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가 아니지만 제 생각이 잘 반영... VentureBeat에 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블럼버그캐피털의 Jon Soberg의 'Why hiring B players will kill your startup'이란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B급 인재는 적당히 일 잘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처음 몇몇 일에 두각을 보이기 때문에 그를 신뢰하게 되고 그런 신뢰가 쌓여서 더 중대한 임무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셀프모티베이트된 A급 인재가 아닌 적당히 잘하는 B급 인재의 경우 전혀 새로운 또는 중요한 임무에서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런 중대한 임무를 결국 망쳐버립니다. 그냥 평균적인 C급 인재였다면 정형화된 현재 업무를 그냥 계속 맡기면 되고, 그 이하 D, F급 인재라면 알아서 나가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잘하는 인재의 경우 계륵입니다. 그냥 그런 업무에 계속 투입하기에는 재능이 아깝고, 그렇다고 중대한 신사업에 투입하기에는 조금은 못 미덥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문제가 정의되어있고 정형화가 되었다면 B급 인재들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겠지만, 급변하는 경영/서비스 환경에서 문제를 잘 정의하거나 정형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럴 시간도 많이 부족합니다. 때로는 문제 자체를 발견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업무에 B급 인재를 투입하면 결국 모든 것을 망쳐버립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은 정에 약합니다. 모 대기업들은 그냥 노동자는 거의 노예/버러지 취급을 하기도 하지만... (아, 불산. 반올림.)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사람을 잘못 뽑았더라도 계속 끌어안고 가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부하직원이 실수를 하면 '처음에는 다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확하게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부재합니다. 때로는 그의 능력을 잘못 평가해서 잘못된 업무를 줬나라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물론 상사의 실수로 잘못된 업무가 주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상사가 B급 인재임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것이 포용되는 환경은 결국 모두에게 해를 끼치게 됩니다. 좋은 게 좋은 거야는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그냥 평직원의 경우 그래도 B급 인재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될 가능성도 낮고, 그들에게 맡겨진 업무는 이미 정형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못 평가된 직원들이 팀장이나 매니저로 올라가서 B급 매니저가 되면은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주어진 업무에서만 두각을 드러내던 사람이 스스로 팀장이 되어 새로운 업무를 발굴해내야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우왕좌왕합니다. 처음에는 내 능력을 인정받아서 팀장이 되었다고 우쭐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만을 확인하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팀원과의 신뢰만 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빠져들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팀은 파국을 맞습니다. 좋은/친한 동료가 좋은 상사/부하직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적당히 말을 잘 들을만한 B급을 팀장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A급들은 자신의 능력이 좋다는 것을 자타가 모두 알고 있고 튀는 경우가 많아서 관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회사의 운명을 B들에게 맡깁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A들은 스스로 알아서 다 제 살 길을 찾아나섭니다. (나는 말 안 듣는 C.)
큰 조직에서 한두개의 팀이 망가지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의 기사처럼 스타트업에서 과대포장된 B급 인재는 그냥 재앙입니다. 팀의 운명이 아니라 회사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B급 매니저들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 정의하지 못하고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만들어놓은 것을 그냥 가져와서 자기 것인양 자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말연초가 되면 온갓 전략안이나 목표들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고민의 흔적보다는 표절의 흔적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B급 매니저는 A급 부하직원을 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B나 C랑 친하게 지내면서 그런 B급 그룹을 만들어버립니다. 스스로 잘 났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는 B의 한계를 명확히 봅니다. 그러나 자신은 그 한계를 보지 못합니다. 작은 성취에 도취되어 자신의 자만을 인식하지 못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조직은 망가진 이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가 되지 못할 거면 말 잘 듣는 C가 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냥 많은 이들이 C/D도 아니면서 자신이 A라고 착각하며 사는 것이 다소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 얘기가 아니라 기사에 그렇게 나와있습니다. 심한 의역이 들어가있지만...
(2013.02.07 작성 / 2013.02.18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