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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제2의 인생은 어떻게?

지금은 변고가 없다면 짧으면 80세, 길면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주변의 회사들은 보통 50세 전후로 퇴직해야 합니다. 평균수명이 6~70세일 때는 65세 정년이었는데,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오히려 정년 시기가 50세 전후로 앞당겨진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회사에서 50세 전후로 은퇴한다면 나머지 3~50년의 시간에는 강제적으로 제2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그 3~50년의 시간동안 아무런 외부 도움없이 살아갈 수 있을만큼 재산을 모아두지도 못하기 때문에, 퇴직과 함께 또다른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 산술적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30세에 정규직 직장을 얻고 50세에 은퇴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20년동안 일을 할 수 있는데, 번 돈의 50%를 오로지 은퇴 후를 위해서 저축을 해놓는다고 가정하면 (물가 상승을 무시했을 때도) 은퇴 후에도 같은 소비 규모로 살아간다면 20년밖에 여유가 없습니다. 80세를 산다고 가정해도 10년을 경제력없이 더 버텨야 합니다. 밑에서 다시 적겠지만, 만성적인 고용불안, 최소 시급 및 비정규직, 무리한 육체 노동 등이 겹쳐지면서 버는 돈의 50%를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어제 (7월 25일, 토요일)은 제주의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태풍이 몰려오기 전이라서 하늘은 짙은 파란색이었고, 35도가 넘는 푹찌는 여름 날씨였습니다. 저는 어느 때처럼 사진을 찍으러 제주도의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아침에 축구를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 두명은 마을의 어느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한명은 개발서적을 읽었고, 다른 이는 경제학 서적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 세명의 다른 행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개발서적을 읽어서 새로운 기술을 익혀두는 것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인문학 서적을 읽어두는 것이 제2의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취미생활을 하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내일, 다음주, 다음달에 벌어질 일도 예측 못하는데 10여년 뒤의 인생을 미리 설계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지금 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데이터 마이너가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 나중에 사진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희박합니다. 그냥 다른 개발지식을 더 쌓아서 은퇴 후에도 프리랜서 개발자로 계속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제빵이나 바리스타같은 기술을 배워야할까? 참 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제주에서의 삶은 그래도 조금 여유롭습니다. 평일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이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적고 안식이 가능하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배움과 공부의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각자 마음먹기에 따라서 다양한 삶은 준비할 여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 등지에서 매일의 출퇴근이 또 다른 일이 되어버렸고, 저녁이나 주말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2의 인생을 위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 어쩌면 현실성이 없어보입니다. 특히 육체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저녁에 시간 내서 공부 좀 하세요라는 말할 수도 없고, 최저시급을 받는 친구들에게 미래를 위해서 번 돈의 일부를 저축하라고 조언할 수도 없습니다.

일부 성공한 또는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강제적으로 제2의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숙명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제2의 삶을 어떻게 준비할 수가 있을까요? 육체 노동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사람들, 지하철에서 1~2시간씩 모든 여유 시간을 보내버려야 하는 출퇴근족들, 미래의 기회를 최저 시급으로 바꿔버린 사람들,... 이들에게 제2의 인생이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여느 때였으면 그냥 밖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할텐데... 오늘은 그냥 방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치는 누리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한없이 몰려옵니다. 내가 글을 조금만 더 잘 적었더라도 작가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텐데 또는 사진을 조금만 더 잘 찍었더라도 사진작가로의 인생을 살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봤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저 미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제 3명이 취했던 다른 행동을 생각하면서 제2의 삶은 어떻게 준비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뭔든 공부하고 실력과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일단 로또라도...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모든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치부해버립니다. 문제가 개인의 것이니 해결도 개인이, 책임도 개인이 오롯이 져야 합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다시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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