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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작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인터넷/IT 트렌드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들의 창업 아이템이 뭔가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최근에 펀딩에 성공하거나 큰 기업에 인수된 회사들의 아이템을 조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즉 벤처는 특성상 생존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들의 창업 아이템이 실제 현재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펀딩이나 IPO에 성공했다거나 비싼 가격에 매각되었다는 것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시대에는 펀드레이즈 및 인수가 해당 기술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최근 업계의 소식을 접해보면 특징적인 것이 있다. 모든 기술/서비스들이 나름 의미가 있고 때로는 어렵고 진일보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뉴스에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조금 '짜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말했듯이 '짜치다'라는 것이 해당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절에는 웹기반 이메일 서비스,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 검색 및 Q&A 서비스 등의 큰직큼직한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아이폰과 함께 열린 모바일 시대에도 트위터나 포스퀘어, 에버노트 등의 조금 큰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들 서비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웬만한 큰 서비스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왔다. 대표적으로 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검색을 내세웠지만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모바일에서도 비슷하게 후속 서비스들이 등장하지만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은 1등 서비스들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서비스들은 틈새를 파고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서비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당연한 (메가히트) 서비스들로 인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 역설적이게도 -- 새로운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으면 큰 기업에서 그들의 노력을 보상/인수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일들이 발생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서비스가 절실한 소수의 만족을 극대화시켜주는 그런 종류의 서비스들이 틈새 또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다. 최근 야후에 인수된 Jybe나 Summ.ly의 추천 및 뉴스요약도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추천이나 요약이 작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야후에서 인수된 서비스의 경우 보편적인 추천/요약이 아니라 특화된 추천/요약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했다고 보는 거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인터넷/IT 트렌드를 주도/바꾸는 서비스들도 있었다. 구글이나 야후의 시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핀터레스트 등이 실시간, 소셜, 위치기반, 큐레이션 등의 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들이 보편화된 이후에는 그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와서 좀더 우리 삶에 밀착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짜치다라고 표현한) 그런 영역의 니즈 또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전혀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에코 또는 플랫폼에 기생해서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앱들이 대부분 그렇다. 이런 서비스들은 소수들에게 극대화된 재미를 제공해주어 그들을 열혈 팬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니체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같고, 그런 보상으로 더 큰 기업에 인수/흡수되는 것같다. 물론 큰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그런 재능을 고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 어쨌든 최근 인수소식들을 보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짜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측면에서 그런 짜친 것들이 공룡들이 발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짜침이 사소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디테일하고 우리에게 밀착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큰 것이 되는 것을 자주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작은 시장이더라도 국내 전체 시장을 맞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데 국내에서는 웬만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늘 글로벌 개척에 대한 욕망은 숨겨서는 안 된다.

그냥 짜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것같다는 느낌을 한줄로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다.

(2013.03.28 작성 / 2013.04.03 공개)

P.S., 제주4.3사건의 기억이 여전한 오늘입니다.
아침에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선물받았다라고 생각했는데,
65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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