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포스팅에서 종종 언급했었고,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바로 혁신 innovation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지난 주 <나는 꼽싸리다>에 나오신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쳐지나갔던 생각을 간단히 적으려 합니다.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현실.
박원순 시장님께서 지난 1년 동안의 다양한 치적들을 언급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서울시정을 하시면서 많은 난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시가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장님께서 그렇게 자주 언급하신 해결책들이 과연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시장님께서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전임자가 망가뜨려놓은 많은 것들을 바로 잡아놓으셨습니다. 때로는 참신한 방법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셨지만, 실제 많은 해결책들은 -- 편견 또는 정파적 이해 관계를 배제해서 생각하면 --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누가 시장이 되었더라도 당연히 했어야 했을 법한 시도들이 혁신적인 시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런 당연한 해결책들이 혁신으로 받아드려지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시장님이 단행한 작고 당연한 시도들이 혁신으로 인식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왜곡되었고 또 여러 사회 정책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상식을 가진 자를 국가의 위정자로 뽑아야 한다는 점을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특정 소수의 눈치만을 보면서 그들의 이득만을 대변하는 이는 국가의 대표, 수장으로 선택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그들의 이득에 반하는 모든 국민들이 당연하게 누려야할 많은 것을 국민들로부터 빼았을 것이 뻔합니다. 지난 5년의 기억을 되새겨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그런 비극이 계속됩니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혁신이라고 말할 때는 '거창하고 이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엇'정도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만을 혁신으로 받아들입니다. 애플의 제품발표회 이후에 '더이상 애플제품에는 혁신이 없었다' 류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혁신은 그런 단절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개선 incremental improvement도 혁신의 일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경영학 서적에서는 점진적 개선에만 치중하다가 결정적인 퀀텀점프의 기회를 놓쳐버린 다양한 사례들을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합니다. 당연히 경영학 책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다루며 시대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다뤄지는 것이 모두는 아닙니다. 파괴적인 대박 아이템만을 쫓다보면 현실에서 간단하게 개선할 수 있는 수많은 작은 아이템들을 놓쳐버립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준비하면서도 작은 개선책들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시장이나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들을 바로 세우고 실천해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삶에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거창하고 크고 전혀 새로운 것만아 혁신이 이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개선을 실천하는 것도 혁신의 행위입니다.
상식이 바로 선 사회에서는 시장님의 치적들이 혁신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들을 실천해 나가면서 삶에 변화를 주는 것도 또한 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