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직장인 사춘기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같은데, 주변에 방황하는 이가 있는 것같아서 글을 적습니다. 그에게 특별한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만한 깜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또 자격도 없기 때문에, 더우기 이 시기는 어쩌면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는 생각으로 시간만이 해결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경험과 다른 사람들의 환경이 모두 다른데 섯불리 내 경험이나 생각으로 그들의 삶과 생각에 침투하는 것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 이상의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스럽습니다.

직종이나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있는 IT 분야에서는, 특히 신입의 경우, 2년에서 3년 정도 특정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 일종의 사춘기가 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신체적/감정적 사춘기를 겪는 것은 아니듯이 직장 사춘기고 그냥 조용히 넘기는 경우도 있어서 일반화하기에는 위험하지만, 그래도 주변을 관찰한 결과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 회사에서 3년을 보내면 많은 것이 변합니다. 회사의 시스템에도 적응을 마친 상태이고 맡은 업무도 혼자 힘으로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주니어를 벗어납니다. 때로는 청운의 꿈이 산산히 부서져버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3년의 시간이 그렇습니다.

다른 회사나 업종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음에서는 근속을 기준으로 직원을 두부류로 나뉘는 것같습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입사해서 처음 2년을 넘기느냐 마느냐입니다. 입사해서 적응하지 못하고 1~2년 후에 바로 퇴사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반대고 3년을 넘기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주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있는 듯합니다. 최소 5년에서 10년, 또는 그 이상 근속합니다. (특히 다음의 경우, — 개인적으로 엄청 싫어하는 — 창업 공신들이 여전히 남아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신의 역할과 그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그 어떤 회사/국가/정권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냥 역사가 그렇다구요.)

3년이라는 시간이 그렇습니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견딜 수가 없는 오랜 시간이고, 적응한 사람은 이제 적응해버려서 새로움 또는 설렘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시간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져들이기 적당한 시간이고 말했듯이 꿈이 희석돼버리기에도 적당한 시간입니다. 업무에 익숙해지니 새로운 일이 들어와서 전혀 새롭지가 않고 도전적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이제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큰 회사들은 그렇겠지만 그저 시스템에 기대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큰 비전이나 방향이 없는 조직에서는 나라는 개인에 대한 가치 또는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3년 동안 인맥도 충분히 쌓습니다. 물론 넓은 인맥은 아닙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수도 제한돼있고 퇴근 후에 만나는 사람도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소수의 친한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친해진 사람들 중에 일부는 또 회사를 떠나서 다른 길로 갑니다.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 떠나야 하나?라는 고민도 해보고, 때로는 좋은 자리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부럽기도 합니다. 친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 이제 인맥의 공백도 생깁니다. 3~4년의 시간은 짧은 듯하지만 인생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장 3, 4년차를 사춘기라 부르면 적당할 듯합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비슷한 시기를 겪었지만 또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사춘기를 보내는 것같고, 어쩌면 권태기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신체적 사춘기 또는 요즘에는 중2병이 그렇듯이 그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하고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직장 내의 일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습니다.

바라건대 회사 내에 이런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회사 프로그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명확한 비전과 실행인 듯합니다. 적어도 내가 그 비전에 동참해서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적어도 직장 내에서의 권태로움을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이것도 개인차가 있는 것이고, 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나의 가치관이 다르면 또 무용지물입니다.

사춘기는 개인의 문제지만 또 사회/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권태로움이 모여서 회사 전체의 손실, 사회적 낭비가 됩니다. 개인 문제를 사회가 해결해주는 것이 쉽지도 않고 범위를 넘은 간섭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적절한 관심은 보여줘야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같은 식탁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는 식구다”라는 것을 인지시켜줄 필요는 있습니다.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연대감이 중요합니다.

혹시 비슷한 시기를 겪는 분들이 계시다면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결론/결심을 하든 방황이 너무 길면 모두에게 해가 됩니다. 깊게 고민하지만 길게 근심하지는 마십시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