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스페이스로 이주한 이후로 줄곳 1층 로비에 (아래 사진 참조) 제주에서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전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나서기도 머뭇그려졌고, (절대 허용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주의지만) 아래의 벽을 허락도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사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포토프린터가 없었다. 포토프린터를 구비해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1년을 허비했다.
그런데 포토프린터 문제는 해결되었다. 굳이 포토프린터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사진관에 가서 인화하면 그만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200원에 4x6사진을 인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로컬 사진관에서 뽑았다. 바로 확인하고 실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 450원인데, 제주대학교 학생회관에 있는 사진관은 현금으로 계산하면 35%할인해주기 때문에 장당 300원에 인화할 수 있었다.
사진은 인화했지만 막상 회사 사람들이 공유하는 위의 벽을 함부로 점유하는 것에 여전히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진행중인 ‘제주+사진’ 모임이 활성화되고 출사를 다녀오면 그때 사진들을 모아서 중앙으로 진출하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내 사진을 굳이 저 벽에만 전시할 이유는 없었다. 내게는 이미 훌륭한 나만의 전시 공간이 있었다. 바로 내 자리 옆의 칸막이가 몇 달째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아래 벽에 붙이자는 결심한 후에 사진을 인화했다.)
포토월을 만들면 사용하려고 포스티잇 플래그 (테이프 형태의 포스티잇)을 미리 준비해뒀었다. 아뿔사.. 그런데 위의 칸막이에 포스트잇 플래그가 제대로 붙질 않았다. 노끈과 집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노끈을 고정하기도 만만치가 않고 몇 십 장의 사진을 붙일 집게를 구입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만능 스카치 테이프였다.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이후에 한 장씩 사진을 붙여서 아래처럼 만들었다.
처음이라 대강 붙였지만 이렇게 만들고 나니 기분은 좋았다. 앞으로 찍는 사진들도 선별/인화해서 덧붙여나갈 계획이다. 혹시 누군가 사진을 가지고 싶어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저 주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사진을 인화하기 전에 사진은 간단한 포토샵/리터칭 과정이 필요하다. 콘트라스트 (채도)와 레벨을 조절해서 디카로 찍은 사진의 뿌연 막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사진관마다 기계의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해보고 적당한 명도, 채도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사진관 주인의 조언은 같은 사진을 가지고 적어도 세군데 이상 사진관에 맡겨보고,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관을 정해서 계속/더 많은 사진을 인화하라고 하신다. 나는 뭐 귀찮고 인화품질이 나쁘지도 않고 현금 할인도 되니 그냥 같은 사진관을 이용할 듯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크리티컬하지 않다면 그냥 로컬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로컬 경제에도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일단 50장의 사진을 인화했는데, 50장을 선택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많은 사진 중에서 50장만을 추려내는 것이 어려웠다기 보다는, 50장이나 추련내는 것이 힘들었다. 페이스북이나 온라인에 계시할 때는 (참고. Imagine Jeju / It’s Jeju) 그날의 느낌이나 제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 품질이 나쁘거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 몇장 선택해서 간단히 올리면 되는 것이지만, 지난 1년 정도의 시간을 압축해서 이건 꼭 필요한 사진이야라고 생각되는 것은 겨우 1~20장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사진들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추가한 것도 많았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제주는 일몰 시간이 가장 아름답다. (일출 때도 아름답겠지만, 보통 일출 시에 깨어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사진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일출사진이 많이 포함될 수 밖에 없었는데, 다양성을 위해서 일부를 포기하고 또 다른 사진을 추가하는 것도 필요했다. 장소, 시기/계절, 시간 등으로 골고루 나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제 시작을 했으니,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사진으로 회사 중앙 로비로 진출해야겠다. 커밍순…
그리고, 포토갤러리의 사진들은 이미 Imagine Jeju와 It’s Jeju를 통해서 공개되었던 것들이라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다. 물론 같은 사진이 아닐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찍은 다른 사진들이 다수 포함되어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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