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적기에 적합한 글이 아니다. 그러나 나부터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그냥 어제 밤의 느낌을 적으려 한다.
블로그에서 가끔 TV/예능프로그램에 얘기를 꺼내는데, 오늘은 '안녕하세요'에 대한 얘기다.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처럼 확실히 정해놓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화요일에 출근해서 기사들을 보다 보면 전날 에피소드가 화제가 되어서 다시보기를 하거나 간혹 본방을 사수하게 된다. 어제도 그런 경우다.
'안녕하세요'에는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들과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를 이룬다. 어제도 예외도 아니었다. 여동생을 스토커 이상으로 집착하는 오빠 사연, 무조건 남탓하면서 화를 내는 아버지 사연, 사춘기 여학생을 가정부/하녀로 대하는 부모 사연이었다. 이 사연들을 들으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가족이기 때문에, 친하기 때문에, 은혜를 베풀어줬기 때문에 가족에게, 친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받은 이들에게 전해지는 그것은 분명 폭력이었다. 암묵적 동의와 이해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가해자와 아무런 이유를 모르는 피해자. 가족 또는 친구이기에 그냥 끊을 수도 없는 그 무서운 관계...
가족 내에서의 왕따문제를 다룬 TV화면을 캡쳐한 것을 본 직후에, 같은 류의 사연을 듣게 된 것을 그냥 우연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사회에 만연해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이런 의문을 제기하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살갑지 못한 것은 타고난 본성이라지만,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쉽게 내뱉는 말들이나 행동들을 되새겨보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던 '엄마, 밥 줘.' '물'이라는 말이나 청소하는데 옆에서 그냥 누워있는 사소한 행동까지도 가족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언행이었다.
사연을 들으면 (가해자) 가족들은 그냥 이미 암묵적 동의 또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제해버렸다. 그러나 어떠한 사회적 합의는 없었다. 그렇기에 무심코 던지는 언행들이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폭력일 수 밖에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 그리고 나 혼자만 편해보자는 것... 그 모든 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존재치도 않았을 상대에 대한 폭력이었다.
그냥 지난 밤에 사연들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그래서 반성한다. 그런데 내 언행이 조금이라도 바뀔까?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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