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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제주라서 미안하다

어제 지인의 부탁을 받고 독서동아리의 토론회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서귀포시 남원에 있는 제주살래 (http://www.jejusallae.com)라는 곳인데, 독서동아리인데 협동조합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회원은 약 30명인데, 어제 모임만으로 판단하건데 제주로 이주해온 분들을 중심으로 친목 및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듯합니다. 제주에는 괸당이라는 토착민들의 끼리끼리주의가 있는데, 어쩌면 그런 것에 반해서 이주민들 사이의 공동체가 아닌가라는 오해 아닌 오해도 해봅니다. 
* 책을 좋아하고 제주 남원 쪽으로 이주하시는 분은 참가해보세요. 항상 열려있는 공동체고, 아래 사진처럼 길가에 그대로 개방되어 문턱이 낮습니다.

토론회 중... 초상권을 위해서 일부러 흐릿한 사진을 택했다는 것으로 인물 사진를 못 찍는 것에 대한 핑계를 대신한다.



말랑말랑한 독서토론회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전 설명을 하자면 모임 중에 입도한지 반년이 조금 지난 촛불부부가 있었습니다. MB정권 때 촛불집회에서 연이 되어 커플이 되신 분들입니다. 그러니 성향(?)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서울에 있는 또는 페이스북에 연결된 지인들이 대부분 비슷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부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그런 생각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그들은 제주에서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개인의 행복을 남에게 알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배낚시를 나가서 ‘나 지금 배낚시하러 왔다’라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고 미안해졌습니다.

지금 서울에 있는 지인들은 세월호 등의 여러 이슈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있고,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데… 그 중간에 ‘여기 제주’라는 행복한 모습을 사진을 생뚱맞게 공유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제주에 와서도 여전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지만, 나만 동떨어진 세상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죄스럽다고 합니다. 살벌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는 나는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은…

반은 좋은 목적으로 여러 사진을 가벼이 공유하고 있는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나는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

시절이 어려울 때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이상화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겠지만 봄이 봄이 아닙니다. 개인의 행복도 처참하고 잔인한 (이웃의) 현실 속에서 행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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