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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두개의 맥락, 두가지 가능성

미리 밝히지만 이 글은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서 적는 글이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또는 시끄러운 이슈 중에 하나는 세월호 사고 (보다는 사건)의 희생자인 유민학생의 아빠로 알려진 김영오씨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이다. 여러 파생된 이슈 중에서 최근 회자되는 관련 이슈는 (이름을 적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만) 배우 이산씨의 망언과 그 밑에 달린 ‘황제 단식’이라는 댓글이다. 댓글을 단 장본인이 출연한 영화 보이콧 운동이 펼쳐져서인지 아니면 스스로 과오에 대한 뉘우침인지 모르겠으나 당사자가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는 사태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에 관련 이슈로 비슷한 기사 링크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서 페친의 페친이 적은 의견을 본 후에 이 글을 적는다. 요지를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으나 대강 정리하면 댓글의 장본인의 비루한 삶을 생각해보면 (그의 관점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면서 단식하고 있는 것이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데, 김영오씨는 스스로 목숨을 내놓으면서 투쟁/단식을 하는 것이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다. 댓글 장본인의 맥락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서 동감한다. 그러나 페친의 페친이 놓친 사안이 있다.

내용 content만으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내용을 둘러싼 맥락 context을 함께 고려할 때 내용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내용만으로 충분히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맥락 속에서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맥락이 없는 내용이나 단 하나의 맥락 속에 내용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즉, 하나의 내용을 둘러싸고 둘 이상의 맥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하나의 맥락으로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종결지으면 안 된다. 즉, 모든 맥락에서 내용을 파악해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위의 황제 단식 댓글도 적어도 둘 이상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이 사건은 워낙 민감한 이슈라서, 다시 말하지만 세월호 관련 여러 이슈나 페친의 의견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뿐이다.

댓글 장본인이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비루한 삶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지금의 단식투쟁은 어쩌면 황제 단식일 수도 있다는 페페친의 의견에 수긍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댓글 장본인의 삶이라는 맥락 뿐만 아니라, 다른 (더 명백하고 직접적인) 맥락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개인 공간에 나는 여지껏 주변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힘들게 살아왔는데, 지금 김영오씨의 주장이나 행동은 마치 보여주는 황제단식인 것같다와 같이 글을 적었다면, 페페친의 해석이 충분히 합당하다. 그런데 또 다른 맥락을 놓쳐버렸다. 그 맥락은 댓글을 단 원문이다. 단식에 대한 반응으로 (댓)글이 나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단식에 대한 글(원문)에 대한 반응으로 댓글이 달렸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나의 어려움 삶과 비교하면 지금 단식은 황제 단식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앞서, 원문에 동조하는 의미에서 황제 단식으로 조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단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지만,…) 장본인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을 으레 느껴야하겠지만, 더 가까이에 있는 맥락을 놓치면서 한 쪽 해석으로 굳히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특히 우리 대부분은 멀리 떨어진 제3자의 입장에 있는데, 한쪽으로 단정/치우치는 것은 늘 경계해야 한다.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모든 사건이 (김영오씨의 단식도, 이산씨의 비난도, 정대용씨의 댓글도) 정의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각자 (청자)의 가치관/세계관으로 각 사건에 대한 섣부른 가치판단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글에서 마치 페페친의 의견이 틀렸고 원문이라는 맥락 때문에 댓글 장본인이 아주 잘못했다라는 식으로 해석될 소지는 있다. 이것은 그저 글을 적는 수사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큰 사건일수록 노이즈가 많기 때문에 해석과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글을 적는 이유는 다중 맥락을 환기시키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내용에는 맥락이 존재한다. 하나의 내용에 하나의 맥락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중 맥락이 존재한다면 모든 맥락을 종합적으로 보고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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