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듣는 소리 중에 하나가 읽고 관리해야할 기사/포스팅들이 너무 많다는 불평들이다. 본인도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 테크뉴스를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외국의 주요 언론사들의 기사트윗들을 필터링해서,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들을 읽고 리트윗을 통해서 또 전파/공유하는 일을 매일 빠짐없이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1000명 가까운 팔로잉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인생사에 관한 트윗들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읽어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이전부터 소비하던 포털뉴스나 다음뷰 등의 메타블로그 등 다양한 뉴스/정보채널에서 전달되는 정보/소식들을 틈틈이 읽고 검토한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더해서 다양한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찾는 작업이나 아니면 업무 등을 이유로 전달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검토하는 작업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생기면서부터 집이나 사무실을 벗어난 공간에서도 쏟아지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미국 라이코스 지사장님으로 계시는 임정욱님 (@estima7)의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정말 괴롭다'라는 포스팅을 보면 이런 정보홍수를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저의 이야기나 정욱님의 이야기는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러나 적어도 헤비 트위터러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긴 하다), 또 이런 정보의 홍수는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다라는 것도 알 수가 있다. 본인이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그 전보다 몇 배나 많은 양의 글들을 읽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숨길 수 없는 사실은 내가 트위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또는 트위터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런 무수한 정보/글들이 존재했었다라는 사실이다. 포털뉴스가 생겼기 때문에, 다음뷰와 같은 메타블로그들이 블로그 포스팅들을 모아주기 때문에, 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트윗들 때문에 없던 정보가 새롭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런 뉴스/글/트윗들은 원래부터 꾸준히 생성되었지만 내가 그런 서비스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부터 비로소 그런 글들이 내 앞에 나타나게된 것뿐이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렇게 정보가 쏟아지는 현상을 '정보 과잉' 또는 '정보 홍수'라고 표현을 한다. 본인도 최근까지는 그런 상투적인 표현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나름 제가 소비하는 정보량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정보홍수 때문에 괴롭다라는 식의 투정을 부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현재의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앞 문단에서도 이미 언급이 되었지만, 정보는 내가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부터 항상 그곳에 존재한다. 내가 포털뉴스를 보면서부터, 메타블로깅을 하면서부터, 트위팅을 하면서부터, 또는 검색을 하면서부터 없던 정보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누군가에 의해서 생성되었을 정보가 그저 내 눈 앞에 나타나게된 것이다. 내가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보가 홍수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무수한 정보들이 내 주위를 멤돌았는데 이제서가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고, 내가 인식하는 그것들만 정보인가? 그렇지 않다. 요점은 지금 새로운 정보의 홍수가 내게 밀려온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정보의 무더기를 그냥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뿐이다. 자, 다르게 얘기를 풀어가자면, 지금 당장 인터넷을 끊어버리면 정보의 홍수에서 해방될 것인가? 그렇다. 그래도, 정보의 홍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라는 주체가 그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 것이지 정보 자체가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정보의 홍수 Overabundance of Information'가 아니라, 그런 정보 (또는 유통 채널 등)를 감당하고 감내할 수 있는 '컨트롤의 부재 Absence of Control'이다. 급히 읽어야할 100개의 글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 100개의 글을 읽을 여유가 없는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런 100개의 글을 모두 읽어야 하는 우리의 강박관념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100개의 글이 10개로 줄어들었다고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100개의 글을 모두 읽을 시간과 열정이 있다면 100개의 글은 정보의 홍수가 아니다. 또는 우리가 100개의 글 중에서 우선순위가 낮거나 불필요해보이는 90개의 글을 버릴 수 있다면 또한 100개의 글은 정보의 홍수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정보의 양을 내가 감당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너무 쉽게 '정보의 홍수'라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덮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만약, 지금도 '정보의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고 계시다면, 그냥 그것들을 손에서 놓아버리세요. 정보의 양이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모두 움켜쥐어야 한다는 욕심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양과 다양성'이라고 정의한다면, 정보의 홍수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감당할 수 없음 out of control'이 더 중요하고 핵심입니다. 그냥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정보를 받아들이시고, 그 이외의 것은 그냥 버리십시오. We are not living in the era of information overabundance, but in the era of control ab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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