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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Fund & Platform 전략

내부인을 위해 적은 글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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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동안 회사 분위기 및 서비스 상황을 관찰한 결과, 다음은 이미 혁신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 속에 내재하는 혁신밈을 잃었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창의성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그런 인재가 다음에 들어올 가능성도 많이 희박해졌고, 또 설령 입사하더라도 이미 공고해진 다음의 문화에 동화되면서 혁신의 열정을 상실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린스타트업 방식을 채택한 NIS가 나름의 성과를 내는 좋은 시도는 맞지만 구조적 한계 또한 명확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즉, 다음의 미래 먹거리는 내부에서 나올 수가 없다는 쉬운 결론에 이르렀다.

혁신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다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회가 있다. 수년동안 이룩한 '다음'이라는 견고한 브랜드가 있고, 여전히 사용자들의 삶에 밀착된 서비스들이 있고, 또 다음을 믿고 다음의 서비스를 애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은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만큼의 유동성 자산도 충분히 있다. 요약하면 견고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미래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투자 여력이 있고 견고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외부의 창의력에 투자하고 그들의 능력을 흡수/이식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Fund & Platform 전략이다. 즉,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여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음탑 등의 공간을 그들에게 개방해서 다음 플랫폼을 통해서 그들의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플랫폼 전략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나, 현재 다음이 처한 상황에서 다음의 강점을 잘 살리는 길이다.

이미 세인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으로 인수합병 M&A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 캐피털과 같이 초기 종자돈을 투자해서 지분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초기 자금 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픈API나 디자인 컨벤션, 데이터분석 등과 같은 기술 지원과 서버/클라우드 등의 초기 인프라도 제공해줄 수가 있다. 완성된 서비스는 다음탑 (탭)을 통해서 광고/홍보되고 서비스로 연결되도록 한다. 스타트업으로써는 초기 자금, 기술, 홍보 및 운영 노하우까지 전수받고, 다음은 외부의 (독릭적인) 혁신 기술/서비스를 꾸준히 수혈받을 수 있다.

소액 투자는 회사로써 큰 위험 부담도 없고 (1억정도면 신입사원 3명의 1년 연봉 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사람에 따라서, 또는 지분 참여비율에 따라서 증액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히려 내부에서 많은 제약 -- 눈치와 간섭 -- 속에서 기획/개발하는 것보다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고 불활실한 M&A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벤처 캐피털처럼 성공한 벤처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것은 재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사회를 통한 압력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다음의 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 및 인프라 지원은 있으나, 서비스의 컨셉 및 방향성은 간섭없이 창업자들의 절대자유의지에 맡김으로써 다음의 기존 관점과 전혀 다른/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다음펀딩 스타트업의 서비스들이 다음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렇지 않은 유망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들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다음 플랫폼에서 홍보, 제공될 수도 있다. 지금이 컨텐츠 플랫폼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의 적기다. 플랫폼화 다음으로 다음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벤쳐 에코시스템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외부인을 위한 데브데이나 컨퍼런스를 활서화시켜 내외부인들 간의 통섭, 초협력의 기회를 만듬으로써 다음인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줄 수가 있다.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면 미래가 있는 이들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이 맞다. 세상은 변했고 또 변한다. 몸집을 키운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면서 외부의 혁신을 허하라.

Imagine Impossible, Do Possible. 상상하고 행동하라.

P.S., 구체적인 실행안은 생략합니다. 행간의 모호함은 의도적으로 남겨뒀습니다.

(2013.05.09 작성 / 2013.05.20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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