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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동글이/동구리, 스페이스에 가다. (권기수님 전시회)

제주의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 건물인 다음스페이스.1의 2층 인포데스크 앞에 작은 갤러리가 있습니다. 아뜰리에 아키의 도움을 받아서 매 분기 (2~3달)마다 국내의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그냥 제주에 여행와서 건물을 보기 위해서 한번정도 스페이스트립을 하는데, 분기마다 바뀌는 유명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공짜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다음스페이스를 자주 방문해주세요.) 이번 주부터는 귄기수 작가님의 동글이 회화 및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이명호 작가님의 나무와 바다 연작을 제외하고는 계속 회화들만 전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사진은 제외하고) 이번 전시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로 화가들은 차별화를 위해서 -- 즉, 먹고 살기 위해서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사물/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던 것) -- 화풍을 추상화로 변경하게 되면서부터 그림이 어려워졌습니다. 피카소나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뭘 그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권기수님의 동글이 작품들은 그림이나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궁리하기 전에 작품을 보는 순간 재미있다라는 느낌을 바로 받기 때문에 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와있는지 모르겠지만, 동글이를 캐릭터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예술이 왜 어려워야 하는 걸까요? 그냥 보는 순간 또는 듣는 순간 받는 그 느낌만 간직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림이나 음악 속에 숨은 뜻을 굳이 파악해야할까요? 물론 간혹 의미를 가진 작품들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의 이야기이고, 이미 작품이 나와서 관객의 손에 넘어갔다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 관객의 해석 또는 느낌에 맡겨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간혹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시험문제를 보고 그들도 풀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을 하곤 합니다.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평론가의 그것들과 다를테고, 또 관객의 그것과도 다를 것입니다. 영화평론가의 평가에 의해서 흥행성적이 결정되지 않듯이, 모든 작품이 일단 세상에 나왔으면 그때부터는 모든 해석은 관객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바는 '내가 이런 이유로 이렇게 만들었다'정도의 이야기는 전달할 수 있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했으니 너희 (관객)들도 이렇게 따라야해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보는 그림이나 듣는 음악 (클래식 등) 또는 읽는 산문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편하게 소비하면 될 것같습니다. 마술사의 트릭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듯이 작가의 의도를 굳이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진은 저녁식사 후에 해질녘에 찍었기 때문에 깨끗하게 나오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개별 사진 설명은 대부분 생략)

** 참고로 스페이스 갤러리의 권기수님 작품전시회는 5월 30일까지입니다.

남쪽 창가에는 회화작품들이 전시되어있습니다.

3단뛰기를 하는 동글이 작품인데, 해질녘에 찍어서 제대로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북쪽 바닥 및 벽에는 다양한 색상의 동글이들이 전시되어있습니다. 다 같은 동글이인데, 다 같지가 않습니다.

남쪽 창문에 동글이 얼굴 3개가 붙어있습니다. 이번 전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전시가 끝나더라도 이 동글이 얼굴들은 그냥 계속 남겨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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