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얘기는 가급적 자제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냥 살짝 언급하기로 했다. 사실 이 글은 정치보다는 사회, 언론, 산수에 대한 것이다.
18대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 때가 되면 언론에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가 후보자 검증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도 있지만, 빠지지 않는 것이 여론조사결과다. 오래 전에 현재의 여론조사 무용론을 펼친바가 있다. 당시에는 유선전화중심으로 조사해서 여론이 편향될 수 있음을 지적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RDD방식으로 유무선전화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방법적 오류는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조사에 사용된 문구에 따라서 결과가 많이 바뀐다. 앞에 부정적인 얘기를 늘어놓고 질문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프레임효과 또는 앵커링효과의 일종이다. 실제 며칠 전에는 안캠프에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문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문안일체를 위한 여론조사에서도 적합도와 경쟁도 중 어떤 항목으로 물어볼지에 대해서 양 캠프에서 알력싸움도 있었다. 그리고 여론조사기관에 따라서 결과가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인터넷 검색쿼리변동으로 여론조사의 부족분을 대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낸 적이 있다. 실제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보다는 검색량추이가 실제 결과를 더 잘 맞춘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밝히듯이 여론조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어느 후보가 몇%의 지지를 얻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특정 여론조사 업체의 여론변동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다음에서 대선페이지를 다양한 뉴스와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 여론조사 메뉴를 보면 단순히 후보간의 전체 지지율 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으로 세분화해서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오늘 관심이 있는 것은 바로 연령별 지지도 그래프다. 11월 20일에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연령별 지지도 그래프를 아래에 첨부하였다. 고령으로 갈수록 여권 (새누리당/박근혜)을 지지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야권 (민주당/문재인/안철수)을 지지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력을 비롯한 기득권에 따라서 우와 좌로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실제, 좌우로 나눌 것이 아니라, 빈자와 부자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랜 방공이데올로기 때문에 '좌'하면 무조건 나쁜 걸 의미하도록 교육받아서 기득권에서는 여전히 빈부가 아닌 좌우로 구분한다. 그래서 가난한 어르신들도 좌보다는 그저 우를 선택하는 이상한 나라다. 이상은 다 아는 얘기고, 내가 재미있게 본 부분은 (일단 박은 빼자. 내 관심권 밖이다.) 20대와 30/40대의 문과 안의 지지율 차이다. 20/30/40에서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야권후보를 많이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20대는 안철수를 많이 지지하고, 30대와 40대는 문재인을 더 많이 지지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문재인이 더 우고 안철수가 더 좌라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실제 웬만한 주요 대권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중도거나 중도보수에 가깝다. (문재인, 안철수도 다르지 않다. 박은 아주 더 오른쪽이지만...)
20~40대의 젋은층의 대부분은 지난 5년 동안의 MB의 실정 그리고 자신들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새/박에 대한 반감으로 야권을 공히 지지한다. 여기까지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20대와 30대의 문과 안의 지지율의 차이가 재미있다. 일부에서는 안철수는 근 몇년동안 청춘콘서트 등으로 20대, 대학생들의 멘토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여기에 한가지 요소를 더 말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부분이 위의 결과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것같다. 20대와 3/40대를 가르는 기준을 나는 '부채의식'이라고 본다. 바로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고 없고가 20대와 3/40대를 가른다고 본다.
지금 30대는 투표권을 갖고 첫번째 또는 두번째로 뽑은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들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줘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조중동 주요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노대통령님의 우리 나라의 모든 것을 파괴시켜놓은 분이 되었다. 그런 매스미디어의 쇄뇌 속에서 지금의 30, 40대들은 노대통령에게 실망을 했고, 또 임기가 끝나자마자 MB로 돌아섰다. 그 결과 우리가 잘 알듯이 그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이 부분에서 30/40대들은 그에게 부채의식이 생긴다. 그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어놓았는데, 그분을 끝까지 믿지 않고 임기 말에 그분에게서 돌아섰던 것이 그들이고, 또 그들이 MB로 돌아선 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이 점에서 그들은 미안한 마음이 자연히 생겼다. 왜 끝까지 그를 지지하고 지켜주지 못했을까?라는 그런 미안함 말이다. 힘들어할 때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지 못했다는 그런 미안함. 이게 바로 그분에게 진 '부채'로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왔을 때 그분에게 진 부채를 탕감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문에게 표를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려 한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다르다. 20대 후분은 한번 MB에게 표를 던졌는데, 역시 실망해서 반MB로 돌아섰다. 그리고 20대 초반은 이번이 첫 대통령투표다. 실질적으로 지금 20대들은 노대통령님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노노(무현)세대다. 그래서 친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차피 친노노 국정파탄의 한 축으로 밖에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이 실제 노대통령님을 지지했더라도 투표권이 없어서 표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가 실각했을 때 30/40대에 비해서 배신감을 느낄 껀덕지도 없었다. 어차피 그들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정책에서 그들도 피해를 입었다. 등록금이 오르고 경기가 (보수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침체해서 대학생활하면서 그들은 어려웠다. 그리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5년 전에는 MB에게 몰렸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은 MB가 엉망이다. 진짜 형편없었다. 그래서 반MB로 돌아섰다. 그러나 20대들은 노대통령님과의 연이 없다. 그가 돌아가셨을 때도 놀라고 슬프기는 했겠지만 마음 속에서부터 사죄하고 싶다는 그런 심정까지는 아니었을 거다. 그러니 자연스레 노대통령님을 믿지 못했던 점이나 그의 죽음에 대한 빚이 없다. 그래서 문에게 부채를 갚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자기들과 더 친한 안이 눈에 들어오고, 정당인으로 있는 문보다는 안이 더 팬시해보인다. 그냥 끌리는대로 가는 것이 그들이다. 인권변호사를 하다가 민정수석을 한 분보다는 의사, CEO, 교수를 했던 분이 20대들에게는 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자연히 안에게 끌린다고 본다.
노대통령님에 대한 부채의식이 현재 20대와 30/40대의 지지율의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