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오랜 논쟁 중에 하나가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에 대한 논쟁인 성선설과 성악설일 것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하여 인간은 선한 본성을 타고난다고 시경, 주역 등의 경전에 꾸준히 주장하고 있으며 (백과사전), 반면 순자는 인간은 원래 악하며 선하게 되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백과사전). 서양척학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기독교/유태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문명에서는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이브의 에덴동산에서의 하나님/신을 거역한 원죄 Original Sin를 바탕으로한 원죄론, 즉 성악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껏 계속 IT쪽의 궤변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동서양철학을 논하려는 것도 아니고, 엔지니어로 자라난 제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이 기업의 본질/본성(?)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전의 저의 블로그 글이나 트위터의 내용들을 보면, 저는 줄기차게 기업은 원래 악한 본성을 가진 기업성악설을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태동기인 90년대의 향수를 가진 이들에게는 악한 기업의 대명사로 마이크로소프트 MS를 생각할 수 있으나, 현재는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 저는 구글을 주저없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구글의 'Don't be evil' 만트라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이제껏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준 많은 혜택들을 잘 알고 있지만, 기업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결국 구글도 성악설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차차 이어가겠습니다. (여러 번 밝혔지만, 저는 구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단순히 경쟁관계 (구글은 다음을 경쟁상대/라이벌로 생각하지 않겠지만)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구글을 무조건 까는 것이 아닙니다. 성악설에서 인간의 노력으로 선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업도 본질적으로 악하지만 돈을 벌면서도 선한기업이 될 수 있다라는 가장 큰 성공사례를 구글이 보여줄거라는 큰 기대를 가졌기에, 실망감이 더 큰 것뿐입니다. 참고. 회사/다음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엄청나게 욕하고 있으니 굳이 이 블로그에서 공개적으로 회사의 치부를 들어내지 않을 뿐입니다. 남의 회사만 욕하는 게 아니랍니다.ㅠㅠ)
기업의 존재 목적/이유를 말할 때 보통 '이유추구'라고 합니다. 이윤, 즉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입니다. 적당한 수익을 얻지 못하면 그런 기업은 망할 것이고 차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라는게 인간 세상의 악의 근원이 된지가 오래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단지 물질인 '돈' 그 자체는 악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걸 사용하는 인간의 욕심이 문제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의식과 생각이 없는 사물에게 인간사이 모든 악을 체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대게 욕심의 정도를 돈의 정도로 표현해도 별무리가 없을 것같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불러일으키는 돈에 대한 욕망이 여러 면에서 악으로 향하는 듯합니다. 어쨌던 다신 주제로 돌아와서, 기업의 목적은 이 돈을 최대한 벌어들이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기업의 역할일 듯합니다. 때로는 진짜 악한 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성악설의 예로 구글을 끼워넣는 것은 구글로써는 참 억울한 일입니다. 공적이었던 MS를 넣기에는 신선도가 떨어지고, 삼성을 말하자니 제 논리가 사라질 것같습니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도, 은행에서 그냥 찍어내면 되기는 하지만, 그 총량이 제한되어있는 일종의 재화입니다. 그런데, 한 기업에서 일정부분을 가져가면, 사회의 다른 곳에서는 그만큼을 덜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벤담을 비롯한 공리주의자들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외치면서 자유주의적 경제학을 옹호했지만, 한 기업의 측면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때론 사회 전체를 봤을 때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힘없는 다수와 무적의 소수만이 존재하는 곳이 벌써 이 지구입니다. 사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황금비율은 8:2, 5:3:2, 7:2:1 등의 모든 수치들이 보여주는 것도 강력한 하나 ONE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상한 얘기를 했지만, 요약하면 '돈'이 목적인 기업으로써는 돈을 버리기 전에는 선해질 수가 없는데, 돈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악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의문이 남습니다. 최근에 서점가에 쏟아지고 있는 그 수많은 경영학서적에서 다루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는 사회적 기업)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뭐냐?라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런 사회적 기업들 때문에 이 글을 적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모든 기업이 악하다고 했는데, 사람들에게 신망을 받는 그런 사회적 기업도 함께 사잡아서 악하다고 말하는 것이 될 수 있으니깐요.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무한히 선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한측면이 아닌 다른 측면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들도 여러 종류의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기업들보다 덜 악하다고는 말할 수 있으나, 너희들만은 선하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0을 기준으로 +는 선한기업, -는 악한기업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마이너스 '-'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놓더라도 아주 간혹 플러스 '+'를 가진 인류가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마이너스잖아요.) 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시 교수님이 적은 <슈퍼자본주의>라는 책입니다 (리뷰). 책에서 다루는 핵심 중에 하나가 바로 '기업의 목적은 사회선/공익의 실현이 아니라, 투자자/주주들의 사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연안에서는 석유시추를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이런 제한법안을 발효시킨 주체들이 수많은 환경단체들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는 이런 연안석유를 시추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수많은 오일콘체른들이라고 라이시는 말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제는 뉴욕을 중심으로한 동부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한 서부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아니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의 지부가 워싱턴DC에 있다. 왜 그럴까? 단순히 워싱턴 DC에 남아도는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워싱턴 DC가 미국 정치이 중심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등)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사무실은 (모두는 아니지만) 정부기관에 로비를 해서 더 많은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또는 국회나 백악관을 압박/로비해서 자신들의 사업체/방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지금 수많은 미국의 회사들이 워싱턴 DC에서 로비자금으로 수백만$을 허비하고 있다. 기술기업들도 마찬가지다. MS가 대표적인 로비기업으로 알려졌지만 (특히 90년/2000년대에 겪었던 반독점 때문에), 최근에 구글의 로비력도 대단하다고 알려져있다. 일례로, 2009년도에 구글이 정치로비에 $4M이상을 사용했다고 한다. (관련 문서)
기업의 본질은 악하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애꾸즌 구글을 너무 우려먹은 듯하다. 오해는 마시라. 착한 기업들도 간혹 있다. 그런데, 마치 어떤 기업은 절대 선이고, 다른 기업은 절대 악이다라는 식으로 기업생태계를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어차피 모두 자신들 (주주를 포함해서)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애플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다. 삼성의 어리석은 짓들을 욕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들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악한 방법을 택했을 뿐이지, 다른 기업과 다르지는 않다. 애플을 찬양하면서도 더 어두운 애플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지 않았던가? 다 그렇다. 모든 기업은 양면성이 있다. 한쪽이 더 짙을 뿐이겠지만...
늘 그렇지만, 제 글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기도 하고, 성급한 일반화에 이르기도 하고, 또 수사적 은유와 과장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동의도 필요없고 반대도 필요없습니다. 동의를 받으면 제 스스로 우쭐해질 것같아서 무섭고, 반대를 받으면 그 자체로 우울해집니다.
P.S., 중요한 코멘트: 이글을 적게된 계기가 늘 구글의 'Don't be evil'에 현혹되어서 무조건 구글은 선한 기업이라고 찬양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 있어서 늘 생각하던 주제였지만 (재미있는 기사. '애플은 추종 - MS, 구글 혐오 '광팬' 많다.'),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제공했습니다. 바로 다음탑이나 미디어다음에 들어가면 노출되는 광고들 때문입니다. 첫번째 짜증나는 광고는 동영상 광고입니다. 무조건 마우스가 광고위로 지나만 가도 큰 화면의 동영상이 실행되는 것입니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 close (X)를 찾지만 눈에 잘 띄지가 않습니다. 마우스클릭이 아닌, 단순 마우스오버에서 동영상이 실행되었다면 반대로 마우스아웃에서 동영상재생이 멈추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다음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고객들에게 보여준 대표적인 악행입니다. 두번째 광고는 조금 다른 내용인데, 로그인 사용자의 신상을 바탕으로 제공해주는 광고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음탑이나 미디어다음에서 성인남성이 로그인했을 때, 주로 듀렉스 콘돔광고와 히즈클린이라는 광고 (남성이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광고)입니다. 처음 한두번 정도는 그냥 웃고 넘어가겠는데, 짜증나는 광고가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그 짜증남이 배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상의 모든 광고에 대해서 다음 내부에서도 계속 비판을 하고 있지만, 쉽게 내려지지가 않네요. 공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선한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주는 것이 선한 기업이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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