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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성공은 성공의 최대 장애물이다.

지금 '혁신은 왜 경계밖에서 이루어지는가 Seizing the Whitespace (마크 W. 존슨)'을 읽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뻔합니다. 책에서 말한 Whitespace, 즉 현재의 주력부분이 아닌 영역을 개척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within, 외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yond, 그리고 중간에 있는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tween을 발견하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가치명제 customer value proposition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익창출공식 profit formula를 정의해서, 그것에 맞는 핵심자원과 핵심프로세스를 수립해서 기업이 고객과 자신에게 가치를 전달하도록 하면 된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를 할려고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혁신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법'이라는 챕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예화를 들고 있습니다. 개의 품종을 개량해서 고품종 개육성 업체인 도그코프 DogCorp라는 성공한 회사가 있는데, 고양이 품종육성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용하지 못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렇게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로막는 3가지 전형적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 Non-dog dilemma
  •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 Dogging the cat
  • 고양이를 직접 공격 (Attacking the cat? - 책에 영어 설명이 없네요.)

 먼저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는 기업이 기존에 주력하던 사업영역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꺼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잠재가치를 파악도 하기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존의 것과 다르다라는 사실을 파악하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심을 끊어버려서 유야무야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미니컴퓨터에서 두각을 내던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과 PC사업에 실패한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즉, PC는 기존에 주력으로 삼던 미니컴퓨터와 다른 제품입니다. 그래서 최사는 PC개발비용에 20억 달러이상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PC시장에 너무 늦게 진출해서 지금은 회사 자체가 사라진 경우입니다. 다른 사례로 코닥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닥은 인화용 카메라 필름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최초로 필름없는 카메라, 즉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필름이 필요없는'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기존의 주력상품인 필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그것을 상품화하는데는 너무 늦어서 지금 (디지털 사진이 주력이 된 상황에서)은 법정관리 (파산지적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원천특허는 코닥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애플이나 삼성 등의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요구하고 있는 소송도 진행중입니다. 기술과 특허는 가지고 있지만 기업 자체는 이제 역사 속으로...

 두번째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는 말 그대로 고양이 자체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특성을 고양이에 투영시키는 오류입니다. 그러다보니 개를 닮은 고양이를 만들어버려서 고양이의 특수한 성질을 잃어버리고, 고양이 시장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채게서 제시하는 예시는 미군에서 10여명의 군인을 가볍고 빠르게 작전 지역으로 수송하는 무장 병력 수송 차량인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 Bradley Fighting Vehicle의 실패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10여명의 군인을 빠르게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전차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 수송인원은 6명으로 줄어버렸고, 정찰활동의 기동성을 위해서 외피를 가볍고 약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바람에 폭탄 한방에더 쉽게 파괴되는 "병사는 수송할 수 없는 수송차량이자, 정찰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눈에 잘 띄는 정찰차량이자, 제설기보다도 철갑이 얇지만 워싱턴DC의 절반을 날려버릴 만큼 충분한 탄약을 장착한 유사 탱크'로 만들어졌습니다. 총 17년의 개발기간과 130억달러 이상이 투자되었지만, 초기의 무장병역수송차량에서 (쉽게 파괴되는) 유사탱크가 되어버려서 사업이 실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직접 공격'은 기존에 자리를 잡은 부서들이 자신들의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격하는 형태입니다. 어찌 보면 코닥의 경우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책에서는 HP에서 개발하던 키티호크 Kittyhwak라는 1.3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모바일 기기에 작은 하드디스크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물론 현재는 플래쉬 메모리로 대체되는 추세임), 1990년대 초반에는 1.3인치라는 작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던 상황입니다. 닌텐도 게임보이나 PDA 등의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소형 하드디스크라는 새로운 시장인데, 정작 기존 부서들은 PC에서 사용할 3.5인치 하드디스크에 초점을 맞추느라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도 못하고 소형하드디스크 사업을 접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렇듯, 성공을 경험한 기업들은 (또는 시장 지배자) 종종 기존의 사업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영역 개발에 주저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님이 자주 말하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하드디스크사업 (5인치 -> 3.5인치 -> 2.5인치 -> 1.3인치 -> 플래쉬/SSD)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새로운 파괴적인 기술은 초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품질도 좀 떨어지고 어떻게 보면 시장성자체도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개선되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다보면 그런 (초기에) 조잡하던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을 완전히 잠식해버리게 됩니다. 성공을 맛봤던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영역을 지키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된다.' 어쩌면 '하나를 버리면 하나 이상을 얻게 된다'입니다. '모든 창조 행위의 시작은 파괴다'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의 성공이 미래의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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