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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경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경제학 용어가 몇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가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말 그대로 규모에 따른 경제성, 즉 규모가 커지면 경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A라는 물건을 하나만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이 1000원이라면, 같은 물건을 10개 생산하는데는 10 x 1000원이 아니라, 10 x 800원 정도 줄어들어서, 즉 개당 생산 단가가 줄어들어서 경제성을 띈다는 것입니다. 같은 물건을 100개를 생산한다면 800원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은 수량을 한꺼번에 생산한다면 더 큰 비용 절감을 가져옵니다. 단순히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비용은 하나를 생산하든 1만개를 생산하든 같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최초 제품 이외에서는) 그런 초기 비용이 없어 단가가 줄어듭니다. 기계나 공장 등의 설비 투자에서 이득을 얻기도 하고, 부품 구매 시에도 단품보다는 묶음으로 대량 구매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규모의 경제란 생산 규모/수량을 늘림으로써 생산 단가를 줄이고, 절감된 비용만큼 이득이 생기게 됩니다. 비용이 줄게 되면 개당 판매 금액도 할인해줄 수 있어서 소비를 늘려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는 시장의 크기에 따라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줄임으로써 가능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같은 부품을 대량으로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규모의 경제만큼은 잘 알려졌지는 않지만, 다른 유명한 용어로 '범위의 경제' (Economy of scope)가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생산 수량에 따른 생산 단가 인하로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범위의 경제는 생산 종류를 늘림으로써 경제성을 얻습니다. 얼핏 보면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범위의 경제는 단순히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투입된 설비나 (잉여)부품을 공유하는/재활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듬으로써 경제성이 생깁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브랜드와 외관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프레임/차체나 공통 부품을 이용해서 다양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것도 범위의 경제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A라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투자된 설비에 추가 투자없이 B라는 제품도 함께 생산한다면 B 제품을 위한 초기 설비 투자가 필요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생기게 됩니다. 

여러 종류의 공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공을 옮기기 위해서 바구니가 필요한데, 규모의 경제는 큰 바구니를 가져와서 많은 공을 한꺼번에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범위의 경제는 바구니에 우선 큰 공을 담은 후에 큰 공 사이에 작은 공들을 채워넣어서 많이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경제성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규모를 키우거나 범위를 넓힘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그래서 큰 규모의 공장을 지어서 대량생산을 하거나 큰 노력없이 다양한 품종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수고했습니다.

이런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가 제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서비스 업에서도 차이는 있겠지만 규모와 범위를 확장해서 경제성을 얻으려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도 어떻게 보면 규모를 키워나감으로써 더 큰 효용을 얻고 또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사람들끼리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서 게임 초대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은 범위의 경제 개념입니다.

서비스/IT에서도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라는 전통 개념이 잘 작동하지만, 더 크고 새로운 혁신과 파괴를 위해서는 또 다른 개념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래서 이름붙인 것이 '관점의 경제' (Economy of perspective)입니다. 범위의 경제도 전통적인 개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다른 관점으로 확장한 것이지만, 그런 규모와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를 만들어내는 것을 관점의 경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창조적 파괴 또는 와해성 기술들이 규모나 경제로 설명할 수 없는, 관점의 승리라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공유경제 또는 임대경제가 그렇습니다. 숙박업의 개념을 바꾼 Airbnb나 교통수단을 변화시키는 Uber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고 범위를 확장해서 이룩한 것이 아니라, 관점을 바꿈으로써 가능했습니다. 물론, 더 활설화시키고 산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 이후의 규모와 범위 논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시작은 새로운 관점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관점의 서비스/제품들이 쏟아질 것입니다. 그런 것에 빨리 적응해서/기생해서 적당한 가치를 얻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애초에 그런 새로운 관점을 장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저 관점의 경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규모의 부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점점더 관점의 경제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을 걱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점의 경제가 가능키 위해서 새로운 관점을 실현시켜주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Pixar의 존 레스터 John Lasseter가 말했던 'The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and the technology inspires the art.' 문구가 관점과 기술의 관계를 그대로 설명합니다. 관점은 기술을 통해서 실현되고, 기술은 관점을 통해서 가치를 얻습니다. 그러니 적당 기술이든 적정 기술이든 늘 준비된 자만이 스파크가 일었을 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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