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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제4의 물결은 뭘까?

다음 제주 신사옥 (다음스페이스.1)에 꽤 넓은 텃밭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텃밭동호회도 생겼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자신만의 2~3평짜리 텃밭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도시촌놈/촌년들이라 밭을 가꾸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동행해서 씨를 뿌리기도 하고, 점심/저녁 식사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식물에 물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의욕적으로 텃밭을 가꾸는데 몇 년을 이렇게 가꿀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텃밭용 공간은 주어졌는데 지력도 별로 좋지 않고 초보 농부들에서 제대로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해발고도 350m의 중산간에 위치해서 평지와는 조금 다른 시기에 파종을 해야하는 것도 있고, 제주의 여느 지역과 같이 겉은 부드러운 흙인데 속은 돌이 많은 (지력도 약한) 돌밭이고, 모종을 옮겨심은 이후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서 처음 심었던 채소들은 거의 말라죽어가고, 또 지난번 강풍에 많은 채소들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더우기 주변에 노루가 돌아다녀서 채소가 제대로 성장하더라도 사람보다는 노루가 먼저 시식을 할 듯합니다. 초보 농부들의 처절한 사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 (앨빈 토플러의 부인)가 1993년에 적은 <전쟁 반전쟁>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2011년에 출판되어서 토플러의 신간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벌써 20년 전에 출판된 책이 이제서야 한국어판이 나온 듯합니다. 토플러 부부는 5년 전에 <부의 미래>라는 책도 출판했고 <권력이동> <미래쇼크> 등의 다양한 책을 출판했지만 그들의 대표 저서는 <제3의 물결>입니다. <전쟁 반전쟁>에서도 제3의 물결의 프레임 위에서 적혀진 책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이고,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이고, 제3의 혁명은 현재의 정보혁명을 뜻합니다. 전쟁의 개념이나 전략도 그 시기와 함께 변해왔으며, 미래의 전쟁 (경제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적은 책인 듯합나다. (아직 전반부만 읽고 있어서 책의 전체 내용은 잘 모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언젠가는 제4의 물결이 올까? 그리고 과연 제4의 물결은 뭘까?에 대해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대로된 실마리는 얻지 못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의 수천년의 시간이 제1의 물결 시기였고, 산업혁명 이후 수백년의 시간이 제2의 물결 시기였으면, 정보혁명 이후에 수십년이 제3의 물결 시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서 제4의 물결도 몰려올 듯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혁명은 3.2물결정도가 될 듯합니다.

제4의 물결은 전혀 새로운 것일까요? 아니면 순환이라는 자연 만물의 원리가 제4의 물결에도 적용이 될까요? 어쩌면 물결이 순환되어 다시 농업의 시대로 돌아가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형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겠지만... 제3의 물결의 정수에 있는 인터넷 기업의 직원들이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제3의 물결 이후에 다시 제1의 물결로 돌아간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정보는 만질 수도 없고 혼자 소유할 수도 없으니 어쩌면 자연스레 가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탐욕이 생겨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소유가 자신이 심어서 가꾸고 수확한 채소나 과일이 될런지도... 최근 귀농이나 전원주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심플라이프 Simple Life입니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비인간성에 지치고, 복잡함과 공해 등에 지치고... 도시라는 일종의 닭장 속에 갇혔던 삶에서 벗어나서 새롭고 더 넓은 세상을 갈구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입니다. (전에도 글을 적었지만, 도시의 생활은 복잡해보이고 시골의 생활은 간해보이지만, 도시의 삶이 더 틀에박혀있는 획일적인 삶이고 시골의 삶이 더 변화무상합니다.)

공해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얻겠다는 것은 소유욕에 앞선 생존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면 뭘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농사일을 해야할까요? (농사일이 어지간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피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전원주택을 구입 또는 신축을 하고 싶은 이유 중에 나만의 작은 텃밭 또는 정원을 갖추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조금 더 넓은 땅을 구한다면 내 한몸은 먹고 살 수 있는 음식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이미 근년 내에 퇴직을 하고 귀농을 준비중인 분도 있습니다. 정보화의 꽃을 피우고 있는 우리지만 마음 속에는 전원의 아름다운 주택을 지어서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또는 거창한 꿈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모두가 그것이 꿈이라면 제4의 물결은 다시 제1의 물결시대로의 회귀 또는 수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웃도 모르는 삭막한 공간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람 사는 공동체를 꿈꾸게 됩니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어쩌면 오래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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