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철학자들 표지
책의 내용을 특별히 용약할 생각도 없고, 중심 사상이 뭔지를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한권의 책을 읽었다면 뭔가 남는 게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화된 나만의 생각에 대해서 조금 적으보려고 한다. ... 이책을 통한 나만의 결론은 경제사에서 성급한 예단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모든 경제학자들은 그들이 살았던 그 시대의 상황에 맞는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는 능하지만, 그들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돌파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학자의 면이 아닌 저자가 주장하듯이 철학자의 입장에서는 간혹 그들의 비전이나 세계관이 여전히 후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용학문으로써의 경제 모델에 대해서는 후세에 그대로 적용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모든 철학(?)들... 중상주의에 대항한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경제 미래에 대한 긍정론에 맞선 맬서스의 인구론이나 리카도의 견해,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측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선언, 자유방임으로 극해 달하던 시기에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케인스의 케인스주의, 그리고 큰 정부에 반대한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인 하이에크와 밀턴프리드먼 등... 모든 경제학자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에 대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 그들의 견해를 밝혔을 뿐, 그래서 그 시대에는 맞는 듯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이 제시한 이론들이 만능의, 보편의 진리는 아니었다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았던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본 자본주의의 암울한 미래는 인간 사회 내에 존재하는 자정능력을 못 보았다. 소련 등의 공산주의가 초기에는 성공하는 모델이었지만, 결국에는 공산주의의 또 다른 내부력에 의해서 몰락을 했다. 케인스주의가 대공황의 시기에 성공한 모델이었지만, 어쩌면 대공항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은 2차 세계대전에 따른 파생의 결과인 것같고, 또 7~80년대를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에게 대세를 넘겨주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신자유주의가 영원히 성공을 하는 모델인 것도 아님을, 지금의 국제 경제 위기를 통해서 여실히 보고 있다. 그리고 남미, 동구권, 아시아 전역, 이라크, 아프리카 등의 세계의 많은 곳에서 실패한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런 입장에서 지금 MB 정부의 그 맹목성은 참으로 무모하고, 욕이 나올만하다. 그렇다. 대공항 때 성공했던 모델을 지금 적용하려고 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도 안타깝다.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면 어쩌면 오바마 정권이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IMF 때 성공했던 전략을 지금 다시 꺼내들려고 하는 MB 정부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증상이 같더라도 이유가 다르고 처방이 달라야하는 것은 부지의 사실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책의 내용은 별로 였지만 나름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생각의 틀을 넓히면서 또 다른 생각의 틀을 만들어준 점에 대해서는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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