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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프레임 밖의 주인공들

지난 밤에 다음 모바일 블로그에 올라온 웹툰 미생 관련 포스팅 (참고. http://daummobile.tistory.com/487)을 훑어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만약 미생이 주인공인 장그래의 성공스토리만을 다루고 있다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꾸준히 애독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에도 엿보이듯이, 모든 극의 중심에는 주인공인 장그래가 존재하지만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에 장그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그래의 주변에 있는 입사동기, 팀동료, 회사 관계자들, 가족들이 매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이 우리가 처한 상황과 엇비슷하면 공감하고 연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김국진씨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말에 토요일 밤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김국진, 홍기훈, 김진수 등 당시 MBC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두편의 에피소드를 시트콤 형식으로 다뤘던 테마게임입니다. 인기개그맨들도 출연했지만 예쁜 신인연기자들이 매회 나와서 즐겨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한편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영화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영화를 찍는 장면을 다뤘습니다. 이어진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1편에서 찍던 영화에 엑스트라로 등장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1편과 2편에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찍었지만, 한명은 주인공이었고 나머지는 엑스트라였습니다. 1편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이 주인공이었지만, 이편에서는 엑스트라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에피소드 내에서도 그들은 자기들은 지금 비록 엑스트라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다라고 대화하면서 마치 지금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펼쳤습니다.

미생에서도 장그래라는 주인공이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모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미생에서나 영화에서 주변인물들은 그냥 조연이고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의 삶에서는 주인공입니다. 만화나 스크린, TV라는 프레임 속에서는 주인공이 존재하지만, 그런 프레임을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 있고 그 삶에서만큼은 모두 주인공입니다. (아래 그림. 미생20수 중에서)

모두가 제각각인 세상에는 튀는 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임 안에 주인공이 있지, 프레임 밖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다.

(2013.05.11 작성 / 2013.05.21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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