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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태블릿은 언론을 구할 수 있을까? iPad, the Savier? No, Way.

 지난 4월에 아이패드 iPad가 소개된 이후, 신문 및 블로그에  '아이패드는 언론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식의 제목이 붙은 기사들이 빈번이 등장했다. 아이패드가 발표된 시점이 참 오묘했다. 인터넷이 처음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90년대에는 언론과 인터넷이 가까운 친구처럼 보였지만, 지난 10년동안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많은 무료 컨텐츠들의 범람과 뉴스의 생산을 담당했던 신문사들보다는 배포를 담당하는 인터넷 포털이나 검색엔진회사들에 힘/지배권이 넘어갔다. 그런 누적된 변화와 인터넷의 파고 속에서 언론사의 힘 (수익)이 급감하고, 또 최근 컨텐츠 유료화 논쟁 Paywall 및 구글차단 등의 이슈가 급증하는 시점에 iPad가 발표/발매되었다. 많은 주요 기성언론들은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그들의 구원자로 묘사하기도 하고, 아이패드가 선사해줄 그들의 옛 영광의 재현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아이패드가 발표/발매된지 반년이 넘은 시점에 기존의 다양한 e북리더기와 함께 새로운 많은 태블릿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성 언론들은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다양한 앱들을 앞다투어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쉬운 점은 아이패드에서 기존 종이신문과 웹사이트 이상의 아이패드 앱을 소개한 언론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기성 언론사와 함께, 또 다양한 중소 뉴스수집/분석 업체들도 창의적인 아이패드 앱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Pulse와 Apollo 앱은 기성언론사와 인터넷 뉴스 컨텐츠를 사용자들의 선호에 맞게 수집해서 보여주는 개인화 기능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더 최근에는 Flipboard라는 잡지보다 더 잡지를 닮은 앱도 소개되어, 많은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앱으로 Wired에서 유료 (다소 고가라는 평을 듣지만)로 제공하는 와이어드앱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저같이 단순히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한번정도 와이어드앱을 다운받은 사용자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후속 컨텐츠들이 첫 번째 것만큼 많이 팔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비단 아이패드 앱의 형태는 아니지만 마치 웹기반의 플립보드를 보는 듯한 Paper.ly같은 서비스도 페이스북 및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의 등장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속속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런 새로운 UI의 서비스들도 아이패드의 등장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같다. 모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아이패드를 위한 많은 언론/방송사앱들과 또 인터넷 뉴스를 수집해서 보여주는 많은 앱들이 존재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진짜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아이패드 = 언론의 구원자'인 것이 빈말은 아닌 듯도 하다. (죄송하지만, 관련된 뉴스나 앱들에 대한 링크는 걸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태블릿이 언론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류의 기사에서 간과해버린 부분이 있다. 바로 '언론 Media'과 '언론산업 Media Industry'의 구분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힘을 잃은 것은 목락한 것은 기성 '언론산업'이지 '언론'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 마치 대부분이 기사에서 '언론이 죽었다 Media is Dead'라는 식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건전한 언론산업이 없으면 제대로 된 뉴스 컨텐츠들이 생상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일차적으로 죽은 것은 언론이 아니라 언론산업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엄밀히 말해서 전체 언론산업의 몰락이 아니라 기성 '유료 언론산업'의 몰락 또는 기성 언론구조의 몰락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 인터넷을 주무대로 삼은 수많은 프로츄어 블로거들이 쏟아내는 컨텐츠는 날이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 이런 무료언론산업은 여전히 그 전성기의 끝을 볼 수가 없다. '언론산업의 몰락'이라는 측면에서 아이패드가 등장한 이후에 보인 많은 언론들의 기대 (구원자의 재림)는 헛된 것이 아닌 듯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아이패드/태블릿은 언론산업의 구원자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언론의 구원자일까? 단호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언론의 몰락 (앞서 (유료/기성)언론산업의 몰락이라고 했지만, 실제 언론 그 자체의 몰락도 우리는 목격했다.)은 인터넷 등의 기술에 의한 몰락이 아니었다. 어쩌면, 태생적으로 몰락된 상태로 우리/대중에게 소개된 것이 언론이었다. 왜 한국사회에서 '조중동'을 욕하는가? 조중동이 처음부터 제대로된 언론의 역할을 했던가? 조중동은 처음부터 죽은/몰락한 언론이 아니었던가? (조중동이 담당했던 언론산업은 과거에 번성했었다.) 언론의 몰락은 시대의 흐름, 기술의 흐름, 시민/대중 의식의 흐름과 전혀 무관하게 이뤄졌다. 언론산업의 몰락은 수익의 감소나 참여자 (기자 등)의 수의 감소 등의 객관적 수치로 측정될 수가 있지만, 언론의 몰락은 시각의 편향성이라는 주관성에 의해서 평가된다. 사실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전하는 것, 거짓을 사실인양 전하는 것,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내세워서 사람들을 속이는 것, 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누락시키거나 아주 작게 또는 하찮은 것으로 묘사하는 것, 작은 사건을 큰 사건인양 포장해서 정작 중요한 뉴스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언론의 몰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모든 것들이 언론의 탄생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 언론은 처음부터 죽은 상태였다. 내가 조중동만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진보 언론이라는 곳들도, 자신들의 이익이나 가치관에 맞는 기사들만 확대생산하지 않았던가? '언론이 죽었어요'가 아니라 언론은 원래 죽은 상태로 태어났었다. 비록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언론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아이패드와 같이 외부적인 기술이 아니다. "편향되지 않은 진실을 전달"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고, 그런 목적을 향해서 내면의 회심과 각성을 하는 것이 언론을 살리는 길이다. 기술은 절대 언론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 (언론산업의 구원자는 될 수 있을진 모르나...) 그러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살아있는 언론을 만들 의지가 없는 것같다. 그렇다면 조중동이 우편향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균형을 맞출 좌편향의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각성도 중요하다. '조중동 쓰레기'라고 말하면서 진보 진영의 뉴스만을 탐독하는 그대들도 '쓰레기'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래의 사진 (조금 혐오스러워서 크기를 많이 줄였습니다.)은 국내의 주요 보수 및 진보 언론사의 홈페이지 노출되는 광고들을 모아놓았다. Pop Quiz. 아래의 사진만 보고 어느 광고가 어떤 언론사의 것인지 구분을 할 수 있는가? 저는 도저히 구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공해수준의 낯뜨거운 광고들이나 혐오스러운 광고들이 현재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전통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보수진영의 언론사들도 비키니만 걸친 여성들을 이용한 광고들이 등장하고, 인간의 평등과 존엄을 강조하는 진보진영의 언론사들도 똑같이 비키니 여성들이 등장하는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 (물론, 현재 온라인 광고의 수주가 신문사 자체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기 보다는 중소 광고 에이전트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노출되는 광고의 수준이나 종류는 언론사에서 조정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광고비라는 유혹 앞에서 그런 기준이 전혀 없거나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잡지회사들은 기사의 신뢰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기사와 연관된 광고를 해당 기사 전후에 실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들어, 자동차 관련 특집기사를 내보내면 기사 전후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기사를 실지 않았다. 그런 광고들 때문에, 마치 기사가 해당 업체에서 스폰서를 받아서 작성된 기사인 것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구글은 이를 역행해서 돈을 벌고 있다. 어차피 구글로써는 기사의 신뢰성보다는 광고수익이 더 중요했으니... 자기네들은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며, 교묘히 빠져나갈테니...) 과거 (원래 죽었다고 표현하긴했지만, 그래도 옅은 숨이라도 쉬고 있던 시절)의 언론들은 언론의 본분인 신뢰성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 관련된 광고도 함께 실지 않으려고 했고, 독자들의 만족도를 위해서 혐오스러운 장면들도 자체 필터링해주는 노력을 기울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런 기본적인 자존심도 모두 버렸다. 언론산업의 몰락이 언론의 몰락으로 연결되었는지, 아니면 언론의 몰락이 언론산업의 몰락으로 연결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둘다 죽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언론산업은 아이패드 등의 외부기술에라도 의존할 수 있지만, 언론은 또 언젠가 나타날 구원자를 계속 기다릴 것인가? 구원자는 외부 기술이 아니라, 언론을 담당하는 모든 이들의 내면에 이미 존재한다. 그 내면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언론을 담당하는 모든 이는 비단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나 발행하는 언론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사/컨텐츠를 유통하는 인터넷 포털과 검색엔진 회사도 포함되고, 또 그런 기사를 소비하는 우리 모든 소비자를 포함한다. 의식을 가지고 뉴스를 소비한다면 언론사들도 어리석은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언론의 몰락은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였다.

국내의 주요 보수 및 진보신문사 홈페이지 광고 모음



 글을 마치면서, 아침에 영국의 가이언에 실린 기사하나를 링크합니다. 바로 John Naughton 기자의 'Good journalism will thrive, whatever the format'이라는 기사입니다.

 추신..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다가 모두 지우셨는데...) 제가 찌라시 스패머/어뷰저들을 '프로츄어'라고 부를만큼 관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취향에 따라서 사실/진실이 바뀐다면 그것은 애초에 사실이 아닙니다. 하나의 문제를 다르게 해석은 할 수가 있지만, 자기의 입맛에 맞과 과장, 왜곡, 누락시키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편향되지 않은'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봐야한다는 주장도 한 적이 없습니다. ... 그리고, 반론을 제기해주실려면 자신을 밝히고 또는 저의 반론을 펼칠 수 있는 통로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익명성에 숨어서 치고빠지기 식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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