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아침에 손재권 기자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이 나타나고 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시작된 생각입니다. 현대인들은 편리함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Give & Take 원칙에 대해서는 언급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나의 개인 정보 (데모그래픽 정보, 관심사 등)를 일부 포기하거나 충분한 수고 (각종 평점/라이크 및 리뷰 등의 활동)를 감내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서 새로운 버그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오늘도 비슷하게 편리함을 얻기 위해서 불편함을 감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생각이 꽂혔습니다.
현대인들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많은 기기들을 가지고 다닙니다. 편리함을 위해서 그런 불편을 감내합니다. 예전에는 대강 해가 중천에 뜨고 배고프면 그냥 점심식사를 하면 되었는데, 얼마 전까지는 손목시계를 항시 차고 다니면서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다시 스마트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핸드폰/스마트폰을 항시 들고 다니면서 시간을 확인합니다.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편리는 있지만, 무겁거나 귀찮더라도 그것을 항시 소지해야 한다는 불편을 감내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그런 편리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다닙니다. 지금 10년, 20년 전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하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예전에는 밖에 나갈 때 (남자들은) 지갑정도만 챙기고 나머지 열쇠나 동전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끝났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을 꼭 챙겨서 다닙니다. 혹여나 생체기가 날까 싶어서 남자들도 손가방을 챙기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화면이 넓을수록 들고다니는 수고는 더 커집니다.
서두에 소개한 글에서 구글글라스 얘기가 나왔을 때 이 글을 생각했습니다. 구글글라스를 이용하면 다양한 편리함이 있습니다. 사진 찍는 것도 간단할 것같고 몇 가지 생활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경이 불편하다는 것은 안경을 끼는 사람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런데 구글글라스는 보통 안경 이상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런 웨어러블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항시 접속하는 온라인 서비스들도 그렇습니다. 친구들의 근황도 확인하고 다양한 뉴스도 신속하게 받아봅니다. 그런데 내가 친구들의 근황을 확인하는만큼 반대로 내 근황을 페이스북에 알립니다.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를 포스퀘어로 체크인하고, 지금 뭘 먹고 있는지를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찍고,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페이스북에 마킹합니다. 항상 보고하는 불편함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보고의 이면에 늘 나 자신이 감시받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발적 피스토킹을 당하고 있습니다.
2보를 전진을 위해서 1보 후퇴하는 것은 전략적 판단이지만, 1의 편리를 위해서 2이상의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3.06.03 작성 / 2013.06.xx 공개)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