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글들은 보통 사내 게시판/야머에 주로 올렸지만, 이제는 공개된 곳에서 더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사내에서도 누군가는 듣고 또 누군가는 무시했겠지만, 메아리가 없는 '야호'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어제 정보의 홍수 또는 컨트롤의 부재라는 주제의 두서없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 글을 올린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정보 또는 컨텐츠의 양이나 다양성이 상상이상으로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제 글의 논지는 그런 컨텐츠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주변을 멤돌던 것이 어떤 연유로 우리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우리가 그런 컨텐츠를 소비/가공할 제어권을 놓쳐버렸다는 것입니다.) 어제 글과 논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컨텐츠의 가치를 높여주었습니다. 전혀 우리와 무관해 보이던 정보/컨텐츠들이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할 필수품인 것처럼 포장이 되기도 하고, 또는 그것들을 무시해버린 큰 트렌드라는 줄기에서 소외될 것만도 같습니다. 지난 15년 정도의 인터넷의 역사는 컨텐츠를 생산해내고, 컨텐츠를 유통시켜주고, 컨텐츠에 가치를 부여하고,... '인터넷 = 컨텐츠'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주었습니다. 그래서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들은 컨텐츠를 찾아주는 주요 플레이어로 역할을 담당했고, 그래서 인터넷 초기 10년의 마일스톤을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SM의 초기부터 주요 플레이어였던 블로깅은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과 소비를 일반에 위임하는, 즉 여전히 '인터넷=컨텐츠'의 큰 줄기에서 설명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났던 생각과 트렌드였지만 2009년에 방점을 찍은 듯합니다. 바로 2009년의 핵심 이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인간 관계)였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실시간 미디어 및 검색 (시간)이었고, 포스퀘어드나 옐프 등과 같은 지역기반 서비스 (위치)였습니다. 그런데 잘 보시면, 이런 인간/관계, 시간, 그리고 위치라는 정보는 인터넷 초기에 다루었던 컨텐츠와는 뭔가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관계, 시간, 위치는 단순한 컨텐츠가 아니라 메타 컨텐츠, 즉 컨텍스트입니다. 2009년도에 이렇게 컨텐츠에서 컨텍스트를 더하는 작업의 원년이 된 듯하지만, 2010년과 이후에는 그 작업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고 어쩌면 관계, 시간, 위치 이외의 더 다양한 컨텍스트들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주로 몸담고 있는 검색그룹 (또는 넓게 인터넷 포털)에서도 이런 컨텍스트가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육하원칙 5W1H이 필요합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뒤쪽에 나열된 3가지 원칙은 전형적인 컨텐츠에 해당되고, 앞쪽의 3가지 원칙은 전형적인 컨텍스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에서 검색결과를 인물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거나 (인물 프로필),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재배치하거나 (뉴스 등) 아니면 지역에 맞게 재배치해서 (지역정보/지도) 보여주는 시도들이 진행중입니다. 지금 당장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많은 검색어들이 이 세가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검색페이지에서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 정보가 어떤 것들인지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바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인물프로필 또는 지역정보 또는 뉴스가 상단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음... 일단 '광고'는 제합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검색결과 페이지는 매우 정적으로 작성, 배치되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프로필이나 위치정보를 단순히 나열하고 시간 순으로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인물과 함께 그와 관계된 사람의 정보를 함께 보여주는 소셜검색, 아카이브된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서 진일보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글들을 바로 찾아주는 실시간검색, 그리고 내가 위치한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 (보통은 지역 상점 등)을 묶어서 보여주는 지역검색 등이 메이저 검색엔진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컨텐츠에만 집중하는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컨텍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컨텐츠들만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줍니다.
물론 사람들이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무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제서야 제대로된 컨텍스트 정보들이 가용해졌고 활용할 기술적 문화적 배경이 생겼다는 점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본인의 가장 큰 고민도 이런 컨텍스트 정보를 어떻게 잘 검색에 녹여낼 것이며 또 다른 컨텍스트 정보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3D (사람/관계 - 시간 - 위치) 컨텍스트 이외에 제 4의 4D 컨텍스트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일단은 보이는 정보부터 활용하겠지만, 제 4의 컨텍스트를 발견하는 분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고 또 그것을 적절히 검색에 녹여낸다면 검색=구글이라는 등식도 깨어버릴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오늘도 여전히 용두사미,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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