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의 일입니다. 여느 때처럼 같은 길로 차를 몰고 출근하고 있는데, 바로 머리 위로는 검은 구름으로 덮였지만 멀리 바다 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길 가에 핀 억새는 쓸쓸한 가을을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잠시 세우고 아이폰으로 아래의 사진을 한장 남겼습니다. 매일 이런 길을 통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같은 길을 다니면서 매번 바뀌는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도시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광경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매일 매일의 날씨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때, 지금 감지하고 있는 변화가 그냥 날씨의 변화 뿐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 감지하고 있는 것이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계절의 변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패션 fashion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핀터레스트에서 패션관련 이미지들을 아침에 보고 나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는 평소에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지만 사실 패션에 매우 민감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속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문을 나서는 순간 패션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패션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때에 맞는 아이템들을 준비해서 몸에 걸친다고 해서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의 펀더먼탈 (겉으로 보이는 체격/외모나 내재된 인품 등)이 부족하면, 화려하고 값비싼 패션아이템도 무용지물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단순히 시대의 트렌드 trend 에 맞출 것이 아니라 먼저 서비스의 펀더먼털 fundamental이 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위의 사진을 찍는 순간 내가 알아차린 변화가 날씨였는지 아니면 계절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짧은 주기로 변하는 날씨는 패션과 같다는 생각을 했고, 조금 더 긴 주기의 변화인 계절은 (메가) 트렌드와 같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하는 날씨를 알아차리고 또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듯이 만들고/관리하고 있는 서비스의 패션과 (중장기) 트렌드를 바로 캡쳐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변화를 감지하는/읽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앞서 말했던 그런 펀더먼탈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는지 모릅니다.
트위터와 함께 단문 실시간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니 모두 회사들이 비슷한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4Sq처럼 위치기반의 서비스가 주목을 받으니 또 모든 서비스에 위치정보를 활용하려고 하고, 또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이 대세라고 하니 모두 소셜 소셜거리는 것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뉴스가 떠면 또 모두가 빅데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쳐야만 할 것같은... 어쩌면 이런 것들은 모두 단기 패션에서 중기 트렌드일 뿐, 펀더먼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트렌드 얘기를 꺼냈으니 오래 전부터 적고 싶었던 글이 있어 짧게 적습니다. 별도의 글로 적고 싶었지만 구체적으로 장문을 만들지 못할 것같아서 계속 미뤄뒀던 겁니다. 흔히들 트렌드를 잘 읽어서 빨리 그 트렌드에 편승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실시간, 위치정보, 소셜, 빅데이터 등도 모두 트렌드라고 말했지만 그리고 단순 트렌드에만 의존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큰 트렌드의 초기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시도를 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변하는 트렌드에 촉각을 세우고 언제든지 갈아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트렌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업트렌드 up-trend와 다운트렌드 down-trend라고 이름을 붙여봅니다. 말 그대로 업트렌드는 첫물 즉 트렌드의 생성이고, 다운트렌드는 끝물 즉 트렌드의 소멸입니다. 보통 업트렌드의 경우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떠들어대기 때문에 잘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그런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서 전력투구를 합니다. 그런데 다운트렌드의 경우 사람들이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트렌드를 잘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차리는 것도 있지만, 과거/현재 트렌드의 소멸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기능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으로 소멸되는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기능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통의 경우 너무 늦게 트렌드에 편승하다보니 소멸되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뒤늦게 뒷북을 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해서 이런 코멘트를 답니다. 현재 매진하고 있는 서비스/기능들을 잘 리뷰해보세요. 어쩌면 단물이 다 빠진 트렌드에 헛수고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요약하면, 업트렌드와 다운트렌드를 모우 읽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성공하려면 업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운트렌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