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tureBeat에 올라온 'Quora는 차기 블로그 플랫폼인가? Q: Is Quora the next big blogging platform?'라는 기사를 읽고 또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소셜Q&A 서비스인 Quora가 새로운 블로그 플랫폼을 선보임으로써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온디멘드형 지식축적이 아니라, 평소의 경험과 지식을 오프디멘드형식으로 블로그에 쌓고 필요시에 관련 질문과 매핑시켜주는 것을 다루고 있다. 답변의 추천수에 따라서 노출순위도 결정하고 또 기존에 적었던 글들을 답변에 링크를 걸어서 트래픽을 유도하는 등의 메타블로그의 역할도 수행한다고 합니다. 모바일 앱의 리치텍스트에디터를 통해서 모바일에서의 사용경험도 향상시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Quora가 소셜Q&A라는 이름으로 런칭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도 간혹 유명한 스타트업 CEO 또는 개발자들이 직접 질문에 답변을 달아줘서 유명세를 탄 적이 많았습니다. 지식iN의 아성과 영문 위주라서 국내에는 Quora가 별로 알려져있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소셜Q&A 서비스가 예초에 기대했던 폭발력을 아직까지는 보여주지 못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 어쩌면 당연한 --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Quora의 이런 진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서비스는 트위터입니다. 트위터는 초기의 140자 텍스트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런 사용 제약 때문에 단축URL을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생겼고, 사진을 쉽게 공유하는 서비스가 생겼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겼고, 각종 모바일 앱들도 생겼고, 검색이나 트위터 분석 서비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아래의 그림과 트위터 에코 (Twitterverse)를 형성했습니다. 그렇게 공존하던 트위터 에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순수였지만, 트위터가 펀딩에 성공하면서부터 검색이나 모바일 앱과 같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줄 서비스/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고, 단축URL이나 이미지와 같은 것은 자체 개발해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독립 개발자/사들과 조화를 이루던 트위터 에코는 그냥 트위터에 흡수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Vine이라는 6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앱도 선보였습니다. 트위터 독립개발자들도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트위터의 자발적인 에코에 균열이 왔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한 진화의 과정으로 보입니다. 만약 3rd-party의 앱/서비스들이 없었다면 진짜 제대로된 서비스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을 겁니다. (장기적인 로드맵의 결과인지 아니면 독립개발자들의 창의성을 카피한 것인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를 예를들었지만, 그 외에 현재 주요 서비스/회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성장해왔습니다. 최근에 그래프서치를 추가한 페이스북도 처음의 단순한 컨셉에서 발전해서 지금의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검색제왕인 구글도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이메일, 동영상, 모바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비슷합니다. 맥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산업에서 음악과 모바일로 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잡스 치하에서) 다른 회사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카니발 효과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더 큰 시장/기회를 위해서 기존의 제품/라인업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제품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회사들과 비슷한 문어발식 확장하는 애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의 리디자인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능의 진화뿐만 아니라 UI/UX 또는 서비스 펄셉션의 진화도 볼 수 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있는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오픈소스 제품들도 계속 진화하면서 발전합니다. 아파치가 그랬고,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들이 그렇습니다.
국내의 다음이나 네이버도 포털이라는 테두리 내에서는 나름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일에서 시작해서 카페, 뉴스, 검색 등으로 확장했던 다음이나 검색에서 시작해서 지식, 게임, 블로그/카페 등으로 성장해왔던 네이버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지금 다음을 보면 한메일과 카페에서 정체된 것같고, 네이버도 공룡이 되었지만 변화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적절히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새롭게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다음과 네이버가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기 시작했지만, 5년 전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작고 빠른 스타트업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영역에 스타트업들이 차고 들어갔기 때문에 침범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을 얘기하면서 당장 빠질 수 없는 카카오의 경우에도 처음에 아지트로 시작해서 카톡으로 성공한 이후, 카카오스토리로 서비스를 확작하고 있고, 향후에는 게임 및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01/29) 채팅플로스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톡을 사용하지 않아서 세부사항은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진화한다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모든 변화를 진화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화를 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적응'입니다. '진화 = 적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변화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을 진화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란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진화 = 창조'가 더 맞는 표현입니다. 때로는 환경과 트렌드와 역행하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진화입니다. 단순히 시대의 조류에 따라서 기능 한두개씩 덕지덕지 붙이면 결국 그서비스는 덩치만 커지고 새로운 변화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다음과 네이버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도 그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려고 하지, 모바일 및 그 이후의 시대를 위해서 새롭게 혁신하는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생기업들도 현재는 모바일에서 잘 나가고 있는 듯하지만, 발표되는 전략안이나 추가되는 기능들을 보면 그저 누구나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그 방향으로만 가는 듯합니다. 그렇게 잘 적응했다고 자부하는 사이에 새로운 쓰나미가 밀려오면 모든 생활터전을 잃고 맙니다.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은 그나마 매끄러웠지만 그 이후의 새로운 변화에는 또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화입니다. 이것은 애플이 잘 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입니다. 디지털 음원시장, 스마트폰 및 모바일 시장, 태블릿 시장 등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오면서 업계 1위를 (한때는) 차지했습니다. 최근 3~5년 사이에 소개된 제품으로 매출/수익의 50%이상을 차지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주가가 급격히 빠지고 있고 다소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 아니면 과거의 재편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진화보다는 적응에 최적화된 공룡들의 추격에 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MS는 여전히 부침을 겪고 있지만 전통적인 공룡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고, 적어도 모바일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과 삼성이 절대 공룡이 되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진화입니다. 다음도..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변하는 그런 회사/서비스가 아니라 변하기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모습으로 턴어라운드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상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제가 이런 글을 적고 있겠죠.
* 애초에 글을 적으려던 방향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진화하는 서비스가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라는 짧은 생각에서 몇 가지 사례를 적으려 했는데... 제 결국 제 처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저도 적응이 아닌 진화를 선택해야할지도...
(2013.01.28 작성 / 2013.02.06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