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가는 사람들

Gos&Op 2012.05.26 2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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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미치다'는 의미는 부정성보다는 긍정성을 더 많이 내포한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에서 'Here's to the crazy ones'의 Crazy와 거의 동급의 의미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렇더라도 전적으로 긍정성만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볼 수가 없다. 빛과 그림자는 한 쌍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회사 2층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스쳐간 생각이다. 옆의 사진은 그날 그때 찍었던 장면이다. 여러 글들을 통해서 나는 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밖을 봤을 때 여러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런데 왜 이들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났다. 늘 다양성이 최고다라고 말하면서도 또 너무 다양하게 따로따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이 최고가 맞나?라는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래도 여전히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지론에는 변함이 없다. 단, 그 다양성이라는 것이 필요에 따라서 서로서로 엮이고 하나로 집중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그렇다. 하나로 묶일 가능성이 없다면 다양성은 우리가 극복해야할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직후에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사진 속의 모두는 즐거워보였다. 즐겁게 자기가 선호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들은 미쳤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가는 것도 있지만, 늘 새로운 뭔가 놀이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그런 놀이거리를 찾기에 미쳐간다는 의미가 더 있다.

불과 2달 전에 GMC (Global Media Center, 지금은 다음의 자회사인 다음서비스의 직원들이 입주해있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GMC에서의 모습은 물론 서울 등의 대도시의 회사생활과는 많이 다르지만 지금만큼의 다양성은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한 무리의 숫컷들은 공을 들고 운동장에 모인다. 몇 명은 농구를 하고, 몇 명은 캐치볼 및 피칭연습, 펀고 등의 야구를 한다. 보통 여성이 다수인 무리 (팀 등)는 그냥 한 켠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간혹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있었다. 거의 이런 모습이 GMC에서의 모습이었다. 아, 그때는 공간 여건이 제한되어있어서 드립커피동호회는 활성화되었었다. 이 외에도 간혹 배드민턴을 친다거나 축구공을 가지고 논다거나 그리고 어디서나 담배를 피고 있다거나 등의 활동은 있었지만 놀이문화의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스페이스.1으로 이주한 후에는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또 새로운 놀이를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다. (참고로 GMC에서는 약 150~200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지금은 250~300명의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숫자가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더 다양해진 면도 있다.) 단순히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지금 점심/저녁식사 후의 모습은 이렇다. 사실 너무 다양해서 다 적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에서 보듯이 한 무리는 오피스 옆의 텃밭에 채소모종을 심거나 물을 주기에 바쁘다. GMC에서와 비슷하게 수컷들은 스포츠에 빠져있다. 농구는 디폴트이고, 이제는 족구를 하는 무리가 생겼고, 테니스를 치는 무리가 생겼고, 골프 퍼팅장에서 퍼팅연습족이 생겼고, 여전히 야구 피칭족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얻었다. (그러나 게이트볼장은 있는데 게이트볼을 하는 이는 아직 못 봤다.) 풋살도 빠지면 안 될듯하다. (내가 하는 거니까) 언제부턴가 잔디밭에는 프리스비를 주고받는 무리가 생겨났고, 주변의 경치나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찍는 이들도 생겨났다. 자전거를 타는 이도 있고 장난감 헬기를 날리는 이도 생겨났다. 그리고 주변에 탐험할 곳이 많아서 다양한 무리들이 산책을 선택한다. 어느날 갑자기 연을 날리는 이가 생겨났고, 또 며칠 후에는 스턴트 카이트 (위의 사진 중앙)가 등장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내 행사를 위해서 준비되었던 즉석 텐트를 가져와서 치고 시간을 보내는 이도 생겨났다. 건물 안에서는 탁구를 치는 무리, 포켓볼을 치는 무리, 테이블 축구를 하는 무리, Xbox나 PS3를 하는 이들도 생겼다. 테라스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이도 있고, 여전히 커피를 드립하는 이들도 있다. 책을 읽거나 (담배/커피와 함께) 수다를 떠는 무리를 굳이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달 전까지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억누르고 살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이 이들의 욕구를 터뜨려줬는지... 왜 이제서야...? 이들은 늘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기 위해서 혈안인 것같다. 그래서 이들이 미쳐간다고 표현했다. 마치 어제까지 즐기던 놀이는 오늘 또 하면 그냥 도태되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이들의 창조적 힘을 보는 것이 좋다. 늘 새롭고 다른 것을 찾고 갈구하는 모습이 좋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보기가 좋고, 다양한 것을 수용하는 것도 보기가 좋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을 우리가 기획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에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즐기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의 창조 에너지가 우리의 서비스에도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Just For Fun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조만간 그런 에너지가 모여서 More Than Fun으로 이어질 걸로 기대한다. 잉여는 단지 남는 시간, 허비하는 에너지가 아니다. 창조적인 잉여가 생산적인 잉여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며, 이 미쳐가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그리고 그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길... 몇 주 동안 고민하고 있는 Here's to the dreaming ones를 조만간 공개하고 피드백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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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물결은 뭘까?

Gos&Op 2012.04.07 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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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주 신사옥 (다음스페이스.1)에 꽤 넓은 텃밭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텃밭동호회도 생겼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자신만의 2~3평짜리 텃밭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도시촌놈/촌년들이라 밭을 가꾸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동행해서 씨를 뿌리기도 하고, 점심/저녁 식사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식물에 물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의욕적으로 텃밭을 가꾸는데 몇 년을 이렇게 가꿀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텃밭용 공간은 주어졌는데 지력도 별로 좋지 않고 초보 농부들에서 제대로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해발고도 350m의 중산간에 위치해서 평지와는 조금 다른 시기에 파종을 해야하는 것도 있고, 제주의 여느 지역과 같이 겉은 부드러운 흙인데 속은 돌이 많은 (지력도 약한) 돌밭이고, 모종을 옮겨심은 이후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서 처음 심었던 채소들은 거의 말라죽어가고, 또 지난번 강풍에 많은 채소들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더우기 주변에 노루가 돌아다녀서 채소가 제대로 성장하더라도 사람보다는 노루가 먼저 시식을 할 듯합니다. 초보 농부들의 처절한 사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Canon | Canon EOS 20D | Aperture priority | Partial | 1/250sec | 0.0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11:27 13:39:15

지금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 (앨빈 토플러의 부인)가 1993년에 적은 <전쟁 반전쟁>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2011년에 출판되어서 토플러의 신간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벌써 20년 전에 출판된 책이 이제서야 한국어판이 나온 듯합니다. 토플러 부부는 5년 전에 <부의 미래>라는 책도 출판했고 <권력이동> <미래쇼크> 등의 다양한 책을 출판했지만 그들의 대표 저서는 <제3의 물결>입니다. <전쟁 반전쟁>에서도 제3의 물결의 프레임 위에서 적혀진 책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이고,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이고, 제3의 혁명은 현재의 정보혁명을 뜻합니다. 전쟁의 개념이나 전략도 그 시기와 함께 변해왔으며, 미래의 전쟁 (경제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적은 책인 듯합나다. (아직 전반부만 읽고 있어서 책의 전체 내용은 잘 모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언젠가는 제4의 물결이 올까? 그리고 과연 제4의 물결은 뭘까?에 대해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대로된 실마리는 얻지 못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의 수천년의 시간이 제1의 물결 시기였고, 산업혁명 이후 수백년의 시간이 제2의 물결 시기였으면, 정보혁명 이후에 수십년이 제3의 물결 시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서 제4의 물결도 몰려올 듯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혁명은 3.2물결정도가 될 듯합니다.

제4의 물결은 전혀 새로운 것일까요? 아니면 순환이라는 자연 만물의 원리가 제4의 물결에도 적용이 될까요? 어쩌면 물결이 순환되어 다시 농업의 시대로 돌아가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형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겠지만... 제3의 물결의 정수에 있는 인터넷 기업의 직원들이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제3의 물결 이후에 다시 제1의 물결로 돌아간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정보는 만질 수도 없고 혼자 소유할 수도 없으니 어쩌면 자연스레 가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탐욕이 생겨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소유가 자신이 심어서 가꾸고 수확한 채소나 과일이 될런지도... 최근 귀농이나 전원주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심플라이프 Simple Life입니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비인간성에 지치고, 복잡함과 공해 등에 지치고... 도시라는 일종의 닭장 속에 갇혔던 삶에서 벗어나서 새롭고 더 넓은 세상을 갈구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입니다. (전에도 글을 적었지만, 도시의 생활은 복잡해보이고 시골의 생활은 간해보이지만, 도시의 삶이 더 틀에박혀있는 획일적인 삶이고 시골의 삶이 더 변화무상합니다.)

공해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얻겠다는 것은 소유욕에 앞선 생존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면 뭘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농사일을 해야할까요? (농사일이 어지간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피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전원주택을 구입 또는 신축을 하고 싶은 이유 중에 나만의 작은 텃밭 또는 정원을 갖추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조금 더 넓은 땅을 구한다면 내 한몸은 먹고 살 수 있는 음식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이미 근년 내에 퇴직을 하고 귀농을 준비중인 분도 있습니다. 정보화의 꽃을 피우고 있는 우리지만 마음 속에는 전원의 아름다운 주택을 지어서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또는 거창한 꿈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모두가 그것이 꿈이라면 제4의 물결은 다시 제1의 물결시대로의 회귀 또는 수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웃도 모르는 삭막한 공간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람 사는 공동체를 꿈꾸게 됩니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어쩌면 오래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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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편두통 때문에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약을 먹으러 갔습니다. 탕비실의 약상자는 아래와 같은 작은 서랍장입니다. 약이 섞이지 않기 위해서 각 서랍장마다 각기 다른 약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상자에 어떤 종류의 약이 들어있는지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설령 서랍을 열어서 내부를 보더라도 약품이 캡슐별로 개별 포장되어있기 때문에 약품 뒷면을 자세히 보기 전에는 각각의 캡슐/약품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약품 뒷면에 약품명이 적혀있기는 하지만 효능을 설명한 부분이 잘려나간 경우도 있고, 또 약품명만으로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의 경우 잘 알려진 감기약이지만, 구체적으로 두통에 효능이 있는지 아니면 몸살에 효능이 있는지 목감기나 코감기에 효능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약상자/서랍의 겉면에 '감기약' '두통약' '설사약' '소화제' '진통제'와 같이 효능을 알려주는 라벨을 붙여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약품상자를 갖다놓은 직원은 분명히 사내의 다른 직원들의 생활편의를 지원하는 것을 업무로 삼고 있을 것입니다. 즉, 그 직원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이 사용자들을 좀 더 잘 파악하고 배려를 해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햇습니다. 약을 종류별로 분리해서 넣어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을 더 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것도 담당 직원의 업무였을 것입니다. (처음에 서랍을 열어보기 전에는 약상자였는지도 몰랐음.) 그런데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만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들은 과연 외부 고객들을 만족시켜주고 있는가? 또는 그들의 작은 편의도 배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좀 과격한 표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과연 우리는 고객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큰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작은 필요까지도 파악해서 해결해주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가끔 내외부의 서비스들을 사용해보면서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서비스의 결과물이 엉망인 것을 자주 봅니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가 만들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꾸역꾸역 사용하지만 말고, 자신이 직접 사용할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많은 내부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 ('애용'이 아님)해줍니다. 그런데 진짜 그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서 이용하는 걸까요? 그저 자신이 그 서비스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홍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고객의 마음으로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서비스를 기획/개발한다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애용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PV나 UV 등의 가시적인 성과지표를 높이기 위한 불필요한 서비스나 기능을 추가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스파게티가 된 서비스말입니다.

최근에 다음의 본사가 제주로 완전 이전했고, 사옥도 기존의 GMC에서 첨담과학기술단지 내의 다음스페이스.1로 옮겼습니다. (참고. 다음 제주 신사옥 (다음 스페이스.1) 소개 Daum's Next Jeju Challenge) 신사옥의 문에는 아래와 같은 '당기시오 Pull' '미시오 Push'를 알려주는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이 표식을 보면 바로 밀어야할지 당겨야할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 다음의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이 버튼을 붙여놓으신 분의 작은 배려에 감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볼까요? 그런데 문마다 Pull/Push가 적혀있어서 좋은데, 두가지 다른 색상이라는 점이 이상합니다. 붉은색의 Pull/Push가 있고, 푸른색의 Pull/Push가 있습니다. 만약 푸른색은 Push 라벨에만 사용하고, 붉은색은 Pull 라벨 (또는 반대)에만 사용했다면 어땠을까요? 멀리서 걸어오더라도 푸른색이 보이면 자동으로 문을 당길 것이고, 붉은색이 보이면 밀어재칠 것이 분명합니다. 친절하게 Pull/Push 라벨을 붙여놓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더 직관적으로 일관성있게 적용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치 서두에 언급했던 약상자와 약상자의 라벨과 같이... 서비스나 표식에 일관성이 없으면 고객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사용자들은 이제 익숙해져서 큰 불편이 없을 수도 있으나, 새로 온 고객들은 일관성이 없으면 불편해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들도 UI/UX 측면에서 너무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서비스별로 버튼의 위치가 다르고, 폰트의 크기나 색상이 제각각입니다. 각각의 위치나 색상 등에 따라서 고유의 의미를 부여하고 일관되게 전체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서비스이의 역할입니다.

물론 당연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곳에 새로운 것을 배치하거나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창의성에서 창발성 Emergent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의 갇혀진 사고의 틀이 아닌 열린 사고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은 너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개념이나 패턴의) 일관성 Consistency은 획일성과 다릅니다. 위의 Pull/Push 버튼에서 색상과 문자/명령체계를 통일시키는 것은 획일성이 아닌 일관성입니다. 하나의 통일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명시/암묵적으로) 합의된 그런 컨벤션 Agreed Convention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런 것은 일관성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 예시를 보면서 나는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서 그런 일관된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게 됩니다. 신사옥으로 이주하면서 좋았던 점도 많지만, 신사옥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부주의/불편한 것들을 목격하면서 (위의 약상자나 푸쉬/풀버튼 이외의 것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분명 이 사옥을 설계건축하신 분은 건축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그가 건축의 외양이나 공법의 전문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전문가가 아닌 듯합니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거슬리는 작은 불편들을 조금만 더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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