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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ory

그래프서치를 통해 본 관계형 검색

페이스북이 그래프서치 Graph Search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사용신청을 한 사용자들부터 점진적으로 기능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어제부터 그래프서치 기능이 On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그래프서치를 발표한 직후에 취미가 같은 친구나 친구가 다녀간 식당 등을 검색하는 게 유용할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글 (원문 '정말 "하이킹을 좋아하는 내 고향 출신 사람" 따위가 궁금할꺼라 생각했던걸까...')에 그냥 장난삼아서 그래도 'hot girls nearby me'라는 검색은 해보지 않겠느냐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기능이 On되자마자 정말로 'hot girls nearby me'를 검색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처럼 'Females who live nearby' 등으로 유사한 의미의 그래프서치에서 반응하는 쿼리패턴을 변환시켜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이 쿼리변환을 보면서 옛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참고로, 제 주변에는 hot girl은 없는 걸로 결론났습니다.

'hot girls nearby me'를 입력하면 'females who live nearby' 등을 추천해줍니다. 현재 그래프서치에서 반응하는 패턴으로 자동변화시켜주는 모습과 객체와 객체 간의 관계를 이용해서 탐색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검색기능을 강화시키면 제대로 된 소셜검색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트위터나 G+ 등도 존재하지만 현재 가장 크고 활발하게 사용되는 SNS는 페이스북이니 페이스북만이 그나마 구색을 갖춘 소셜검색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래프서치를 선보인다는 기사의 제목만을 봤을 때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실제 구현된 기능을 보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위의 지인이 언급했듯이 처음에는 재미로 친구들이나 그들의 활동/관심사를 검색해보겠지만 꾸준히 사용해볼까? 또는 이게 비즈니스적으로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통적인 정보 및 검색의 관점에서 친구나 그들의 활동이 정보로써의 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초에 구글에서 기대했던 것을 페이스북에게 기대했던 것이 잘못임은 알지만, 소셜검색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떨쳐버리기 힘듭니다.

이번에 페이스북이 선보인 그래프서치는, 엄밀히 말해서, 소셜검색이라기보다는 관계형검색이라고 칭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더 엄밀히 표현하면 '관계형 탐색'이 맞을 듯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런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를 뜻합니다. 사물이라고 표현했지만 더 중립적으로 Object로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Object는 당연히 사람을 포함해서 사람의 활동, 다녀간 장소 등의 모든 객체를 뜻합니다. 처음 소셜검색을 생각했을 때는 친구나 관심있는 사람이 적은/공유한 글을 찾는 것인데, 그래프서치에서는 그런 정보화된 글/문서가 아니라 사람이나 장소 등의 객체를 찾아줍니다. 아래의 검색결과를 보면 여러 가지 조건으로 사람을 찾아주는 것, 책 영화 학교 등과 같이 페이스북의 개인설정에 지정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것, 그리고 식당 등의 장소를 찾아주는 것 등으로 구분되어있습니다. 검색옵션에서 보여지듯이 이런 객체들이 다른 객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검색범위를 좁혀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TEND THIS SEARCH와 Discover Something New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는 그래프서치의 다양한 기능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련된 듯합니다.)

그래프서치에서 사람을 검색했을 때

그래프서치에서 장소를 검색했을 때

그래프서치에서 사물을 검색했을 때

그래프서치에 반응하는 쿼리패턴을 보면서 대학원시절 공부했던 시맨틱웹이 떠올랐습니다. HTML과 XML에 더해서 웹의 모든 객체들 간의 관계를 표현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RDF와 OWL이 떠올랐습니다. '객체 A는 객체 B에 속한다'와 같이 표현해주는 RDF/OWL의 문법이 그래프서치에서 'A의 친구' 'B에 살고 있는 친구' 'C가 좋아하는 식당' 'D에 있는 식당'과 같이 객체와 객체 그리고 이 관계를 설명해주는 동사로 이뤄져있습니다. 위의 화면에서 'my friends who live in jeju city'의 경우 FRIEND와 JEJU CITY를 LIVE로 연결/관계시켜주고 있습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책/식당도 같은 패턴입니다. RDF/OWL이 연구되기 시작한 시맨틱웹으로써의 모습을 페이스북이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객체와 객체를 연결해서 설명해주고 찾아주는 것은 시맨틱웹이 구현하고자 했던 초보적인 모습인 듯합니다. 물론 위에서 보여지듯이 페이스북에서 지정한 몇 가지 타입의 사물이나 장소 등에 대해서만 구현되어있습니다. 웹 및 그 속의 모든 객체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어처럼 구조화된다면 어떤 모습이 가능할까?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래프서치가 소셜검색의 모습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지만, 적어도 시맨틱웹 또는 시맨틱서치의 모습에 대한 실마리는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서두에 보여줬던 예시에서 'hot girls'를 'females'로 변환하는 것 (물론, 이건 그냥 동의어로 등록된 것으로 보임)이 일반적인 모든 객체에서 작동을 한다면? 또는 모든 (관계를 설명하는) 동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프서치가 아직은 초보적인 모습입니다. 앞서 말했이 대상 객체가 한정되어있습니다. (전통적인 검색의 관점에서 객체와 관계를 색인화시키고 찾아주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3개 이상의 객체가 모였을 때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제주에 있는 식당'을 찾고 싶은데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객체가 일반화되지도 정형화되지도 않았습니다. 책을 찾고 싶은데, 서점 페이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모든 책이 페이스북 내에 객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런 특정 타입의 객체를 찾기 위해서는 페이스북같은 범용SNS보다는 기존 2.0시대의 버티컬 서비스들이 소셜화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입니다. 

아직은 그래프서치가 페이스북 메뉴바에 나오듯이 "Search for people, places and things', 더 엄밀히 말해서 제한된/기지정된 사람, 장소, 사물만을 검색할 수 있지만, 시맨틱웹의 비전이 구현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구글이 웹1.0 또는 웹2.0시대의 정보를 탐색하는데 최적화되었다면, 페이스북이 웹3.0 또는 시맨틱웹의 탐색으로 진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전에는 페이스북 내에 갇힌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구글이 페이스북을 시기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프서치 및 그 이후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왜 구글이 페이스북을 그토록 두려워했는지를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2013.02.24 작성 / 2013.03.05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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