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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모바일 세상이 열렸다. 현재의 생활이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여전히 아이폰이 가져온 큰 변화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변화에 즐겁게 동참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아이폰 이후에 안드로이드도 실질적으로 만들어졌고, 아이패드와 태블릿이라는 영역이 개척되었다. 삼성은 피쳐폰의 제왕 노키아를 가볍게 누르고 어느새 핸드폰 마켓의 강자로 굴림하게 되었다. 애플과의 특허 전쟁은 실질적 침해 여부를 떠나서 삼성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영원한 우군처럼 보이던 안드로이드의 구글이 견제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이건 국내 언론의 과장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아이폰의 등장 이후로 업계의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있었고, 우리같은 일반 소비자들은 모바일 세상을 즐기고 있다. 물론 여전히 PC정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런데 문득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실질적으로 세상이 정체된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의 트윗을 남겼다. 설명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서두에 아이폰 등장 이후의 많은 변화를 얘기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그저 아이폰 조정기 또는 적응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같다. 세련화 과정을 혁신 과정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혁신 모델을 설명하는데 점진적 개선 incremental improvement와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폰은 분명 당시로써는 파괴적 혁신이었다. 그런데 한번의 큰 파괴가 발생하면 그 이후 오랫동안 그 파괴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그 수습의 기간 동안 적응해나가는 몸부림이 점진적 개선이다. 서두에 말했던 수많은 변화들이 새로운 파괴를 일으켰다기 보다는 그저 파괴 이후의 개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큰 지진 이후에 계속 이어지는 작은 여진들과 같다.

아이폰 이후의 5년을 잘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아이폰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안드로이드가 되었건 윈도우8이 되었건 아니면 타이젠이 되었건 실질적으로 iOS와 별반 차이가 없다. (어느 OS가 더 낫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삼성 LG HTC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의 수많은 제조사들에서 쏟아져나오는 스마트폰들이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카테고리를 파괴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애플의 아이패드도 실질적으로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조금 확장했을 뿐 실질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는 애플의 iWatch나 구글 Glass도 딱히… 그렇다. 이미 우리는 손목시계를 그저 장식용 악세사리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안경은 여러 모로 불편하다. (지난 밤에 글의 초안을 적었는데, 밤새 올라온 The Joy of Tech에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것같지 않다는 거다. 여전히 아이폰 이후의 에코시스템에 우리는 갖혀있다.

The Joy of Tech. http://tapastic.com/episode/2316

앞서 말했듯이 많은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파괴는 없었다. 물론 어느 곳에서는 새로운 파괴가 일어나고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비유가 이상하겠지만, 2004년도의 쓰나미, 2011년도의 쓰나미 이후로 많은 쓰나미 경보를 발행했지만 실제 눈에 띄는 쓰나미가 없었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로 그런 혁신 또는 파괴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없다. 어느날 갑자기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듯이 또 어느날 갑자기 우리 손에 새로운 혁신이 놓여있을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 미래의 일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아이폰 이후의 정체기를 겪고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카피하거나 개선한 수많은 것들이 쏟아진다. 아이폰이 규정해놓은 스마트폰의 정의에 충실한 아류들이 쏟아졌다. 만약 아이폰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또는 더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또는 다른 모바일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현실적으로는 시기가 더 늦어졌거나 열등한 제품들에 여전히 만족하고 있겠지만… 포드의 모델T이후의 자동차의 외관과 기능이 비슷해졌던 것이 하나의 혁신이 세상을 얼마나 획일화시켜버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방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혁신은 모방의 자식이 아니다. 수명이 다 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파괴다. 혁신이 그런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우리는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지낼 것같다. 혁신이 혁신을 정체시킨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자유가 있다. 각성하라.

(2013.03.05 작성 / 2013.03.15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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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reeover.tistory.com BlogIcon FreeOver™ 2013.03.15 13: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아이폰은 있던 시대와 없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2. Favicon of http://solarhalfbreed.tistory.com BlogIcon ludensk 2013.03.16 23: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과연 지금을 정체되었다고 해야할까요?
    제 주위에는 아직 스마트폰의 기능을 카톡이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아직도 적응하는 중인게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3.03.16 23: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폰이 설정한 것 이상의 제품/혁신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S4까지 나왔지만 5년전 아이폰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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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포스팅에서 종종 언급했었고,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바로 혁신 innovation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지난 주 <나는 꼽싸리다>에 나오신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쳐지나갔던 생각을 간단히 적으려 합니다.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현실.
박원순 시장님께서 지난 1년 동안의 다양한 치적들을 언급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서울시정을 하시면서 많은 난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시가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장님께서 그렇게 자주 언급하신 해결책들이 과연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시장님께서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전임자가 망가뜨려놓은 많은 것들을 바로 잡아놓으셨습니다. 때로는 참신한 방법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셨지만, 실제 많은 해결책들은 -- 편견 또는 정파적 이해 관계를 배제해서 생각하면 --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누가 시장이 되었더라도 당연히 했어야 했을 법한 시도들이 혁신적인 시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런 당연한 해결책들이 혁신으로 받아드려지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시장님이 단행한 작고 당연한 시도들이 혁신으로 인식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왜곡되었고 또 여러 사회 정책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상식을 가진 자를 국가의 위정자로 뽑아야 한다는 점을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특정 소수의 눈치만을 보면서 그들의 이득만을 대변하는 이는 국가의 대표, 수장으로 선택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그들의 이득에 반하는 모든 국민들이 당연하게 누려야할 많은 것을 국민들로부터 빼았을 것이 뻔합니다. 지난 5년의 기억을 되새겨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그런 비극이 계속됩니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혁신이라고 말할 때는 '거창하고 이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엇'정도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만을 혁신으로 받아들입니다. 애플의 제품발표회 이후에 '더이상 애플제품에는 혁신이 없었다' 류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혁신은 그런 단절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개선 incremental improvement도 혁신의 일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경영학 서적에서는 점진적 개선에만 치중하다가 결정적인 퀀텀점프의 기회를 놓쳐버린 다양한 사례들을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합니다. 당연히 경영학 책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다루며 시대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다뤄지는 것이 모두는 아닙니다. 파괴적인 대박 아이템만을 쫓다보면 현실에서 간단하게 개선할 수 있는 수많은 작은 아이템들을 놓쳐버립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준비하면서도 작은 개선책들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시장이나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들을 바로 세우고 실천해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삶에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거창하고 크고 전혀 새로운 것만아 혁신이 이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개선을 실천하는 것도 혁신의 행위입니다.

상식이 바로 선 사회에서는 시장님의 치적들이 혁신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들을 실천해 나가면서 삶에 변화를 주는 것도 또한 혁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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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혁신은 왜 경계밖에서 이루어지는가 Seizing the Whitespace (마크 W. 존슨)'을 읽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뻔합니다. 책에서 말한 Whitespace, 즉 현재의 주력부분이 아닌 영역을 개척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within, 외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yond, 그리고 중간에 있는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tween을 발견하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가치명제 customer value proposition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익창출공식 profit formula를 정의해서, 그것에 맞는 핵심자원과 핵심프로세스를 수립해서 기업이 고객과 자신에게 가치를 전달하도록 하면 된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를 할려고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혁신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법'이라는 챕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예화를 들고 있습니다. 개의 품종을 개량해서 고품종 개육성 업체인 도그코프 DogCorp라는 성공한 회사가 있는데, 고양이 품종육성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용하지 못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렇게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로막는 3가지 전형적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 Non-dog dilemma
  •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 Dogging the cat
  • 고양이를 직접 공격 (Attacking the cat? - 책에 영어 설명이 없네요.)

 먼저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는 기업이 기존에 주력하던 사업영역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꺼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잠재가치를 파악도 하기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존의 것과 다르다라는 사실을 파악하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심을 끊어버려서 유야무야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미니컴퓨터에서 두각을 내던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과 PC사업에 실패한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즉, PC는 기존에 주력으로 삼던 미니컴퓨터와 다른 제품입니다. 그래서 최사는 PC개발비용에 20억 달러이상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PC시장에 너무 늦게 진출해서 지금은 회사 자체가 사라진 경우입니다. 다른 사례로 코닥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닥은 인화용 카메라 필름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최초로 필름없는 카메라, 즉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필름이 필요없는'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기존의 주력상품인 필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그것을 상품화하는데는 너무 늦어서 지금 (디지털 사진이 주력이 된 상황에서)은 법정관리 (파산지적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원천특허는 코닥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애플이나 삼성 등의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요구하고 있는 소송도 진행중입니다. 기술과 특허는 가지고 있지만 기업 자체는 이제 역사 속으로...

 두번째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는 말 그대로 고양이 자체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특성을 고양이에 투영시키는 오류입니다. 그러다보니 개를 닮은 고양이를 만들어버려서 고양이의 특수한 성질을 잃어버리고, 고양이 시장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채게서 제시하는 예시는 미군에서 10여명의 군인을 가볍고 빠르게 작전 지역으로 수송하는 무장 병력 수송 차량인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 Bradley Fighting Vehicle의 실패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10여명의 군인을 빠르게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전차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 수송인원은 6명으로 줄어버렸고, 정찰활동의 기동성을 위해서 외피를 가볍고 약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바람에 폭탄 한방에더 쉽게 파괴되는 "병사는 수송할 수 없는 수송차량이자, 정찰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눈에 잘 띄는 정찰차량이자, 제설기보다도 철갑이 얇지만 워싱턴DC의 절반을 날려버릴 만큼 충분한 탄약을 장착한 유사 탱크'로 만들어졌습니다. 총 17년의 개발기간과 130억달러 이상이 투자되었지만, 초기의 무장병역수송차량에서 (쉽게 파괴되는) 유사탱크가 되어버려서 사업이 실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직접 공격'은 기존에 자리를 잡은 부서들이 자신들의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격하는 형태입니다. 어찌 보면 코닥의 경우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책에서는 HP에서 개발하던 키티호크 Kittyhwak라는 1.3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모바일 기기에 작은 하드디스크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물론 현재는 플래쉬 메모리로 대체되는 추세임), 1990년대 초반에는 1.3인치라는 작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던 상황입니다. 닌텐도 게임보이나 PDA 등의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소형 하드디스크라는 새로운 시장인데, 정작 기존 부서들은 PC에서 사용할 3.5인치 하드디스크에 초점을 맞추느라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도 못하고 소형하드디스크 사업을 접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렇듯, 성공을 경험한 기업들은 (또는 시장 지배자) 종종 기존의 사업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영역 개발에 주저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님이 자주 말하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하드디스크사업 (5인치 -> 3.5인치 -> 2.5인치 -> 1.3인치 -> 플래쉬/SSD)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새로운 파괴적인 기술은 초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품질도 좀 떨어지고 어떻게 보면 시장성자체도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개선되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다보면 그런 (초기에) 조잡하던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을 완전히 잠식해버리게 됩니다. 성공을 맛봤던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영역을 지키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된다.' 어쩌면 '하나를 버리면 하나 이상을 얻게 된다'입니다. '모든 창조 행위의 시작은 파괴다'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의 성공이 미래의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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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적 사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걸로 귀납법 Induction과 연역법 Deduction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귀납법과 연역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에서 귀납법이나 연역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건 대강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먼저 사전의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귀납법: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로서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연구 방법을 이른다. 특히 인과 관계를 확정하는 데에 사용된다. 베이컨을 거쳐 밀에 의하여 자연 과학 연구 방법으로 정식화되었다. (위키사전더보기)
연역법: 연역에 따른 추리의 방법. 일반적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추리 방법을 이른다.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상 필연적인 결론을 내게 하는 것으로, 삼단 논법이 그 대표적인 형식이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모든 지도자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도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하는 따위이다. (위키사전더보기)
 위의 사전 정의는 좀 모호하게 적혀있지만,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귀납법은 많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고, 연역법은 일반 모델에서 특수 사례들을 유추해나가는 것이다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귀납법은 해보니깐 매번 이런 결과가 나오니 앞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이고 연역법은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이미 알려졌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풀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를 매번 이것은 귀납적으로 풀어야지 아니면 이번은 연역적으로 풀어야하지라고 명확히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한가지 방법으로 일반화나 특수화를 시도하기도 하겠지만, 때론 이를 적절히 썩어가는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고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인 경우에는 전자로도 해결되겠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의 복잡한 문제들은 후자의 방법이 적용되리라 봅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또 회사에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제 경험을 종합해보면 저는 보통 귀납적 연역법 Inductive Deduction을 이용하는 것같습니다. 말이 좀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이와 비슷하리라 봅니다. 즉, 수많은 사례연구를 통해서 특정 모델을 정형화한 후에, 그 모델에 따라서 새로운 문제에 적용해서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앞서 말한 수많은 사례연구는 초기과학에서처럼 수많은 실험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출판된 수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두루 셥려해서 여러 개념을 배운 후에,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그런 개념들 중에 한두개를 꺼집어 내서 적용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OK이고 나쁘면 또 다른 도구들을 꺼집어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수많은 연구사례를 수집해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 귀납법이고, 그런 '익혀진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에서의 결론을 미리 짐작해보는 것'이 연역법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반 연구자들은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같습니다. 물론, 게중에는 뛰어난 실험자들은 수많은 반복실험/실패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던 초기과학자들도 많이 있고, 소위 천재과학자/수학자들로 알려진 일부 천재들은 머리에 갑자기 떠오른 개념을 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끈기를 가졌거나 천재적 발상의 소지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귀납적 연역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해갈 것같습니다. 어느 유명한 과학자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앞을 본다'라는 말을 했듯이 그런 거인의 어깨가 귀납의 결과이고, 앞을 보는 것이 연역이니 그 과학자도 원론적으로 귀납적 연역의 범주에 속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렇게 귀납적 연역에 대해서 줄기차게 설명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약 한달 전에 어떤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금 찾으려니 찾기가 어렵네요. (추가: 아래 댓글로 알려주셨듯이 이종필님이 적은 '천안함.광우병.4대강.. 들러리가된 과학'입니다.) 글의 요지는 MB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발생한 여러 사건들 - 광우병, 4대강,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사건 - 등에서 과학이 실종되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정에서 과학적인 진실보다는 처음부터 짜놓은 각본 또는 결론에 맞추어서 주변 증거들을 맞추어서 결론을 도출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다'라는 결론에 부합될만한 증거들은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거나 반대되는 생각들은 모조리 무시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이런 과정에서 들어난 사고방식을 굳이 따지자면 '연역법'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에 따른 증거를 찾아가고 심지어는 증거를 조작해서 처음에 세운 결론을 증명(?)하는 것이니 연역법입니다. 앞서 말했듯, 연역법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천재들만의 장난감이 연역법입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는 귀납적으로 접근해서 결론 (북한의 어뢰공격)에 이르렀다면 지금까지 사회를 시끄럽게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설픈 연역법으로 빨리 사건을 덮어버리려했기에 사태가 더욱 커지는 것같습니다.

 앞서 말한 칼럼 (MB정권에서의 과학적 방법의 실종 - 과학적 방법은 '귀납적 일반화'로 보시면 될 듯)을 보며, 제가 지난 수년동안 저지른 잘못을 회상하게 됩니다. 말했듯이, 저의 연구방법이 대부분 귀납적 연역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논문을 쓰기에 앞서,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 결론에 맞는 증거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연구나 논문을 마무리했던 것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과정이 참 쉬웠습니다. 결론을 증명해줄 데이터를 수집해서, 결론에 맞는 결과만을 논문에 실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데이터의 조작만큼이나 데이터의 임의선별은 연구자에게 범죄행위와 같습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는 처음에 생각했던 결과들이 잘 나와서 논문/연구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충동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데이터의 조작이나 임의선택문제를 꺼내면 그 이전의 여러 사태들 (황우석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전/현정부의 선별적 데이터/여론 활용 등..)도 모두 들추어야할 것같네요. ... 다행히 저는 결과가 좋았지만, 제가 사용했던 방법이 너무 위헙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물론, 연역법의 모태가 될 수많은 개념들과 모델들을 습득하는 지나한 귀납적 과정을 거쳤지만, 어렵게 얻었기 때문에 또 너무 쉽게 사용해버린 것같습니다. 지금 다시, 만들어진 결론의 증명이 아니라 증명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결론을 도출하려니 너무 힘듭니다. 귀납적 연역에 너무 익숙해서, 완전 귀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참 어렵네요. 많은 경우, 귀납적연역은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그래도,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한 귀납적 사고에 더욱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연역적 사고에도 문을 열어둬야 합니다. 그런 연습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이제껏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이론/프레임워크/패러다임 위에서 존속적혁신 sustaining innovation만을 추구하며 만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파괴적 혁신/창조 disruptive innovation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귀납적 방법에 익숙해지고, 또 연역적 방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대로된 귀납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기초를 쌓을 수가 없고, 연역에 서툴다면 첨단을 달릴 수가 없습니다. 귀납적연역이 (나름) 쉬운 방법이지만 그런 쉬운 과정에서 새로움을 찾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새로운 이론/패러다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오거나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인사이트가 없으면 얻을 수가 없습니다. 시행착오는 귀납이고 재치는 연역입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연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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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obiho.com BlogIcon dobiho 2010.06.19 2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읽었습니다. 언급하신 기사는 이종필 연구원이 쓴 <a href="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7739">[시 각] 천안함·광우병·4대강… 들러리가 된 ‘과학’ </a> 이 아닌가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0.06.20 11: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그 기사가 맞습니다. 다시 찾아보려니 없어서 그냥 올렸는데 링크 추가해야할 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