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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중독된 사람들 마약같은 삶

지난 목요일 이야기입니다. 14호 태풍 덴빈이 뒤늦게 한반도를 찾아왔습니다. 그날 아침에 마플 메시지를 무진장 기다렸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를 향해 급하게 올라오던 월요일 오후에 강제퇴근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바람이 셌기 때문에 공지가 있기 전에는 출근을 늦추라는 마플 메시지가 왔습니다. 수요일 밤에 조금 늦게 잠들었기에 목요일 아침에 매우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덴빈의 영향으로 또 출근을 좀 늦추라는 메시지가 오지 않았을까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플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대화를 해보니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25일일 겁니다. 바로 월급날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상사나 동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다가도 25일에 일시적으로 해소되곤 합니다. 물론 며칠 후부터 다시 게이지는 상승합니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월급은 몰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제주의 다음인들은 제주정착금 명목으로 매달 10일에도 소정의 마일리지가 지급됩니다. 그래서 저는 매달 두번의 몰핀을 맞는 셈입니다.

회사에서 영화제나 락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에 많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문화행사에 현금/현물을 후원하는 대신 영화제 개/폐막식이나 공연 입장권 등이 회사에 할당됩니다. 그렇게 할당된 표들은 사내게시판을 통해서 직원들에게 복지의 차원에서 무상으로 배포가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상으로 표가 지급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런 티켓의 가치를 망각해버리는 것같습니다. 당연히 회사에서 무료로 티켓을 나눠주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표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 묵히는 경우도 보게 되고, 또 그런 공짜 티켓을 얻고나서 별로 감사해하는 것같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제주도를 비롯해서 지방의 지자체들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대부분은 지자체에게 전액을 후원해주고 시민들에게는 공짜로 (선착순) 개방을 합니다. 서울에 비해서 열악한 지방의 문화 수준을 감안한다면 지자체로써는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문화적 혜택을 주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료 문화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유료 공연에 둔감해집니다. 10여만원짜리 공연도 아닌, 3~4만원짜리 공연도 비싸다고 티켓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도는 다양한 페스티벌이나 행사들이 많이 열립니다.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면서 무료로 개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성공한 유료 문화 행사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상급 가수들의 콘서트도 1000석 미만의 객석이 가득차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나마 기업의 후원으로 채워진 객석을 제하면 50%도 채 안 팔렸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마약과 같은 것을 경험합니다. 휴무라는 마약, 월급이라는 마약, 공짜라는 마약말입니다. 언제부턴가 그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없어면 오히려 서운해합니다. 참 이상한 상황입니다. 다른 의도와 늬앙스로 적긴 했지만 '당연함은 당연하지 않다'라는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당연함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실체를 외면해버리면 그 당연함이 사라진 이후에 크게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금단을 감내하면서 삶의 중독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런 중독 요소를 나열해보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또 삶에 긴장감을 조금 더 가져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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