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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제4의 공간

지난 밤에 애플의 개발자컨퍼런스, 즉 WWDC 2013이 개최되었습니다. 예상되었던 하드웨어 두 종 (맥북에어와 맥프로)과 새로운 OS들 (매버릭과 iOS7)이 발표되었습니다. 국내 언론의 반응도 예상했던 '혁신은 없었다'로 도배되는 분위기입니다. 혁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제 관신밖이고, 어쨌든 두 OS가 공개되면 저는 당연히 업데이트할 것입니다. iOS7 발표 중에 'iOS in the Car'라는 발표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동차에 iOS가 설치된 모습

지난 번 Mary Meeker의 인터넷 트렌드가 발표되었을 때도 자동차에 주목해야 된다고 글을 적었습니다. (이전글링크) 다음의 컴퓨터 혁신은 거실 (TV)이 아닌 자동차가 맞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글을 적으려 합니다.

PC와 태블릿/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등에서 판도라 라디오의 소비가 3번째로 높다.

현재까지 컴퓨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컴퓨터의 발전은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 적합한 컴퓨터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수면 시간을 포함해서) 바로 가정이고, 다음이 직장/사무실입니다. 그런데 초기 컴퓨터는 매우 비쌌기 때문에 가정에서 오락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의 시작은 사무실이었습니다. 그런 사무실 컴퓨터는 이동이 필요없고 성능이 우수한 데스크탑이면 충분하고, 또 회의에 들고 다닐 랩탑이 중심입니다. 그 다음의 장소는 가정입니다. 오랫동안 데스크탑이 가정의 거실을 지켜왔지만, 최근 태블릿의 등장으로 이제 가정용 컴퓨터는 태블릿입니다. 사무실과 가정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 당연히 -- 야외입니다. 여기서 야외는 길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가정과 사무실이 아닌 제 3의 공간, 즉 카페나 식당 등의 이동하거나 잠시 머무르는 공간을 가리킵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많이 꺼내어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야외에 최적화된 컴퓨터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또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또는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꺼내어 쓸 수 있는 컴퓨터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데스크탑, 랩탑, 태블릿, 스마트폰은 사무실, 가정, 야외라는 장소에 최적화된 디바이스입니다.

국내의 사정과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집, 사무실 그리고 야외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자동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다음의 컴퓨터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합니다. 이미 자동차에는 컴퓨터에 준하는 많은 기기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웬만한 차에는 네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되고 있고, 블랙박스의 보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동차에 라디오와 대시보드가 갖춰져있습니다. 우선은 이런 자동차 부속장비가 더욱 스마트하고 다기능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운전 중에는 손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음성인식이나 동작인식/모션센서를 활용한 기술이 더욱 발전할 듯합니다. 지난 밤의 WWDC에서도 Siri를 설명하면서 자동차 얘기가 나왔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스마트 기기들이 자동차에 끼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가 컴퓨터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는 기계장치라기보다는 전자장치라고 불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전자장비들이 자동차 깊숙히 숨어있었지만, 이제 사람과 더욱더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같습니다. 지금은 아이폰 덱을 통해서, 블루투스를 통해서 연결되지만, 좀더 네이티브한 형태가 될 듯합니다. 구글이 준비중인 무인자동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화된 자동차를 상상해볼 수가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비해서 자동차가 가지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디바이스의 크기와 무게가 크리티컬하지 않다는 점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전원 공급이 된다는 점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무겁거나 부피가 크면 웨어러블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주 충전을 해줘야하는 단점이 있고, 용량의 한계 및 안정성 등을 이유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백업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동차는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가 컴퓨터로 진화하지 않더라도, 자동차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이동식 스테이션 역할을 해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운전하면서 현재 착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충전이 되고 데이터가 백업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개인 (이동식) 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밤에 집에 주차된 사이에 이동식/자동차에 저장된 데이터는 다시 집에 백업이 됩니다.

자동차는 참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완전히 개인화된 공간이기도 하고 또 공개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위치기반의 다양한 추천시스템과도 접목이 가능하고, 누가 타고 있느냐라든가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자동화 옵션 등도 상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자동차회사와 IT기업 간의 협업이 많이 늘어난 듯합니다.

(2013.06.11 작성 / 2013.06.12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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