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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ory

들리는 사진 보이는 소리

가끔 해변을 걷다보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 숲길을 걷다보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소리를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강렬한 한 장의 사진을 남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서비스를 생각해봅니다.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기지만 사진만으로 부족한 현장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장의 소리를 녹음해서 공유하자니 볼 수가 없어 (시각적) 재미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합니다. 그런데 동영상은 해상도에 한계 때문에 화질이 별로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상도를 높이면 파일 사이즈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작고 가벼워야 공유하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요즘의 어떤 서비스들은 애초에 해상도나 시간을 제한하기 때문에 큰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크고 선명한 사진과 함께 녹음된 소리를 함께 제공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냥 순간의 스냅샷과 함께 몇 초 간의 현장 소리를 담은 것입니다. 소리를 담은 사진 포맷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별도의 파일을 함께 플레이시킬 수도 있습니다. 동영상처럼 사진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것이 오히려 운치를 더 해줍니다. 동영상이 아닌 스틸 사진이 주는 묘한 매력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 현장의 소리가 입혀진다면 사진이 마치 살아난 듯한 착각을 줄 것같습니다. 사진과 소리를 동시에 공유하는 그런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제주에서의 삶도 이제 6년째입니다. 비자림을 걸으면서 바람소리를 보여주고 싶었고 알작지의 파도소리를 보여주고 싶었고 오일장의 사람소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만 지금을 회상하게 된다면 늘 아쉬울 것입니다.

자연이나 풍경에만 사용이 국한되지 않습니다. 생일 등의 여러 기념일 축하 메시지도 이렇게 사진을 곁들여서 보낼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찍으면 뭔가 쑥스러운데 그냥 잘 나온 스틸 사진에 전화하듯이 목소리만 입혀서 보내는 것입니다. 콘서트에서 라이브도 이렇게 공유할 수가 있습니다. 동영상처럼 사진과 소리를 싱크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사진 따로 찍고 소리를 따로 녹음해서 하나로 보내면 됩니다.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사진 슬라이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라이브나 뮤직비디오가 아닌 음악동영상 생각해 보면 됩니다.

동영상이 줄 수 없는 사진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소리를 입힌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2012년 7월, 위의 동영상을 찍은 날 생각했던 것을 이제서야 적습니다.)

(2013.03.14 작성/ 2013.03.21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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