타협이든 설득이든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평행선만 그었습니다.

그리고/물론 인프라든 컨텐츠든 기여자에게 보상해준 그 토큰이 현실 세계에서의 재화와 교환가능한가?에 대한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버블(일 가능성이 높은)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또 모두가 인프라를 일부 기여할 수도 있지만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역설적이게도 또 나타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기여를 통한 보상이 아니라 보상을 통한 기여인 듯합니다. 수학 문제를 푼다 (기여)고 설명하지만 그냥 랜덤 숫자를 맞추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이게 무슨 기여인가 싶고 또 그걸로 비트코인을 보상받는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랜덤 코드를 맞춰서 보상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비트코인 생태계의 인프라 (새로운 비트코인 블록을 만들어서 연결)로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추론됩니다. (<== 이건 그냥 저의 해석임)

--> (추가) 비트코인 논문을 읽어도 (끝까지 읽진 못했지만) 블록체인의 개념이나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듭니다. 아직 완벽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의 글을 읽어보면 블록체인의 개념이나 작동원리를 좀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에 초점을 둬서 최근의 애플리케이션이 얹어진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음. https://medium.com/@micheledaliessi/98c8cd01d2ae

--> (기여에 따른 보상이 필연적이라고는 봤지만 그것이 굳이 코인 또는 실질적 보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저도 처음에는 유작가님의 관점만으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편이었지만, 인프라를 구성하고 구동하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무언가에 지금같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비정상이고 이해불가합니다. 네덜란드 튜립파동 때는 그나마 튤립뿌리라도 있었는데...

-->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좋은/나쁜 규제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과한/부족한 규제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규제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규제의 선 안에서 또는 규제를 피해서 살아남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고요...

적다 보면 끝도없이 계속 적을 것 같아서 일단 여기서 그만...^^

=== Also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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