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종욱 찾기'
영화 '김종욱 찾기'는 아련한 기억 속의 첫사랑의 연인인 김종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도 그런 김종욱같은 사람이 있다. 물론 이 글에서 김종욱을 첫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글의 기본 내용은 오래 전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결정적으로 글로 표현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모든 전문가가 전문가는 아니다'라는 문장이 문득 떠오른 때다. 그렇다. 이 글에 말하는 김종욱은 나만의 전문가를 의미한다. 그저 유명하고 권위가 있는 인물이 아닌 내 주변의 전문가를 찾는 프로젝트가 바로 코드명 김종욱이다. (물론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어느날 우리에게 찾아온 이후로 다양한 서비스들의 역습을 경험했다. 1996년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다. 그 전에 OT기간동안 포스비라는 학내 사설BBS에 계정을 먼저 만들었던 것같다. 고퍼는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유즈넷은 가끔 사진이나 폰트를 찾는다고 이용했던 적도 있다. 지난 달 서비스를 종료한 나우누리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1학년 겨울 방학 즈음해서 HTML을 배워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푹 빠지기도 했고 JAVA라는 언어를 배운답시고 책부터 구매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홈피에 방명록을 붙인다고 CGI소스를 다운받아서 설치했던 것도 반평생 전의 이야기다. 그러던 중에 요즘도 많이 사용하는 웹메일이 등장하고, 웹기반의 커뮤니티와 지식서비스가 나왔고, 또 블로그라는 개인미디어는 홈피를 집어삼켰다. 웹2.0이라는 마케팅 용어 이후로 지금의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서비스들이 인터넷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을 다닐 때 만들어졌던 인터넷 1세대 그리고 대학원 이후에 나온 인터넷 2세대가 현재는 공존하고 있다. 인터넷에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길어졌다.
인터넷의 많은 서비스들의 핵심은 데이터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메타/통계 데이터 등)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있다. 단순히 컴퓨터 화면/브라우저상에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만족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데이터의 정렬에 관한 것이다. 검색에서는 랭킹이라 불리고 다른 서비스에서는 추천이라고 불린다. 사람이 직접 관여해서 운영되는 경우도 존재하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자동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많은 서비스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결국에는 이 랭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로 집결된다. 구글은 페이지랭크를 선보이면서 인터넷의 절대강자가 되었고, 페이스북은 엣지랭크를 선보임으로써 유용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했고, 아마존은 개인화 추천이란 것을 선보였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로 랭킹을 제대로 해결한 기업들이 결국 탑랭크되었다. 역사가 말해주고 또 말해줄 것이다.
랭킹. 문제는 참 단순한데 답은 꽤 복잡하다. 인터넷의 절대 반지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구했지만 손에 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구글이 그랬고, 페이스북이 그랬고, 아마존이 그랬다. 그러나 아직은 완벽하지도 범용이지도 않다. 그래서 여전히 희망이 있고 새로운 웹도라도 (웹 엘 도라도)를 발견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저 웹 세상에서는 구글이 평정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구글이 그저 컨텐츠와 집단지성을 이용하고 있을 때, 새로운 경쟁자들은 컨텍스트에 주목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트위터는 시간을 공략했고 페이스북은 인간을 공략했다. 포스퀘어가 공간을 지배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공간정보는 그냥 범용이 되었다. 아, 소위 지식서비스라 부르는 Q&A도 구글의 거대한 알고리즘 틈 사이로 사람을 집어넣은 것이다.
랭킹이나 추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까지 사용되는 방법은 구글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집단지성, 지식iN으로 대표되는 전문지성 (일단, 답변자들이 전문가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지인지성이 있다.
집단지성.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말 (클레이 셔키의 책 제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선택을 했다면 '좋다' 아니 적어도 검증되었다라고 볼 수가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곳이 구글과 아마존이다. 구글은 다량의 문서 네트워크에서 암묵적인 인커밍 허브를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해서 이를 페이지랭크라 불렀다. 아마존은 상품 구매자의 평점을 활용해서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히 아이템 기반의 관련 컨텐츠는 이후 유튜브의 관련 동영상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외에 이베이의 판매자 평판 시스템도 명시적 집단지성을 잘 활용한 예다. 문제가 있으면 대중에게 물어보면 된다. 각자의 능력과 지식은 미흡할지 모르나 모이면 정답에 가까워진다. 물론 문제의 답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일반적으로) 가정 하에 그렇다.
전문지성. 요즘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그냥 구글에 검색해보거나 트위터/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리지만, 예전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전문가를 찾아가는 거였다. 물론 유명한 전문가를 우리가 직접 만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개념적으로는 그런 만남의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아니, 우리 모두가 아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야의 고수들을 만날 수 있다. 개념적으로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사받는 시스템이 지식iN 또는 Q&A 서비스다. 물론 현재 인터넷에는 숨은 고수들이 많지만 사이비도 많다. 특히 마케팅/홍보로 오염된 경우가 많다. 어쨌든, (신뢰할만한) 전문가가 있다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아프면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보지만, 병원을 찾는 이유도 가운을 입은 의사가 전문가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진짜 천재를 만나 고급의/정확한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집단지성보다 낫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그런 이를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지식에도 집단지성이라는 투표수나 공감수 등을 믹싱한다.
지인지성. 사실 일반 대중에게 묻거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엄마한테 물어보는 거다. 엄마가 갑이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의 친구들의 조언을 듣는다. 친구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는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많이 알기 때문에 전문지식은 아니지만 친밀한 답변을 해줄 수가 있다. 나에 대한 컨텍스트 정보가 없는 전문지식이나 대중의 지혜가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너무 사소해서 전문가나 대중들에게 묻기가 부끄러운 경우도 있다. (물론 검색하면 대부분 나오지만… 구글은 신이니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이를 파고든다. 페이스북의 엣지랭크가 친구와의 친밀도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대중성에 기반을 두고, 전문지성은 객관성에 기반을 두고, 지인지성은 친밀성에 기반을 둔다. 최근의 서비스들은 이들 모두를 잘 활용하는 듯하다. 어떠한 형태로든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 의해 검증된 지인의 진솔한 전문지식을 답변으로 얻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집단지성이라는 대중적 검증과 전문지성이라는 신뢰하는 출처, 그리고 지인지성이라는 개인적 친밀감을 더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래서 김종욱이 필요하다. 나와 아는 사람 중에서 검증된 전문가 김종욱을 찾는다. 프로젝트 김종욱. 참 복잡할 것같다.
(서론은 길지만 본론과 결론이 짧은 것이 내 글의 특징이다.) 검색이나 추천에서의 랭킹/순위는 다른 말로 관련성이라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입력한 키워드와 나의 처지에 맞는 검색결과, 그리고 나의 개인적 취향에 맞는 제품/컨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관련성이다. 그런데 이 관련성은 3가지로 세분화된다.
- 첫번째는 질문자 (나)와 답변자 (너) 사이의 관계다. 지인 네트워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관심사로 묶인 관계일 수도 있다. 같은 물건을 구입했던 사람,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 같은 기분/처지를 공유하는 사람 등등의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이 온다.
- 두번째는 나/질문자의 관심사다. 답변은 나의 관심에 맞아야 한다. 아무리 전문가의 답변이더라도 또는 99%의 대중이 선택한 것이더라도 나 개인의 관심사와 맞지 않는다면 전혀 쓸모가 없다. 관심사는 평소 누적된 나의 행동에서 얻을 수 있다. 평소에 검색했던 검색어목록, 작성했던 글, 자주 읽는 기사, 또는 자주 가는 곳 등의 평소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나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답변자의 관심사도 파악이 되어야 한다. 나의 관심사는 질문의 컨텍스트를 제공해주지만, 답변자의 관심사는 답변자의 전문성을 확보해준다.
- 세번째는 너/답변자의 관점이다. 관점은 다소 불명확한 개념이다.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답변만으로 부족하다. 답변자가 어떤 관점으로 그런 답변을 내놓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답변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예를들어, '강정 해군기지의 문제점'이라는 질문에, 찬성론자는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부작용을 축소시켜서 답변을 줄 것이고 역으로 반대론자는 필요성/당위성보다는 환경파괴나 공동체파괴 등의 극단적 부정성을 강조하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관점도 어필이 되어야 한다. 답변의 뉘앙스가 나의 관점에서 벗어난다면 답변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질문자의 관점이 나와 똑같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상대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답변을 주는지가 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결론적으로 전문성의 가진 지인이 나의 관점에 맞는 답변을 해주면 베스트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전문가를 김종욱이라 부르기로 했다. (여담. 회사 내에 동명의 인물이 있긴하다. 과연 그가 답을 하사해주고 떠날 것인가?)
프로젝트 김종욱의 결과물이 소셜Q&A 서비스인 Quora나 Aardvark 등과 닮았다. 그러나 Q&A 서비스는 온디멘드 On-Demand다. 즉 누군가 질문을 하면 그제서야 지인 전문가가 답변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김종욱은 Q&A보다는 검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답변을 지인 전문가의 예전 글에서 찾아주는 것이다. 물론 현재 변화된 상황에 맞는 답변을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건 검색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래도 비동기식 Q&A가 줄 수 없는 즉시성의 장점이 있다. 현재가 지나면 현재의 관심사도 없어진다. 아드바크의 초기 조사에서 응답시간이 수분 내로 매우 짧았다고 한다. 그러나 몇 시간, 며칠 이후에야 답변을 얻는 경우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인터넷, 특히 모바일 세상에서 사람들은 참을성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수초의 시간도 길다. 최근 페이스북이 그래프서치를 선보였다.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결국은 지인전문가 김종욱이 아니라, 김종욱이 전해주는 정보에 관심이 가는 것인 걸까? 영화에서도 결국 김종욱이 아닌 새로 만난 인연과 연결이 되었다. 김종욱은 구실일뿐...
(2013.02.02 작성 / 2013.02.14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