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모두 감정노동자다.
감정노동(자) emotional labor을 생각하면 콜센터에서 전화상담을 하는 분들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조금 더 확대하면 마트, 은행, 주유소 등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분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백과사전에서 감정노동을 찾아보면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참조. 위키백과 '감정노동')'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인서비스노동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부연 설명됐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생활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공통점입니다. 회사라는 조직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완전히 고립돼서 홀로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변에 동료들과 부대끼며 생활해야 합니다. 작은 이슈에도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관계가 파국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서로 양보하며 원만한 균형점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감정의 소모는 필연적입니다. 사회생활에서 감정을 잘 억제하는 사람이 원만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직장인은 감정노동자입니다.
감정노동의 특징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속여야 합니다. '감정노동'의 정의에서 보듯이 조직이 정한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때로는 일을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런 감정의 모방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릅니다. 유능해도 다혈질인 사람은 조직에서 프로로 대접받지 못하고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실력을 갖추고 감정을 속이는 또는 사람들에게 알랑방구나 끼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에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실력보다는 정치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면서 감정부조화가 생깁니다. 스트레스는 조화롭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적당한 업무 스트레스는 프로라면 감내해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감정 스트레스마저 감내하라고 주문합니다. 주문한다가 아니라 강제합니다. 개인의 감정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면 마치 초보자로 만들어버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긴급한 가족사가 생겼는데 방송 펑크를 내지 않은 것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방송인들을 종종 봅니다. 각자의 성향이나 취향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것이 사회 풍토가 될까봐 무섭습니다. 감정노동을 당연시 해버리고 우린 그것에 익숙하고 무뎌집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 그리고 인간이 행하는 노동... 그런데 감정노동에는 인간(성)이 없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은 힘을 내십시오. 우리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