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대로 인류는 농경, 목축 기술을 익히면서 수렵 채집의 생활에서 벗어났다. 앨빈 토플러 식의 표현으로 제 1의 물결 또는 농업 혁명의 결과였다. 이후의 역사는 잘 알고 있다. 르네상스라는 문예 부흥기나 시민혁명이라는 의식부흥기도 거쳤고, 제 2의 물결로 표현되는 산업 혁명기를 거쳐,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제 3의 물결, 즉 정보 혁명기를 거치고 있다. 수렵 채집의 시기에서 농경의 시기로, 산업의 시기로, 그리고 정보의 시기로 거듭 발전/진화해오고 있다. 그런데 문득 정보 혁명기의 정점인 지금 우리는 다시 수렵 채집의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수천 수만 년 전과 같이 음식을 구하기 위한 수렵 채집은 아니다. 지금은 정보와 유희를 수렵 채집하고 있다. 매일 인터넷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보는 활동적인 상위 10%, 특히 상위 1%의 사용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나머지 90%는 그저 소비만 한다. 간혹 유통의 채널이 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생산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수많은 메시지와 사진들이 원작자가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 만들어놓은 짤방이고 언젠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글귀들로 차고 넘친다. 창작과 저작보다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그저 찾아서 재활용만 할 뿐이다.
지금 인터넷 사용자들은 정보를 만들고 재배하는 정보 농부이기 보다는 정보를 찾아서 발굴하는 정보 사냥꾼에 가깝다. 자신의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고, 그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어딘가에 있을 재미있는 정보를 탐색하기에 바쁘다. 그저 정보 소비자들이 굳이 정보 생산자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애초에 그들은 정보의 수렵과 채집의 주체였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낸다고 알려진 각종 신문사의 기자들의 생산품에서도 오리지널리티가 거의 없다. 간혹 특종이나 단독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온 기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누군가 만들어놓은 컨텐츠를 짜집기해서 만들어놓은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도 없이 그저 TV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쓰기가 되고, 그건 소위 파워블로거들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그들에게 뽀족한 창이 되었고 페이스북은 그들에게 너른 바구니가 되었다. 구글로 찾고 페이스북에 실어나른다. 많은 혁명과 물결을 해쳐서 먼 길을 돌아왔건만 우리는 다시 수렵 채집인이 되었다. 정보 미개인에서 벗어나라.
(2013.05.07 작성 / 2013.05.14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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