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왜 있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

늘 회사에 비판적인 글을 적다보니 '그렇게 회사에 불만인데 왜 계속 다니냐?'라는 질문을 간혹 받기는 한다.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련다.

솔직히 말해서 당장 갈 데가 없다. 능력이 부족하고 인맥이 좁고 의지가 빈약해서 그런 것같지만, 마음이 혹하는 제안을 받지도 않았고 당장 이곳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둔 곳도 없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지도 않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를 헌터형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나는 엄청난 농부형이다. 미래를 결정하는데 적당한 대안이나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야생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거다. 당장 대안을 만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불만이 있다고 해서 뛰쳐나가는 것은 만용이다. 물론 그냥 뛰쳐나가면 살길이 생긴다.

페이스북에 댓글도 남겼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은 그저 기득권자들의 손쉬운 논리일뿐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물론 조금 있어 보일려고 적었던 댓글이긴 하다.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만도 생기고 비판도 하는 거다. 평소에 조용히 있다가 소리소문없이 없어진 여러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어차피 관심도 없는 곳에 와서 참고 사느라 고생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역사는 순응하는 사람에 의해서 이룩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저 순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언제나 밝혔듯이 나는 자유를 원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그 나름의 오랜 지혜가 담겨있다. 그러나 이 속담도 그냥 일부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진짜 필요하다면 초가삼간을 태워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만약 빈대가 아니라 모든 나무 기둥을 갉아먹는 개미로 장악된 집이라면 태워 없애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몇 마리가 눈에 띌 때는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초가삼간을 태워야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에서 꾸준히 비판을 한다.

역사적으로 폭군이라는 악명을 받고 있고 또 사건의 이면에 논란거리가 있지만 새로운 로마는 네로의 선택에 의해서 이룩되었다.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 어리석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그곳에 99척 대궐이 지어진다면 결과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 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다. 과정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른 컨텍스트에서 말했던 거지만, '사실이 진실은 아니다.' 내 입을 통해서 발설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다 내 생각이 아닌 경우도 많다. 비겁한 자들을 대신한 경우도 많다. 물론 그게 내 생각과 전혀 맞지 않다면 내 입을 통하지 않을 거다라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수박은 겉으로 속을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하는 날이 올 거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내 글에 거짓은 없다. 적혀있는 그 이상의 내용도, 함의도 없다. 수고하지 마라. 내 심장은 어느 때처럼 여전히 뛰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다. (아차, 문단을 시작하며 사실이 진실이 아니다라고 적었었지.)

(2013.05.27 작성 / 2013.05.31 공개)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