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 전부터 적으려던 글인데 이제서야 생각을 옮긴다. 많은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흐러면서 옅어졌기에 간략히 요약만 하는 수준으로 글을 마칠지도 모른다.
먼저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또는 공감부터 해야하는데... 참 애매한 개념이다. 사람마다 모두 좋은 사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테니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좋은 사진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냥 여기서 좋다는 것은 아마추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좋네'정도의 반응, 어쩌면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like를 가볍게 눌러줄 정도의 사진으로 에둘러 정의하기로 하겠다. 쉽게 달력 사진을 일단 좋은 사진이라고 치자.
그러면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첫번째 자질은 좋은 발인 것같다. 여기서 발이란 많이 돌아다녀야 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천천히 걸으다니면서 주변을 잘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이 있는) 장소로 가야 한다. 이곳 저곳을 샅샅이 돌아다니지도 않으면서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고 하소연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정 장소에 자동차나 자전거 등으로 이동했더라도 그곳의 참 아름다움을 얻으려먼 두 발에 의지해서 걸어다니면서 주변을 찬찬히 보면서 셔터를 눌러야 한다. 아름다운 곳으로 가라. 그러면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이 돌아다니더라도 두번째 자질이 없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가 힘들다. 물론 막 샷을 날리다보면 게중에 몇 장 괜찮은 사진이 나오겠지만… 그래서 두번째 조건은 좋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럿이서 출사를 다녀와서 나중에 사진을 모아서 보면 ‘나는 왜 저 장면을 사진에 못 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하는 사진들을 보게 된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장면을 봤지만 멋진 사진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고 또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는 어떤 눈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같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과 같이 아무리 아름다운 장소로 가더라도 그 속의 아름다움을 캐치할 수 있는 눈이 없다면 결국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좋은 발이 좋은 눈에 앞선다.
세번째 요소는 불행하게도 돈인 것같다. 더 정확하게는 장비(빨)이다. 물론 좋은 장비, 많은 장비, 비싼 장비를 가졌다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장비 또는 상황에 맞는 장비가 있으면 더 원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광각 렌즈로 일출 오메가를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일몰 시에 그라디에이션 필터가 없으면 명부나 암부 중에 한 곳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두장을 순간적으로 달리 찍어서 합성할 수도 있다.) 별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삼각대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비싼 장비, 많은 장비가 좋은 사진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맞는 적당한 장비가 있다는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보통 비싼 장비가 더 괜찮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사진가의 경험에 달려있다. 그래서 네번째, 어쩌면 0번째 요소로 경험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해서 적당한 장비로 사진을 찍더라도 노련한 전문가의 손길을 따라가기가 참 힘들다. 순간적으로 어떤 구도로, 카메라 조리개를 어떻게 놓고 찍을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경험이 없으니 좋은 장비에 목숨을 걸고, 또 좋은 장비를 구하지 못하니 어떻게든 좋은 장소만을 물색하는 것같다. 뭐 그러면서 경험이 쌓이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시선 또는 해석이 좋은 사진을 만들지 않을까? 각각의 사진에 의미만 있다면 그 어떤 사진도 좋은 사진이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영혼이 깃든 그 사진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좋은 사진이다. 한장 한장의 사진에 추억이 깃들어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사진이 어디 있겠는가? 각자의 사진은 각자에게 모두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예쁜 사진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진은 개인의 것이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라는 말처럼…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결론은 자신만의 사진 (철학)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살 것이 아니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의 모습을 한컷 한컷을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든 사진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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