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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쉬운 길 옳은 길

TV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됩니다. 요즘 그런 경우가 바로 마의입니다. 이병훈PD님의 스타일이 뻔해서 비판도 많이 듣지만 고대 이후로 서사구조에 큰 변화가 없으니 뻔해도 그냥 계속 보게됩니다. 지금 마의는 파상풍과 주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백광현의 사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자의 목숨이 경각에 있어 극의 긴장을 돋웁니다. 스스로 마루타를 자처하면서 치료법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치종지남이라는 의서로 무장한 떠돌이 광인의 대결이 다음주에 전개될 예정입니다. 오늘 (2/12 화) 마지막 장면에서 백광현이 독이 강한 약재대신 재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극의 전개를 봐서는 이제까지의 치료법이 모두 치종지남에 적힌대로인 듯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의 치료법도 치종지남에 적혀있는 것인지는 다음주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치종지남에는 독성이 강한 약재를 사용할 것이 적혀있어서 허약한 세자가 제대로 견뎌내지 못해서 떠돌이는 큰 화를 당하고, 주인공이 찾아낸 시료법은 싸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처방전이 될 것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치종지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그랬다면 주인공은 별로 고민도 해보지않고 그냥 서적에 나온 대로 처방을 내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스승의 침술로 지혈을 하고 염탕수를 찾아내는 과정도 없이 쉽게쉽게 치료를 했을 법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치료는 무사히 마쳤지만 의학/과학에 새로운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책에 적힌대로 또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행동한다면 쉬운 길을 가는 것이지만 더 큰 발전과 전진을 가로막는 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쉽고 안전한 길이 정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에 메이면 새로운 곳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매일 다니던 큰 길에서 잠시 벗어나 샛길에서 만나는 우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봐야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큰 길로 가면 가장 빠르고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길로만 가다보면 새로운 곳을 만날 수가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지 못합니다. 만약 큰 길로만 다니던 사람이 큰 길에 사고가 나서 길이 막혀버리면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샛길도 이용해봤던 사람이면 그런 유사시에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샛길이 지름길인 경우도 있습니다. 모르는 곳을 방문했을 때는 네비나 지도를 보면서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친근한 주변에서는 다양한 루트를 개발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움을 만나게 됩니다. 지식의 축적의 축적이 지혜의 내면화를 방해하면 안 됩니다.

오늘 마의 마지막 장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주인공이 치종지남을 가졌다면 치종지남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출어람청아람 (靑出於籃靑於籃)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승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에 머물면 안 됩니다. 극에서 대척점에 있는 이명환이 기존의 사고와 지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처음부터 치종지남이 존재했다면 주인공은 그저 치종지남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예측이 맞다면 치종지남의 시료법은 어린 세자에게는 맞지 않은 방법일 듯합니다. 그저 어른들을 임상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진 방법일 듯합니다. 떠돌이는 그저 책에 나온 것대로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다가 결국 화를 당할 것이다는 너무 뻔한 전개입니다. 예측은 여기까지...

좋음은 위대함의 적이다라는 말은 늘 명심해야 합니다. 검증된 방법은 검증된 문제에만 적합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많은 것들은 그렇게 딱 정형화된 경우가 적습니다.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그래서 좋은 것이지만 그래서 또 화를 끼치는 것입니다. 프로세스에 너무 의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프로세스가 만들어진 이유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프로세스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면 변형된 문제에서는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늘 새로운 문제를 만납니다. 레퍼런스는 레퍼런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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