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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아듀 제주 2013

절대 끝이 없는 터널같았는데 2013년도 이제 채 한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올해의 인물, 사건, 키워드 등을 뽑고 있으니, 저도 월별로 사진 한장씩 선정해서 2013년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아직 20여일이 남았지만, 연말에는 또 다른 일로 바쁘거나 계획된 주제의 글을 적을 예정이라서, 휴가를 내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생각난 김에 바로 글을 적기로 했습니다. 

사진 선정 기준은 그저 제주의 계절을 잘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그저 나름 사진이 잘 나와서 뽐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저의 (제주+사진) 경험에 많은 초점을 뒀습니다. 1월부터 8월까지는 겨우 1~200장 내외의 사진밖에 찍지 않아서 (아이폰 사진 제외) 그저 잘 나온 것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공유되었던 사진들과 겹칠 수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9, 10, 11월은 1000장 넘게 찍었는데 그냥 마음 가는대로 선정했습니다. 12월은 오늘 다녀온 윗세오름의 사진을 한장 골랐습니다. 12월의 사진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1월 사진은 알뜨르 비행장에서 산방산과 한라산을 찍은 사진입니다. 여러 번 공유되었던 사진입니다. 산방산과 한라산보다는 앞에 있는 말을 프레임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도 몇 장 있지만, 이 사진만큼 느낌이 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쪽의 갈아놓은 황토빛 밭의 색깔도 마음에 듭니다. 현무암이 부숴져서 제주의 흙을 만들어서 대부분의 밭들이 검습니다. 그런데 이 곳의 밭색깔은 육지의 어느 시골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2월의 사진은 삼다수목장입니다. 늘 교래리를 지나면서 이곳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날 처음으로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더 좋은 사진이 나올 것같았는데, 의외로 2월에 찍은 이 사진보다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유지라서 멀리서만 사진을 찍었는데, 1년동안 여러 번 방문하면서 점차 과감하게 울타리를 넘어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서 찍었던 사진이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첫경험만 못합니다.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눈덮인 삼다수목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3월의 사진은 조금 밋밋합니다. 작년에 연이 닿아서 친분이 있는 제주바랍/GET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GET 여행 전에 대표적인 곳을 먼저 가보고 간략히 소개하는 SET블로그를 위해서 따라비오름에서의 사진입니다. 초록의 오름 사진이 더 마음에 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 누른 오름능선에 대비되는 색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3월 말에 찍었던 벚꽃 사진을 선정할까도 생각했지만, 벚꽃은 4월이 더 적합할 것같아서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월의 사진은 벚꽃이 아닙니다.


4월 사진은 가파도의 청보리밭입니다. 그리고 바다 너머의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의 모습도 이곳이 제주임을 잘 보여줍니다. 유채꽃 사진을 제대로 찍었다면 유채꽃을 선정했을텐데, 이상하게 제 사진들에서 유채꽃이 별로 없습니다. 제주에 온 이후로 다른 섬에 가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작년에 GET과 함께 우도를 다녀왔고, 가파도는 두번째 섬속의섬입니다.


5월의 사진은 조천에서 찍은 일몰 사진입니다. 이날 처음으로 (무한도전 본방도 포기하고) 일몰 사진을 찍은 날입니다. 처음이라 빛조절에 실패해서 대부분의 사진을 지워버렸지만, 이날의 경험으로 많은 일몰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장 잘 나온/마음에 드는 일몰 사진은 아니지만, 첫경험은 늘 소중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선정했습니다. 아스콘 바닥에 바짝 엎드려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날의 기억은 사진이 아닌 머리 속에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6월의 사진은 싱그러운 녹차밭 사진입니다. 오설록 녹차발물관이 있는 서광다원의 모습입니다. 녹사밭 사진도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오설록이라는 상업성 짙은 사진을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래도 이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여행을 위해서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처음으로 테스트 출사를 떠났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더 결정적인 두번째 이유는 이제껏 녹차잎은 손으로 수확하는줄 알았는데, 면도기로 면도를 하듯이 녹차수확기로 녹차를 수확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날입니다. 가지런한 녹차밭을 보면서 의심을 품었어야 했는데...


7월의 사진은 새별오름 옆에 있는 나홀로나무/왕따나무/소지섭나무를 선택했습니다. 5월 말에 처음으로 이 나무의 존재를 인지하고 올해 많이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동쪽으로 길을 떠나면 삼다수목장에 들러고, 서쪽으로 길을 떠나면 나홀로나무를 경유하고를 반복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보고 별과 함께 이 나무를 찍겠다고 찾아갔던 밤도 기억에 남지만 (원래 페이스북의 사진은 동터기 직전에 찍은 것임), 그래도 이날의 하늘색이 제주를 가장 잘 표현해줍니다. 그리고 무성한 목장의 풀도 제주를 잘 보여줍니다.


8월의 사진은 바다/해수욕장이 아닌 야밤에 찍은 별 사진입니다. 잘 찍지 못해서 그나마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선정했습니다. 5월에 일몰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면, 8월에 별사진에 꽂혔습니다. 밤에 1100고지까지 차를 몰고 가기도 무서워서, 집 주변에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해매기를 반복했습니다. 공동묘지에도 갔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던 기억도 납니다. 아래 사진은 그나마 제주시에서 가장 별을 잘 볼 수 있는 한라산 마방목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가족, 커플들이 늦은 밤에 이곳에 나와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은하수의 모습이 살짝 비치는 것에 만족합니다.


9월의 사진은 추석 연휴 전날 찾아갔던 용눈이오름에서의 일몰사진니다. 앞서 말했듯이 1000장이 넘는 사진 중에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줬던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것과 같은 사진이 아닙니다. 제주에서 일몰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은 서/북쪽 해안가입니다. 그러나 반대편 동쪽 내륙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더 색다른 경험입니다. 수산저수지에서 찍은 일몰 사진도 기억에 남지만, 9월 사지은 그냥 이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10월 사진은 한라산 어리목등산로/어리목교에 있는 단풍나무입니다. 제주의 단풍은 밋밋하다고 늘 불평 아닌 불평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찾아간 (사실, 그 다음주에 대구/포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단풍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찾아갔습니다.) 등산로에서 그동안 제주에서 볼 수 없었던 단풍을 만나는 순간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년에도 이 나무를 찍기 위해서 다시 찾을 듯합니다. 기온차가 심하지 않아서 단풍이 진하지 못하고, 또 바람이 세어서 성한 잎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제주의 단풍은 좀 밋밋합니다.


11월의 사진은 성산 부근에서 찍은 억새와 바다입니다. 처음에는 광치기해변에서 찍은 성산일출봉 사진을 선정했었는데, 너무 개인적인 경험에 바타해서 사진을 뽑다보니 제주의 11월을 표현하기에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여행객들이 제주의 가을을 억새로 기억할텐데, 2013년을 되돌아보는 사진에서 억새가 빠진다면 서운할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한장의 사진을 뽑았습니다. 뒤쪽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과 대비되는 빛을 어금은 억새의 빛깔이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으로 12월의 사진은 오늘 오전에 다녀온 한란산 사진입니다.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페이스북에 공유된 것을 제하고 아무 거나 한장을 선택했습니다. 이제 겨울의 시작이라서 눈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주의 겨울을 느끼기에는 더할나위 없었습니다. 200여명의 단체 여행객 때문에 한동안 갓길에 머물러 있으면서 뒤로 보이는 한라산, 큰윗세오름, 윗세오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직 20여일이 남아있기에, 12월의 사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귀찮아서, 그리고 어차피 12월 사진들은 따로 엮을테니 그대로 둘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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